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7 (금)

  • 구름많음춘천 12.8℃
  • 구름많음서울 16.8℃
  • 구름조금인천 16.5℃
  • 구름조금원주 14.7℃
  • 구름조금수원 17.4℃
  • 구름많음청주 18.3℃
  • 구름많음대전 18.4℃
  • 흐림포항 17.3℃
  • 구름조금군산 18.9℃
  • 구름많음대구 16.9℃
  • 구름조금전주 20.2℃
  • 구름많음울산 17.3℃
  • 구름많음창원 20.4℃
  • 구름조금광주 19.1℃
  • 구름많음부산 19.6℃
  • 구름많음목포 19.1℃
  • 구름많음여수 19.2℃
  • 구름조금제주 21.3℃
  • 흐림천안 17.7℃
  • 흐림경주시 14.9℃
기상청 제공

사람과 자연이 있는 공정여행 - 안양대학교 우수연구 특별기획 ④ 관광 사회적기업 분석

사람과 자연이 있는 공정여행

안양대학교 우수연구 특별기획 - 관광 사회적기업 분석



 



누가 이익을 얻는 여행인가?



낙후된 지방 소도시를 살리기 위해 어떤 정치가가 이 도시를 현대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도록 재미있고 깨끗한 관광지로 만들자라고 주장한다. 그 말을 들은 한 청년이 반문한다. “이 도시에는 젊은 사람이 없는데, 나이 든 어른들도 사업 대상이야?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새로 만든 관광 시설에서 일할 수 있어? 그 관광지는 어디에 세우는데? 새로 상권이 만들어지면 이미 그 근처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정치가가 말을 잇지 못하자 청년은 일갈한다. “네 정책에 이 도시 사람들의 삶은 없어!” 일본의 만화 <쿠니미츠의 정치>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정치가를 여행사업자로 바꾸면 근래 불기 시작한 공정여행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훌륭한 장면이 된다.



 



소셜 커머스 등지에서 팔리는 초저가 패키지는 대부분 옵션투어. 얼핏 보면 무척 저렴해보이지만 쇼핑 강매, 현지 한국인 업체와의 뒷거래 등 낱낱이 따져보면 패키지 상품이 아니라 혼자 계획해서 다녀온 것보다 훨씬 비싼 것이 그 실체이다. 이런 여행은 현지의 경제와 환경, 인권까지 위협한다. 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인간의 행동은 책임을 동반해야 한다. ‘윤리적 소비여행상품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여행상품은 공정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정여행이란 1988년 영국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명소를 둘러보다 가는 단순 여행에서 벗어나현지인들과 직접 소통하고, 그들에게 수익을 줌으로써 지속 가능한 여행문화를 만들자는 운동이다. “지역에 직접 수익을 주고, 자연을 존중하며 사람을 보호한다로 요약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사회적경제가 주목받으면서 공정여행 시장도 함께 발생했다. 2009년 설립된 트래블러스맵을 시작으로 공감만세등이 시장을 개척했고, 협동조합이 부각된 2013년 즈음에는 현지 사업자들이 관광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공정여행업계의 스티브 잡스, 트래블러스맵



 



33_7_트래블러스맵.jpg 



33_7_트래블러스맵2.jpg



 



2009년에 설립된 트래블러스맵은 여행부문 1호 사회적기업으로, 일반에 가장 잘 알려진 사회적기업이자 공정여행사의 표준 모델이다. 2014년에는 대표 공정여행사로 꼽히는 이들이지만 막 설립되었을 때 트래블러스맵은 여행사로써 갖춰야 할 지식조차 없는 상태였다. 항공권을 어떻게 발권하는지, 여행사 등록은 어떻게 하는지, 상품 개발이나 가격 책정 등에서도 백지였다. 실패를 겪었고, 기존 덤핑 여행상품에 익숙해진 소비자에게 그 장점을 알리지 못해 모객도 잘 되지 않았다. 여행사로서는 치명적이었지만, 몇 차례 위기를 겪고 난 후 경영에 요령이 생기자 여행사답지 않은트래블러스맵의 상품은 독특하고 재미있다”, “색다른 매력이 느껴진다등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상품 이용객의 절반이 또 트래블러스맵을 이용하고 기존 이용객이 새로운 고객을 데려오면서 규모가 커졌다.



 



트래블러스맵은 특산물, 지역단체 등 현지의 장점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도록 여행을 기획한다. 또한 인권과 동물의 생존권을 동등하게 생각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여행자의 돈이 지역의 어디로 유입되고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투명하게 밝히며, 가능한 현지인이 운영하며 환경을 위하는 업체를 파트너로 선정한다. 현지 출신 가이드를 고용하고 공정한 임금을 지급하며, 환경폐기물 발생을 가능한 최소로 하고 여행자의 규모도 최대 15~20인 이내로 한정하여 대인원으로 인한 자연 훼손이 일어나지 않도록 배려한다. 트래블러스맵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자연을 보호하며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등 공정여행의 교과서라는 호칭을 받을 자격이 있는 회사이다.



 



여행은 가는 것이 아니라 하는, 공감만세



 



33_7_공감만세.jpg



 



2010년에 첫 발을 뗀 공감만세는 공정여행을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지구와 지역이 미소짓는, 고민하고 상상하고 배우는 여행이라고 정의한다. 공감만세의 여행은 보다 적극적으로 현지인과 관계를 맺고 체험하는 상품이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의미심장한 문구이다.



 



20대 청년들이 지역에서 의기투합하여 만든 사회적기업 공감만세는 지역마다 10개의 단체와 함께 공정여행 공동체를 만들고, 6개월 간 10회의 답사, 100회 회의를 통해 여행상품을 개발한다. 여행상품의 매출 90%는 현지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이익의 10%는 환경단체에 기부하며, 현지 상품 운영을 위해 10명의 현지인을 직접, 간접적으로 고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여행상품 개발 교육, 강좌와 기타 문화행사 기획, 마을만들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야심찬 항해를 하고 있다. 2012년 한국관광공사 창조관광 우수상을 수상했고, 201312월에는 세상 콘테스트에서 그 저력을 인정받았다.



 



사회적기업의 근본적인 뜻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리활동을 펴는 기업이라고 본다면, 공감만세는 이 뜻에 가장 잘 부합하는 기업이다. 공감만세는 기업의 발전 방향을 총 4단계로 본다. 첫 번째는 청년모임 형태로, 공정여행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은 청년들을 모아 두 번째 단계인 사회적기업으로 나아간다. 현재의 공감만세는 이 단계에 있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세 번째 단계가 되면 청년 국제기구를 만든다. 전 세계 청년들과 함께 공정여행을 통해 빈곤 등 국제 문제를 해결하며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 마지막 네 번째는, 놀랍게도 해체이다. 공정여행이 보편적인 여행 방법으로 자리 잡으면 사회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보고 각각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2014년 현재까지, 이 정도로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기업의 해체를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기업은 공감만세가 유일하다.



 



풍차와 거인, 그리고 말



트래블러스맵이 처음 태어난 2009, 공감만세가 설립된 2010년에 비교하면 공정여행의 인지도는 제법 넓어졌다. 한국관광공사는 공정여행팀을 꾸려 적극적으로 의견을 반영하고 있으며 관련 다큐멘터리와 책도 조금씩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 세계 공정무역의 날에 맞춰 공정무역, 공정여행상품 등을 시청에서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치로 보면 아직도 턱없이 미미하다. 한국관광공사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해외 여행자 수는 949만명(2009)에서 1373만명(2012)으로, 국내 여행자 수도 3120만명(2009)에서 3501만명(2011)으로 여행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여행 비율은 미미하다. 2011년 트래블러스맵을 통해 국내외로 공정여행을 다녀온 사람의 수는 3천 명 정도이다.



 



1%도 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유지되는 시장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홍보가 부족하여 모르는 기업 상품이라는 선입견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 외에도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는다. 상품 자체가 환경 보전을 이유로 여행에 참여하는 연령층과 인원을 줄이는 데다가, 이미 기형이 된 패키지 여행 상품 때문에 소비자들의 눈이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공정여행사는 수익 창출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형이 표준이 된 여행 시장에서 분투하는 공정여행사들은 마치 타인의 눈에 풍차로 보이는 거인에게 맞서는 외로운 기사와 같은 모습이다. 거인 뿐 아니라 풍차를 상대로 뭘 하느냐는 세간의 비웃음과도 싸워 버텨내야 한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관광공사에서 공정여행, 지속가능한 여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사 내에 공정여행팀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도 창조경제를 강조하면서 그 사례 중 하나로 공정여행을 꼽기도 했다. 시장 상황과 비교하면 정부 차원의 홍보는 아직도 너무 부족하지만, 그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것 자체가 큰 발전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정부와 기업이 계속해서 공정여행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기업들이 희망을 놓지 않는다면, 그 다음은 시장을 만들고 상품을 선택하는 권한을 가진 소비자의 차례이다.



 



풍차가 사실은 거인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이제 세상을 구하는 여행을 떠나보자. 여행길에 공정여행 사회적기업이라는 튼튼한 말 한 필을 데려간다면 세상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강현서, 강효정, 권혁준, 박민영,



신용석, 심수정, 장소희



지도교수 고재철



안양대학교



 



 



 



본 기사는 안양대학교 20141학기 사회적기업과목에서 학생들이 제출한 우수 보고서를 바탕으로 장이슬 한국사회적경제신문 기자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