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의 시대
공유경제란 무엇인가
공유경제는 2008년 로렌츠 레식 하버드법대 교수가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 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를 의미한다. 대량생산체제 기반의 자본주의와는 달리, 개인이 소유를 하지 않고도 물건을 이용할 수 있는 사회운동 내지는 경제 방식을 통칭한다.
로렌츠 레식 교수는 공유경제를 위키피디아의 예로 설명하였다. 위키피디아는 많은 사람이 키워드에 대한 정보를 직접 작성하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갱신한다. 위키피디아의 예에서 '정보'를 '자신이 소유한 물건과 공간'으로 바꾸고 이에 대한 소정의 비용을 받는 방식으로 거래하는 것으로 변경하면 이것이 공유경제의 기본 작동 원리가 된다.
공유경제의 등장과 인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먼저 경제적 목적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한 경제 불황 및 그로 인한 소비자의 구매력 저하로, 소비자는 기존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값싸게 이용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여기에 통신망의 발달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등장도 한 몫 했다. 이로 인해 정보의 교환 용이 및 시공간을 초월한 시장이 형성되었고 여기에 환경보호와 공동체에 대한 중요성과 책임감이 확산되면서, 공유경제가 이러한 사회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여겨져 '사회적 경제' 의 한 갈래로 편입되었다.
공유경제는 소비자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이며, 가격 결정도 소비자에 의해 이루어진다. 특히 소비자의 참여가 많을수록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등 기존 경제학의 요소가 투입되기도 한다. 단순 대여(Rent)와의 차이점은 여기서 난다. 대여는 그 행위에 있어 고객은 단지 소비할 뿐이고 핵심적인 가격 등을 중간사업자가 정할 뿐이다. 대여는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거래이며, 소비자는 가격 책정에 전혀 참여할 수 없다. 공유경제는 고객이 수요자이면서 동시에 판매자가 된다. 중개기업은 가격 결정에 큰 영향을 발휘하지 않고 판매자와 수요자 사이를 원활하게 중개해 수수료를 받는 것이 기본 사업 유형이다.
사회적경제가 지지를 얻기 시작하면서 그 갈래 중 하나로 인식되는 공유경제도 국내에서 서서히 지평을 넓히고 있다. 국내 시장 여건은 국외에 비교하여 다소 불리한 편이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간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사회운동 차원으로 공유경제를 인식하고 재정지원과 대 시민 홍보를 하고 있다. 다만 시민 의식, 기술 지원, 법 제도 측면에서 다소 불리하다는 약점이 있다. 정부 지원도 서울특별시 등 일부 지자체 차원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어 정부와 시민 의식의 변화가 절실하다. 이에 따라 정부의 공유기업 지원 방안은 관련 예산 중 27.8%가 재정 지원이며 시민 홍보는 23.3%, 법, 제도 개선에는 18.9%, 공동사업에 13%가 할애되어 있다.
국내 대표 공유기업
집카(Zipcar)
200년 설립된 카쉐어링 기업 집카는 시간제 렌트카 업체로, 전통적인 렌트카 업태와 달리 회원을 대상으로 짧은 시간 단위 차량 대여를 별도의 계약서 없이 회원 카드를 통해 사용과 반납, 결제가 가능한 편리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회원 카드로 차문을 개폐하고, 개폐시간을 기록하여 총 사용시간과 마일리지가 자동으로 본사로 전송된다. 이는 새로운 사업 모델에 거부감이 없는 젊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지역별 선호도를 분석하여 적절하게 차량을 배치하는 등 이용자 편의에 많은 공을 들였다.
스페이스노아
서울시 지정 공유기업인 스페이스노아는 사무실을 함께 쓰며 공유경제 기업문화를 만드는 공동업무(co-workin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한 단체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단체와 단체가 만나 지식과 노하우를 교류하는 공간 공유 기업이다.
집밥
국내 최초 소셜 다이닝 플랫폼 공유기업이다. 소셜 다이닝이란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고 함께 식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험과 재능, 지식을 함께 나누는 공유기업 중 하나인 집밥은 눈에 보이는 물질이 아닌 경험을 통한 지식과 재능을 나눈다는 것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사회적 풍조 가운데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의 기업이다.
공유경제의 장단점
공유경제의 이점은 우선 중개업상의 장점을 들 수 있다. 온라인 사이트에 기반한 거래를 하면 시간, 공간적 제약에서 해방되어 시설 투자가 필요없이 더욱 경제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고, 잘 운영되는 공유기업은 대여자, 이용자, 서비스 제공업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 경제적 효과도 크다. 거래 자원의 범주 확대를 통한 신규 거래 시장 창출과 유휴 자원의 경제성 재고에 따른 수익성을 창출하며, 기존의 시장에서 불공정하거나 불리했던 부분을 개선하고 시장의 크기를 키워 수요와 공급 모두 확대할 수 있게 된다. 공간을 사업적 공유 대상으로 만든 스페이스노아, 경험적 지식을 공유하는 집밥의 사례처럼 무형적 자원까지도 거래하는 등 창조적인 사업으로 인해 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사회적 경제 범주 내에 속해 있는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 사회 문제의 해결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효과도 있다. 여행객에게 한국의 민박을 연결해주는 비앤비히어로(BnBHero)는 이태원 지역의 공동 주택을 온라인 상에 소개하여 외국인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숙소로 변화시킨 일등 공신이다.
공유경제의 한계와 성공 요건
다만 이는 모두 공유경제가 노이즈 없이 올바르게 작동한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로, 아직까지 개선되고 있지 않은 단점도 있다. 우선 시민의식이다. 물건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라는 점, 모르는 대상과 물건을 나누어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걸림돌로 꼽힌다. 또 개인 간 거래의 부작용도 있다. 집기, 귀중품 분실 등이 존재하거나 그것을 악용한 범죄에 무방비하다. 그리고 2014년 들어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부각되기 시작한 세금 문제가 있다. 유휴 자원의 거래라는 측면에서 물건의 사용에 따른 감가상각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제적 가치 측정이 불분명하고 한계가 있다. 개인 간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익이나 기존에 거래되지 않던 무형 자원의 거래에 대한 세금은 어떻게 부과할 것인가? 수많은 나라의 법원에서는 이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이외에 보험세율의 적용이나 자격, 과세, 지역 문제가 남아 있다.
또한 "공유경제가 시장의 규모를 키운다"는 주장에 반박하는 한계성론도 우버, 에어비앤비 논란 이후 설득력을 얻고 있는 형편이다. 공유경제가 기존 산업을 위협하여 실물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택시중개업 우버(Uber)에 반발하여 지난 6월 유럽에서 택시업계의 대규모 파업이 있었고 미국에서는 전국적인 노조 결성의 움직임이 있을 정도이다. 비용을 투자하고 택시 자격을 얻은 사람들에 대해 영업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렇게 기존 산업체제에서 기피대상이 된 공유경제는 지하경제로 들어가고, 결국 실물경제를 위축시키는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 한계성론의 주요 골지이다.
따라서 공유경제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민의식, 기업 환경, 경제 환경, 법/제도 분야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고 기존 기업과 공생하기 위한 합리적인 대안 및 법과 제도의 개선,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국내 공유경제 스타트업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의 직접 사업 추진 또는 무리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공공, 기업, 시민단체의 협력 하에 비영리 공유분야를 더욱 넓히는 일이 필요하다.
김민서, 강수민, 김소리, 고현석
안양대학교
본 기사는 안양대학교 2014년 1학기 '교양경제학' 과목에서 위 학생들이 제출한 우수 연구기록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적경제신문 편집팀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