가난없는 세상을 위하여 - 무함마드 유누스 -

가난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이명헌

가천대 사회적기업가 2기 회장, 경영지도사 

1991년 소비에트연방이 무너지면서 자유시장 체제가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자본주의가 번성하고 있지만 모두가 그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 부의 94%는 40%의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60%의 사람들은 겨우 6%의 부를 나누어 살아가야 한다. 또한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하루에 2달러 미만으로, 거의 10억 명이 1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자유시장경제의 힘을 이용하여 빈곤과 기아 그리고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떨까. 어떤 사람들에게 이는 불가능한 기약이다. 그러나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는 바로 그 일을 실현하고 있다. 그라민은행의 설립자인 유누스박사는 주로 빈곤층 여성에게 자영업을 시작할 소액의 사업자금을 대출하여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돕는 혁신적인 대출제도인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을 개척했다. 지난 25년 동안 마이크로크레딧은 전 세계로 확산되어 1억 가구가 넘는 빈곤층 가족에게 도움을 주었다.

이제 그는 이 책을 통해 마이크로크레딧을 넘어 기업의 창조적인 역동성을 이용하여 빈곤부터 오염, 보건과 교육 분야의 불평등에 이르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인 사회적기업의 아이디어를 개척한다. 유누스 박사는 사회적기업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정부지원이나 후원금 등으로 운영되는 사회적기업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기업은 특정한 개인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명확한 사회적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이 새로운 기업의 조직구조는 기본적으로 기존의 이윤극대화 기업과 같지만 목표는 완전히 다르다. 노동자를 고용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사회목표에 부합하는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지만, 내재적 목표와 평가기준은 그들이 돕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회적 혜택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회사는 수익을 올릴 수도 있지만 투자자들은 장기간에 걸쳐 투자원금을 회수하는 것 이외에 다른 수익은 가져가지 않는다. 사회적기업은 영리보다 취지에서 동력을 얻으며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로 작용할 잠재력을 갖는다. 그러나 자선단체가 아니라 기업이기 때문에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전체 운영비용을 회수해야 한다. 기업을 운영할 때는 자선단체를 운영할 때와 다른 생각과 행동이 필요하다. 사회적기업과 그것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정의하려면 이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

이 책은 유누스 박사가 비전을 가진 세계적인 비즈니스 리더들과 협력하여 세계 최초로 기획된 사회적기업을 세우는 과정을 설명한다.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방글라데시 아이들에게 저렴하고 영양가 높은 요구르트를 제공하기 위한 다농그룹과의 합작사업이나 수천 명의 가난한 사람들을 실명의 위기에서 구해줄 안과병원을 비롯한 수천 개의 사회적기업이 변화시킬 지구의 놀라운 미래를 미리 보여준다. 유누스 박사가 가진 두 번째 큰 꿈은 보다 인간적인 새로운 자본주의를 위한 선구적인 모델제시이다.

사회적기업은 전통적인 이윤극대화 기업과 경쟁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고품질의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대비한 뛰어난 가치, 경쟁자와 같은 혹은 더 나은 편의성을 제공해야 한다. 단지 좋은 사람들이 선의로 운영한다고 해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오직 최선을 다해 고객을 확보하고 충성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재정적인 성공을 거두어 원래 취지대로 사회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즉,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자신을 돌볼 뿐 아니라 세상의 안녕에 기여할 수 있는 내재적 역량을 갖고 있다. 그라민은 인간의 창의성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주었다. 그래서 배고픔과 가난의 불행에 시달리도록 태어난 사람은 한명도 없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빈곤에서 구제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들이 에너지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면 빈곤은 아주 빨리 사라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