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문화 정책을 통해 본 문화예술단체의 현실
작금의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 대한 우려들은 사회의 전반적인 부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 위기 속에서 프랑스나 독일에 비하면 직접적 경제적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하며, 국가부채 비율도 상대적으로 낮은 네덜란드의 경우에도 지난 2010년부터 정부 예산을 꾸준히 줄이지 않을 수 없었고, 그 첫 번째 타켓이 된 분야가 바로 “문화예술”분야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삭감 조치를 통해 그동안 정부 지원금에 기댄 채 경제적 활동에 소극적이었던 문화예술 분야에 경쟁의 동기를 부여하고 방만했던 재정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지만, 갑작스럽고 급격한 지원금 감소로 인해 네덜란드의 문화예술계는 크나큰 혼란에 빠졌다. 특히 정부 지원금이 필수적인 공공박물관, 발레극단, 오케스트라 등에서는 단체의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정책상 복지(문화예술 분야 포함)와 성장의 균형은 주로 ‘정부 예산 편성’과 관련되는데 정부는 건전 재정의 틀을 유지하면서 세입 예산과 세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정부가 지나치게 ‘사회복지’에 돈을 투자하면 그리스·이탈리아와 같은 방만한 재정 악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경제성장에 관련된 분야에만 예산을 편성할 경우 성장의 결과와 평등이 국민에게 고루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문화예술 분야 재정지원 삭감을 통해 문화예술계에 생존본능을 살리고 경쟁의 요소가 살아나는 긍정적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보았으나 재정지원 삭감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대립되고 있다.
우선 문화예술 분야 재정지원 삭감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중 6명이 찬성하였다. 그 이유로 첫째, 국가적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이 예술인을 나약하고 경쟁력 없이 만든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으며, 둘째, 정부에 예술인으로 등록되어 있으면 일을 하지 않아도 예술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한 달에 100여만 원에 가까운 돈을 받을 수 있고, 셋째, 국가의 지원이 그것을 악용하는 예술가들을 무더기로 양산해 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처럼 예술지원금은 소위 ‘무위도식’하는 방만한 예술가들을 부추겨 온 것이 사실이고 예술가들 사이에서 창의적이고 경쟁적인 동기를 상실케 하는 원인으로 지목받아왔다. 이러한 이유로 예술가들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일 먼저 예술분야에 있어 정부는 재정삭감의 칼을 들었다.
예술가의 ‘지원받을 자격’을 가리는 문제는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복지 지원이 잘 되어 있는 나라를 비롯하여 어느 나라나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소극적인 예술인의 숫자를 키우는 데에 크게 공헌을 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와 정치적 행정으로 문화행사를 급조해 예산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국민의 세금을 떼어다가 일부 문화예술 감상자들을 보조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로써 예술가들은 기업가들 못지않게 자신의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달리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예술시장에서 예술기업가 정신을 향상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재정지원 삭감에 반대하는 입장에선 첫째, 처음 4년간 예술인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정부가 지원금을 제공해 주는 방식은 수많은 창의적·혁신적 예술가들에게 초기 정착금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줌에 따라 네덜란드는 둠바, 렘 쿨하스, 드룩, 토털 아이덴티티 등과 같은 유명한 디자이너 및 디자인 회사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세계적 예술가들을 배출하였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둘째, 간접 지원금의 대표적인 예로 부가가치세(Value Added Tax, VAT)를 꼽을 수 있는데 정부는 부가가치세에 문화예술 분야를 포함시켜 놓아 재정을 충당해 왔고, 셋째 비정부기관으로부터의 펀딩을 받는 방법으로 개인은행이나 여러 기관들을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 재정지원 삭감이 유럽의 경제 위기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것을 재정지원 삭감 반대자들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은 태생적으로 대다수의 예술가들이 가난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이는 많은 예술가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그들의 작품 활동에만 매진하기 힘들어 질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예술분야 지원 삭감은 궁극적으로 예술분야에 있어 정부 지원의 삭감은 장기적 시각에서 보면 문화예술 분야를 수축시키고 왜소하게 만들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상황은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계가 처해있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총 예산안 중 문화예술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이는 선진국득의 2~3%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불황 속에 점차 문화예술계에도 민영화 및 지원 삭감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여전히 사회적 인식이 문화예술 분야를 예산 낭비를 하는 분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운영방침을 먼저 내세울 경우 돈이 되지 않는 종류의 예술에 얼마나 관대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문화예술단체들은 문예진흥기금 등 공공지원금에 크게 의존해왔다. 그러나 문예진흥기금이 점차 고갈되어가고 있는 실정에서 더 이상 공공지원금에만 매달리기 보다는 예술단체의 생존과 재생산을 도모하고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단체의 사업수입금(공연·전시 티켓판매 수입금 등)외에 민간기부금을 모금해야 한다. 단체의 창립취지 및 미션의 공감대 형성을 통해 상호보완적인 가치의 교환을 제시함으로써 기업의 지원을 끌어내거나, 개인 후원자들을 폭넓게 발굴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등 다양한 민간재원 개발 차원에서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끌어오는 일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펀드레이저(Fund raiser)가 필요하다.
따라서 문화예술단체들이 스스로 안정적이고 활발한 민간 재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국내외 문화예술단체의 조직구조 비교 및 외국의 모금전문가 교육과정에 대해 연구하고, 재원조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예술분야 재원조성 관련 교육을 통한 재원조성 전문가의 육성이 요구된다.
정현구
국제문화개발연구원 부원장
코리아네오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