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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도의 어울림, 수도권 문화포럼이 필요하다.

서울-경기도의 어울림, 수도권문화포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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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영 걸



서울대학교 교수, 서울대학교 미술관장



 



세계화의 영향으로 지구촌에는 국가 간 경쟁을 넘어 도시 및 지역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의 수도와 수도권역의 경쟁력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견인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국가의 영향력은 약화되고, 대신 수도권이 힘을 발휘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수도권의 경쟁력은 인구, 면적 등 양적 규모로만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여건과 주민의 생활환경, 방문객과 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 그 지역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창의계급의 수준, 혁신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지역공동체의 문화적 역량, 그리고 새로운 사업모델, 새로운 문화형태, 새로운 기술, 새로운 예술을 발흥 시킬 수 있는 잠재력 등으로 설명되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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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1980년대에 보수당의 마가렛 대처가 수상에 취임하자, 국영기업이 민영화되고 제조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경제체질이 바뀌면서 국가경제가 되살아났습니다. 그러나 ’90년대에 성장에너지가 고갈되자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영국정부는 전통과 문화 예술에 개인의 창의성과 재능을 결합시킨, 이른바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를 육성하였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영국의 실험을 지켜보던 세계 여러 나라에서 문화와 창조산업은 이제 중요한 국가 성장동력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선진도시들은 이미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도심과 부도심의 재편, 도시경제 활성화, 도시재생 등의 다양한 시도를 통하여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왔습니다. 특히 문화와 예술에 의해 도시를 되살리고,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성공적인 사례들이 지구촌 여러 곳에 나타나면서, 이를 설명하기 위한 창조도시creative city’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지역주민의 문화적 역량을 끌어내어 독자적인 문화예술을 꽃 피우고, 창조산업을 육성하여 누대를 통해 지켜온 지역의 문화를 보존하는 한편, 지역 곳곳에 격조 높은 문화가 배어 있는 광역 문화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결코 수려한 자연경관과 유서 깊은 문화유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핵심은 이러한 자원을 어떻게 가공하여 그 지역만의 고유한 가치로 승화시켜 나갈 것인가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첫째 남다른 지역문화를 만들어갈 차별화 전략을 집단창의성에 기반하여 수립하는 일이며, 둘째 도시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문화기반의 도시개발을 시민사회의 합의를 통해 추진해 나가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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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으로 대변되는 서울-경기권역은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매력이 집중되어 있는 곳입니다. 매력은 지역 간 경쟁력의 요체입니다. 어느 지역의 문화가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미적 영감을 불러일으킬 때 그 지역은 사람과 비즈니스를 유인하게 됩니다. 한 나라의 수도와 광대역 수도권역의 미적 가치와 문화 향수 기회가 국가의 이미지를 결정합니다. 서울과 경기도의 경관 가치, 수도권 고유의 문화 정체성, 수도권 특유의 컨텐츠를 종합하고 생산 개발할 수 있는 제도의 구비, 서울-경기권에 포진되어 있는 문화예술 전문가들의 협업 능력,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활용을 촉진하는 환경, 시민사회의 능력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문화산업 거버넌스 체제, 나아가 대외 교섭력 등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종합적인 수도권 브랜딩 활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수도권 문화예술의 발흥과 수도권 브랜딩의 추진으로, 수도권의 문화지형이 바뀌고, 인지도가 상승하며, 경제가 활성화되고, 주민들의 긍지와 소속감이 강화될 것입니다. 나아가 마을마다의 공동체가 회복될 것입니다. 종래의 관 주도형 계획이 아닌, 시민과 전문가들에 의한 집단 창의성collective creativity에 기초하여 정교한 브랜딩 기획이 이루어질 때, 새로운 경제 체제 속에서 세계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매력적인 서울-경기수도권문화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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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도로, 공항, 항만 등 물적 인프라스트럭처가 중요했지만, 21세기 이후의 가장 중요한 사회 인프라는 <문화>입니다. 문화자본과 주민의 창조적인 활동이 도시 및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도 서울과 서울을 포위하고 있는 경기도 지방은 이미 수려한 자연자원과 풍부한 문화자산으로 좋은 경쟁의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산을 원료로 하여 수도권문화를 발흥시키는 방법론에 대해 주민에서 행정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일정 수준 전문적인 지식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브라질 꾸리찌바의 시민과 공무원이 하나 되어 지역 환경을 보전하고 문화적 전환을 이루어 나갔듯이, 우리 수도권에서도 합의된 변화가 가능해 지는 것입니다.



이제 문화를 별개의 영역으로 보지 아니하고, 서울과 경기도의 모든 사업과, 시민과 도민 삶의 모든 국면을 문화화하는 지역의 총체적인 '문화적 전환cultural turn'이 수도권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미술관, 음악당, 박물관, 문화회관을 거점으로 하되, 문화예술활동이 그곳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어디에서나 일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연중 문화 프로그램이 편재하는 수도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거리와 광장에서, 수변과 산변에서, 기업 공간에서, 역사(驛舍)와 정거장에서 문화활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모든 공간이 문화마당이 되어야 합니다.



문화의 공공성과 예술의 대중화에 관한 논의는 문화의 분배정의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이제 은 중개자 역할에 충실하고, ‘’, ‘’, ‘이 혼연일체 되어 스스로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들은 날이 갈수록 공공디자인과 공공미술 영역에 뛰어들고자 하지만, 지자체들이 기업의 속성을 두려워하여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제는 지자체와 기업 간의 문호가 열리고, 시민중심의 사고로 양자가 수용성을 높여 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자체와 기업 간의 상호작용을 가로막고 있는 법과 제도의 정비 또한 시급합니다.



 



 



4



 



서울-경기도는 물질적 제도적 통합을 넘어 문화적 융합을 지향해야 하는바, 그 과업은 아래의 이념과 행동강령을 통해 이루어 질 수 있습니다.



 



- 수도권문화는 서울-경기간 기능적 제휴에 그치지 않고, 문화적 융합을 지향해야 합니다.



- 수도권문화는 서울-경기주민들의 선험先驗과 공유된 기억을 찾아 활용해야 합니다.



- 수도권의 모든 공간은 장소마다에 함유된 이야기를 끌어내 지역브랜딩의 원료로 삼아야 합니다.



- 수도권은 장소마다의 장소브랜드가 모여 수도권 브랜드를 이루도록 해야 합니다.



- 수도권문화의 개발은 모든 경우, 스스로의 역사와 문화에 기반하여 이루어져야 합니다.



- 수도권의 모든 문화산업은 수도권을 에서 질’, ‘에서 격으로나아가게 해야 합니다.



 



- 수도권문화의 설계는 세계적인 광역수도권으로의 비전을 실현하는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 수도권의 모든 문화개발 사업은 기획에서 세부까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아야 합니다.



- 수도권의 고유성을 발굴하고 디자인하되, 범세계적 보편성 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 수도권의 문화산업은 세계로부터 사람, 기업, 를 끌어올 수 있어야 합니다.



- 수도권의 문화산업은 지역경제와 국가경제를 활성화하는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 수도권은 문화행동을 통해 시민의 창의성을 지속적으로 계발啓發해야 합니다.



- 수도권의 문화산업은 지자체는 공급자, 주민은 수요자라는 이분법을 떠나야 합니다.



- 수도권문화의 설계와 개발은 주민과 함께 고민하고, 주민참여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 수도권문화의 창달은 민, , , 학 간 협력과 상생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 수도권의 모든 문화산업은 시민을 결속시키고 사회를 통합하는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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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경험에 의하면, 지방행정은 잘게 쪼개려는 속성이 있습니다. 서울만 해도 25개 자치구가 개별 고유성을 개발하고 저마다 개별 도시화하려는 정책을 구사합니다. 현미경적으로 들여다보면 자치구를 형성하는 마을공동체들도 저마다 차별성만을 강조합니다. 열심히 단위 지역사회를 가꾸려는 충정은 이해가 가지만, 이렇게 모두 미분화만 좋아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겠습니까? 모래알만 있지, 우리에게 저 멋진 해변이 있겠습니까? 별만 하나둘 있지, 우리가 아름다운 밤하늘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이제 우리 수도권은 자기성찰과 함께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어야 할 때입니다. 광대역 수도권문화의 이념을 정립하고, 정책을 세우고, 제도를 구비한 후, 통합조직과 인력을 확충하여, 추진전략과 가이드라인에 의해 체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세계 선진도시와 지역의 경험이 말해주듯, 문화와 예술에 의한 지역혁신과 지역통합은 긴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시대와 세대를 넘어 지속되어야 성과가 나타나는, 인내심을 요하는 과제입니다. 또 그것은 제도가 마련되고 투자가 이루어져도 변화는 결국 사람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니, 주민 개개인의 의식과 행태가 변화하지 않으면 무망한 일입니다.



그래서 [수도권문화포럼]이 열매 맺기 위해서는 공동선(共同善)을 향한 민, , , 학의 협력과, 공동체 구성원들의 부단한 교육과 학습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 그것은 시민이든 행정공무원이든 각자의 위치에서 융합적인 수도권문화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인식하고, 삶 속에서 체화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 수도권의 거대한 문화적 전환은 앞서 열거한 목표와 실천 강령 아래, 오래 참음과 기다림 속에 지속되어야 합니다. 정치인과 행정공무원들이 하지 못한 일들을 문화계의 리더들의 참여를 통해 이루어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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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영 걸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 졸업[미술학사]



- 캘리포니아대학UCLA 대학원 디자인학과 졸업[디자인학석사]



- 고려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 졸업[공학박사]



- ‘공간디자인의 언어’, ‘공공디자인행정론’, ‘서울을 디자인한다’, 34편의 저서



- ()한국공공디자인학회 초대회장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14,15) 학장



- 현재, 서울대학교 교수 / 공간디자인, 공공디자인



서울대학교 미술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