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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누스 박사의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주목한다 - 정명기(한국마이크로크레디트신나는조합 이사장)

 

 



유누스 박사의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주목한다



 



정명기



한국마이크로크레디트신나는조합 이사장



 



01_전면_정명기_유누스 박사의 사회적기업가 정신에 대한 고찰.jpg



 



한국의 사회적기업은 2007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2014, 햇수로 8년째에 접어들면서 인증사회적기업은 1000개 이상이 되었습니다. 사회적기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론과 사람이 거명되고 있으며, 개중에는 다른 나라의 사회적기업 성공 사례와 사회적기업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시초이자 그라민 은행의 설립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 교수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필자는 201311월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티센터에서 열린 제5차 국제 사회적기업 정상회의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한국 사회적기업 육성과 발전에 있어 유누스 교수의 사회적기업 운동을 배우고 세계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하여 한국의 사회적기업도 함께 연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2006년 한국마이크로크레디트신나는조합(이하 신나는조합’) 이사장의 역할을 감당하면서 유누스 교수의 영향을 받고 사회적기업가 정신에 주목하였습니다. ‘사회적기업가 정신의 특징은 한두 가지로 요약할 수 없지만 일관성 있는 삶의 자세와 활동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을 언급하려고 합니다.



 



첫째,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입니다.



유누스 교수는 1974년 방글라데시 대기근으로 치타공 대학 주변 조부라 마을의 주민의 빈곤 문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가난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처음에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접근을 합니다. 빈민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돈이 필요한데, 당시 상업은행은 담보능력이나 보증인이 없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부했습니다. 이와 같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빈민도 이용할 수 있는 대안은행을 만들게 됩니다.



 



무함마드 유누스 교수가 사람을 사랑하고 신뢰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라민 은행을 설립하고자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반대를 하거나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유누스 교수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사람 속에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보았고 신뢰하는 마음을 놓지 않았습니다. 굳건한 사랑과 신뢰는 1983, 그라민 은행이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돕는 법제화한 제도로 의회에서 승인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둘째, 현장 중심, 아래로부터 이루어지는 지도력을 존중합니다.



유누스 교수는 은행을 설립할 때부터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계획을 먼저 만들고 이것을 적용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빈민의 필요와 요구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이와 같은 태도는 사회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원칙입니다. 삶의 문제, 빈곤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학문이 있고 법과 제도가 있으며, 은행과 학교 등이 필요한 것인데 관행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은행이나 정부 기관이 고객이나 국민 위에 군림하려고 하거나 관료적인 방식으로 다스리고,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유누스 교수가 그라민 은행을 세우고 새로운 지역에 지점을 만들어 나갈 때 많은 저항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점장으로 일할 실무자를 선발하여 훈련시킨 후 새로운 방식으로 지점을 운영하도록 하였습니다. 진정으로 주민 중심, 고객 중심의 자세를 유지하면서 창의적인 방법으로 고객의 요구에 응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사회에서 무시당하던 여성이 회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하였습니다. 그라민 은행은 빈민이 주인인 은행입니다.



 



셋째, 개인주의적인 리더십이 아닌 팀 리더십을 강조합니다.



개인이 지닌 창조성과 잠재력을 인정하지만 그라민 은행을 운영하거나 사회적기업을 설립하여 운영할 때는 개인의 주장보다는 팀원의 협력과 협동을 강조합니다. 그라민 은행이 지금까지 성장해 오면서 함께 세운 사람의 역할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1976년 시작부터 교수와 학생의 사제지간, 동료 교수와의 관계는 40년이 가까운 지금까지 서로 신뢰하며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협력할 수 있었던 것은, 일 중심의 관계보다는 사람중심의 관계를 중요시하면서 함께 팀워크를 이룸으로써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사람에게는 이기적인 본성이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문제가 될 경우에는 인간관계보다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 집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의 탁월한 리더십의 영향도 있겠지만, 팀원 전체가 함께하는 리더십을 이룰 때 그 공동체는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넷째, 미래지향적입니다.



그라민 트러스트는 그라민 은행 모델을 적용할 때 나라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 여러 나라의 각기 다른 상황과 환경에 따라서 새로운 모델을 창조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도하는 기구입니다. 그라민 트러스트에서 주관하는 교육이나 훈련 프로그램 또는 컨설팅 과정을 살펴보면 대안은행을 설립하려는 주최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성공모델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과 유연성을 갖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하여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더 나아가 젊은 창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여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75세의 유누스 교수이지만 함께 일하는 실무자 가운데는 40대 중반의 경영인이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라민 은행이나 사회적기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인은 젊은이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마지막으로, 낙관적으로 비전을 추구하는 사회적기업가 정신입니다.



유누스 교수는 세계의 빈곤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꿈과 비전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가 제시한 목표 연도는 2050년입니다. 그때까지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빈곤은 인간이 해결 할 수 없는 운명의 문제가 아니라 만들어진 문제이기 때문에 노력에 의해서 해결 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유누스 교수는 인간이 지닌 이타적 성격을 발전시킨다면 오늘날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문제를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의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그는 현실주의자가 아닌 낙관주의자요, 꿈꾸는 이상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와 함께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유누스 교수의 말과 행동이 갖고 있는 진실성, 인간에 대한 신뢰와 빈민에 대한 사랑, 열정을 보면서 그 신념을 함께 나누게 됩니다. 유누스 교수가 보는 비전을 함께 공유하면서 힘을 얻습니다. 자본주의의 실패를 보고 인류를 위하여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새로운 자본주의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모습에서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