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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흙내음이 피어나다 - 안양대학교 우수연구 특별기획 ③ 영농 사회적기업 분석


 

다시 흙내음이 피어나다



안양대학교 우수연구 특별기획 - 영농 사회적기업 분석



 



영농 사회적기업의 특징



사회적기업은 그 자체로 독특하지만, 영농 사회적기업은 더욱 독특하다. 과거 농어촌공동체회사’, 현재는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예비사회적기업혹은 영농 사회적기업이라 불리는 이들은 농어촌 지역과 주민을 중시하여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의 원론적 의미에 가장 가까운 기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국내 영농 사회적기업은 친환경 유기농법의 연구와 보급, 안전하고 맛좋은 먹거리 기부 등 농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농어촌의 취약계층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듬고 지원하는 친지역적 성격을 지니며, 농산물에 대하여 정부 공인 인증제도보다 엄격한 기준을 구비한 것이 특징이다.



 



농업의 위기



하나같이 주민을 위하고 상품도 훌륭하지만, 여태의 농업 정책이 그렇듯 보다 피부로 느껴지는 영농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이다. 일례로 우선구매제도를 들 수 있다. 식품이 주력 상품인 영농 사회적기업은 지자체 우선구매제도의 혜택을 직접적으로 입지 못한다. 학교급식 입찰 등은 지자체 교육청의 재량이며, 20146월 기준으로 관련 조례를 제정한 곳은 인천교육청, 부산교육청, 광주광역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단 4곳이다. 그나마도 이 4곳 중 2012년 기준 경지면적당 농림예산 상위 20위에 든 지자체는 한 곳도 없으며, 대부분은 유통계 사회적기업과 계약한 뒤 유통기업이 다시 영농 사회적기업과 제휴를 맺어 식품을 납입하는 형태이다. 이래서야 종전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설령 모든 교육청과 지자체 단체급식에서 현지 영농 사회적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우선구매제도를 정착시켰다 해도, 현행 우선구매제도가 복잡한 신청 절차로 악평이 자자한 나라장터를 위주로 돌아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농어촌의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이에 따라 영농 사회적기업, 마을기업에 홍보 블로그나 쇼핑몰 웹사이트를 만들어주는 사회적기업이 있을 정도로 정보격차현상이 심각하다. 컴퓨터를 통한 지문인식으로 1차 인증, 공인인증서로 2차 인증을 하고 난해한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 나라장터는 가뜩이나 노동력도 부족하고 고령화한 현대 농어촌에게 너무 먼 이야기이다. 2014년 하반기 국회에서 농업경쟁력을 제고하고 OECD 최하위 식량보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농업농촌기본법을 개정할 때 이 부분도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농촌의 정보격차 문제는 노동력 부족에서 기인한 바가 크므로 비단 사회적경제 뿐 아니라 국가의 식량안보, 농업진흥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대응책을 수립해야 한다.



 



다시 흙내음이 피어나다



요컨대, 영농 사회적기업의 강점과 약점은 현대 대한민국 1차산업의 능력과 위기를 뚜렷이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시장 상황은 한국 영농업에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로 인해 실날같은 희망이 보인다. 웰빙, 로하스 열풍으로 삶의 질을 중시하는 풍토가 확산되면서 귀농을 동경하고, 설령 직접 내려가지는 못해도 주말농장이나 산림욕, 생태체험 등 자연을 느끼고 아이에게 흙내음을 맡게 하고픈 사람들의 마음이 시장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거기에 도호쿠 대지진과 서울시내 방사능 검출, 황사, 미세먼지 등 환경의 변화로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가 생겼다. 2014년 초부터 제과, 유제품가공 분야 대기업의 비도덕적 행태가 불거지면서 먹거리 시장에도 도덕적, 윤리적 소비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농업 사회적기업이 건실한 재정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전략을 모색하고, 기술 개발과 영업전략 개선을 통해 지속적인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노력이 더해진다면 우리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하늘과 땅을 떠받치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기업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큰 살림, 한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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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하나의 큰 살림으로 함께한다는 뜻을 담은 이름을 가진 작은 쌀가게는 20132월 말 2천여 농민생산자, 37만 세대의 소비자조합원, 전국 160개 매장과 130량의 공급차를 지닌 거목으로 성장했다. 한살림은 한국 소비자생활협동조합운동의 모델이자 역사가 가장 오래되고 조합원 수도 가장 많은 협동조합이다. 박재일 회장에 이어 현재 김민경 회장이 한살림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오랜 시간 동안 한살림은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기업,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며 지구를 보호하고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기업, 대주주가 아닌, 조합원 모두가 주인인 협동조합이 그 원칙이다.



 



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를 통한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이윤의 일부분은 생산자에게 배분하고 있다. 상품을 사고파는 것 대신에, “정성껏 만들어서 공급하고 정당한 값을 치르고 이용한다고 표현하는 것에서 이런 한살림의 구조가 잘 드러난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기 때문에 한살림의 공급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다. 물품이 물류센터에 입고되면 반드시 현장에서 점검하는 것은 기본이고, 지난 도호쿠 대지진 이후 소비자 사이에서 큰 논란을 불러온 방사성 물질 정밀검사 및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생산지에 대해서도 잘 관리하고 있다. 마을 지역 단위의 생산자 공동체 조직을 독려하고 조합원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도우며 또 생산지를 수시 방문해 지역에 어떤 일이 있는지 파악하는 등 철저한 관리를 기하고 있다.



 



한살림의 가장 큰 장점은 이와 같은 관리 및 조합 구조라 볼 수 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작은 경제를 만들며 사회에도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다만 모든 협동조합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무임승차 및 주인의식 결여로 인한 무책임한 생산/소비의 덫에서 한살림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한 한국 사회적경제계의 공통적인 문제인 자금 동원의 어려움, 운영능력 부족, 갈등조정의 미숙함 등이 약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는 점차 다원화하고 있고, 도호쿠 대지진으로 인한 소비 불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위기가 도래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정체성이 확고하고 완충지대로써의 역할을 수행하는 한살림의 역할은 사회적경제계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생명을 살리는 숨소리, 흙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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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흙살림(대표 이태근)’흙이 살아야 농촌도 산다라는 뜻이다. 유기농 농업기술 연구, 개발, 유기농 농산물 유통 및 판매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흙살림은 사단법인과 주식회사 두 분야로 나눠져 있다. 흙과 농업과 환경을 위한 기업, 농민과의 상생을 추구하는 기업, 종자 개량보다 토종을 추구하는 기업임을 천명하는 흙살림은 지렁이, 우렁이 등 생물을 사용하는 한국 고유의 유기농법을 고수하고 있으며 독자적인 유통채널을 확보하여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흙살림 식품은 정부 인증제도보다 기준을 엄격하게 잡으며, 그렇게 통과한 식품이 소비자의 식탁으로 배달된다. 또 귀농인구의 안정적인 정착과 성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몇 안 되는 사회적기업 중 하나이다.



 



 



전통 유기농법의 고수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것이 위협요소 중 하나이다. 유기농법은 관행농법보다 수확률이 더 떨어지고 그만큼 경제성에서 손해를 보는데, 이를 보충할 새로운 유기농법에 대한 연구가 인력과 재원의 부족으로 진전되지 않고 있다. 요컨대 유기농의 위기와 단점이 곧 흙살림의 위기와 단점으로 연결된다는 것인데, 그 일례로 2013JTBC <신의 한수>에서 유기농법 채소가 일반 식품보다 비위생적이라는 주장을 한 중앙대 식품공학부 박모 교수의 발언 때문에 유기농 채소에 대한 선입견이 퍼지면서 흙살림 및 기타 영농 사회적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이에 관하여 환경농업단체연합회, 농촌진흥청, 한국농어민신문이 나서서 유언비어 진화에 나섰으나 한 번 퍼진 선입견은 일소하기 어렵다. 다행히 2014년 들어 농산물 직거래 사업이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했고, 또 귀농인구의 꾸준한 증가로 시장이 어둡지만은 않으므로, 중국산 유기농산물에 대한 대책을 잘 세우면 시장 전망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연구자_김석범, 윤현민, 홍하니, 이경수, 문수진, 남도희, 임한나



강의교수_고재철



안양대학교



교정_장이슬 한국사회적경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