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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과 연대의 철학, 캐나다의 사회적기업


다양성과 연대의 철학, 캐나다의 사회적기업

 



캐나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꾸준히 경제발전에 힘쓰면서 동시에 의료, 교육 등 국가 사회복지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성공한 나라이다. 사회복지 시스템이 구성되면서 노동조합, 협동조합, 신용조합 등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한 사회연대가 이루어졌다. 지역 경제 개발은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 사회적인 가치 실현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인해 높은 실업률이 발생하면서 캐나다 복지정책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캐나다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사회서비스 영역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을 축소하고 캐나다 전역에 민간영역의 역할을 확장한 것이다. 이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사회적 가치에 대한 시민사회의 연대와 공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 시민 간의 협동과 연대가 왜 중요한지 캐나다 사회는 오랜 시간 동안 논의했고 실험했다. 철학이 만들어졌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흘러나왔고 존중받았다. 이 지면에는 캐나다의 많은 사회적기업 중 작은 아이디어로 혁신을 이룬 사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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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가구와 집에 새 생명을, Furniture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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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niture BankAnne Schenck 수녀가 1998년 캐나다 토론토에 기반을 두고 설립한 사회적기업이다. Anne 수녀는 몇 년 동안 피난민을 위해 가구를 수집하였으나 머물고 있던 난민센터가 폐쇄되면서 이를 사업으로 발전시키기로 했다. Furniture BankAnne 수녀의 생각에 공감한 사회적기업가가 참여하여 문을 연 사회적기업이다. 버려진 가구를 모아 재활용하고 이를 팔거나 기증한다는 한 수녀의 작은 생각은 캐나다를 대표하는 우수 사회적기업 중 하나로 자라났다.



 



주요 사업은 중고가구 재활용 및 기증으로, 폐가구를 재활용하여 이재민, 장애인 등 가구가 있어야 하는 사람을 지원하고 사회적응, 직업훈련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온타리오 주 정부, 이민기관, 주택기관, 민간단체 등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하게 자원이 배분될 수 있도록 협력 체제를 갖추고 있다. 특히 주 장애인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200712명의 장애인을 도운 것을 시작으로, 2012년에는 1800명의 아동을 포함한 2739개 가정을 지원했다.



 



가구 재활용을 통한 환경, 고용문제 해결에 최우선을 두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구의 수거, 수리 과정에서 사회적응 및 직업훈련 차원으로 취약계층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킨다. 가구 기증자와 기증받는 사람 모두 비용을 부담하게 하여 수익을 내고, 세금공제 영수증을 발행함으로써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정기 경매를 열어 일반인에게도 중고 가구를 판매하는 등 다양한 판로를 마련하여 지속 가능한 성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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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통합하는 도시락, Santropol roul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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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사회적 경제 정착지로 잘 알려진 캐나다 퀘백 주에서도 어두운 시간은 있었다. 90년대 초반 높은 청년실업과 학업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비정부기구가 힘을 합쳤지만 잘되지 않았다. Santropol roulant는 힘든 시간 속에서 긍정을 믿은 두 청년이 이루어낸 기적 같은 기업이다.



 



1995, 캐나다의 청년실업률은 최고조에 도달했다. 스물다섯의 Chris Godsall, 스물일곱의 Keith Fitzatrick 두 청년은 지역의 젊은이가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지역에는 노인만 남겨지는 것을 보고 문제의식을 느꼈다. 돌봐줄 사람이 직장 문제로 고향을 떠나서 남은 것은 연고자가 없는 홀몸노인이었다. 끼니를 대충 때우거나 거른 노인은 영양실조로 고통받았고, 돌봐줄 손길은 너무나 부족했다. ChrisKeith는 이들을 돌보면서 직업경험을 쌓을 방법을 의논했고, “자전거로 도시락을 배달하자!”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두 젊은 사회적기업가는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둘러보며 이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직접 만든 친환경, 유기농 도시락을 배달하였다. 창립자를 비롯한 실무진, 자원봉사자 모두 지역사회의 젊은이로, 대학 주변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 청년의 마음을 사로잡고 노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큰 역할을 하였다. 세대 통합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Santropol roulant25~85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으며,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친환경 도시락 제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를 전혀 만들지 않고 오염 방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렁이를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들고, 옥상 정원과 대학에서 재배한 유기농 채소를 재료로 사용하며 자전거 또는 친환경 자동차로 도시락을 배달하는 등 특유의 에코 시스템을 구성,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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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에 꽃핀 예술, La To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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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폴 플라이쉬만의 소설 <작은 씨앗을 심는 사람들(Seedfolks, 2001)>은 미국 슬럼가의 거대한 쓰레기장이 한 소녀의 강낭콩 씨앗으로 인해 변해가는 모습을 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캐나다의 사회적기업 La Tohu의 이야기는 마치 이 소설을 다시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소녀가 쓰레기장에 심은 것은 강낭콩이 아니라 예술이었다는 것이다.



 



캐나다 퀘백 주 몬트리올 북부 외곽, 생 미셸 지역은 석회석 채석장이었다. 몬트리올 시의 거의 모든 현대 건축물이 생 미셸의 석회석으로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막대한 양의 석회석이 매장되어 있었다. 그러나 결국 한계가 왔고, 석회석이 나오지 않게 되자 시는 주민과 협의 없이 쓰레기 매립지로 만들었다. 매립된 쓰레기 중에는 4천 톤 이상의 독성 물질도 포함되어 있었고, 결국 지역 자체가 폐쇄되어 황폐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는 황폐한 땅은 결국 범죄의 온상이 되었고, 슬럼가가 만들어졌다. 망가진 고향을 떠나려는 주민을 붙잡은 것은 이 지역 출신의 여성 무용가였다. 절망이 둥지를 틀고 도사리는 쓰레기장에 위대한 예술의 장을 세우려는 이 계획은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다. 무모한 것은 계획만이 아니었던 것인지, 그녀에게는 동료가 있었다. 이들은 이후 La Tohu라 불리는 기업의 설립자가 되었다.



 



La Tohu는 먼저 몬트리올 시와 협의하여 지하에 매립된 오염수를 정화하고, 독성 물질은 화력발전의 연료로 사용하는 시설을 만들었다. 재원은 주 정부, 대규모 노조, 금융 협동조합이 연대하는 노동연대기금을 통해 지원받았다. 주변 지역 1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친환경 대규모 공연예술장을 세웠다. 1984, La Tohu의 설립자 중 한 명인 Guy Laliberté가 자신의 서커스 회사의 본부를 생 미셸로 옮겨왔다. 국립 서커스 전문대학도 세웠다. 생 미셸과 La Tohu<태양의 서커스>의 산실이 되었다.



 



La Tohu는 서커스, 지구, 인간 세 가지로 자신들의 사명을 설명한다. 서커스를 통해 지구와 인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의 길을 모색한다는 La Tohu는 극적인 창립 신화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생 미셸 지역에서 실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역 경제의 몰락으로 거리에 내몰리거나 학업에서 이탈한 청소년들은 La Tohu가 제공하는 직업교육의 대상이다. 재능과 열정이 있는 청소년은 La Tohu에서 전문 교육을 받고 예술가나 공연 스태프가 될 수 있다. 다른 꿈을 가진 청소년들은 희망을 품고 학교와 가정으로 돌아가고 있다. 청소, 방역, 건설 등 다른 분야의 사회적기업과도 연대하여 지속적인 고용 창출을 이끌어내며 지역사회를 살뜰하게 보살피고 있다. 거대한 한 기업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고 연대하여 더 큰 힘을 끌어내는 것이다. La Tohu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연대하는, 캐나다 사회적기업의 표본이다.



 



 



2013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사회적경제포럼에서는 캐나다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캐나다는 갑작스러운 사회 변화와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여 사회적 경제라는 방법으로 혁신을 이루는 것에 성공했다. 이제 캐나다는 이 새로운 전통을 어떻게 유지하고 후대에 물려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가히 본받을 만한 선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들의 시스템과 정책을 배울 수도 있고, 시민들이 사회적 경제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인식하는지 관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경제의 토대에 철학이 있다는 것이다. 다양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캐나다의 경제 철학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함께 잘 살자는 것. 이 간단한 논리를 사회 전반에 이해시키기 위해 캐나다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2014년 대한민국, 응답하라. 우리는, 함께 잘 살려 하고 있는가?



 



장이슬 기자



Leeseul@k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