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의 나라 스페인에 굳게 자리잡은 사회적경제

- 사회적경제가 헌법에 명시, 인구의 1/4이 사회적경제와 연관 -

오형민

부천대학교 교수

우리에게는 투우와 플라맹고 그리고 산티아고의 길 등으로 알려진 정열의 나라 스페인을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해외정책연구연수차 지난 11월11일부터 19일까지 7박9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인구는 한국과 비슷한 규모인 5천만명에 육박하는데 면적은 5백나 더 넓고 기후와 자원은 풍부한 나라이고 최근들어 유럽전반의 경기침체의 여파를 받고는 있으나 문화적 자부심과 삶의 질 면에서는 선진국 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스페인의 사회적경제 정책과 제도를 중심으로 몇가지 특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스페인은 헌법에 사회적경제라는 표현이 조문에 포함(119조2항)되어 있어 헌법에 근거한 강력한 법적, 제도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에 여야가 모두 나서고 있고 조만간 제정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강하지만 제정과정에서 민간의 소외감과 여야간의 일부 쟁점들에 대한 논의가 남은 상태에서 국가의 법체계의 최상위에 있는 헌법에까지 사회적경제의 필요성을 명시한 스페인을 보면서 우리도 언젠가 헌법에 사회적경제라는 용어가 들어갈 날을 기대해본다..

둘째, 사회적경제기본법에 사회적경제의 범위를 다양하고 포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포르투갈 및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의 대다수 국가들이 전통적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협회(association)를 포괄하되, 공통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사회적경제조직이 운영되는 기본원칙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의 범위는 그동안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으로 부처별 육성사업에 국한되어 있어 사회적경제가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매우 협소하고 제한적인 상황이다.

셋째, 스페인의 사회적경제 기본법에서 다루는 거버넌스는 사회적경제진흥위원회에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조직의 대표단체 구성요건과 정부의 파트너로서의 “사회적 경제 진흥 위원회”는 사회적경제조직의 대표단체인 연맹, 조직, 연합 등으로 구성되며 사회적 경제 조직의 이익에 영향을 주는 사안을 다루는 정부에 대해 대표성을 갖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에 대해서도 유사한 대표성을 가진다.

사회적경제진흥위원회는 사회적 경제의 부문별 주요 단체 및 대표적 노동조합을 대변하는 대표들과 노동이민부가 정한 사회적 경제영역의 저명인사 5명으로 구성되며 자문 및 협의체로서 정부와 사회적경제 간의 협력, 조정 및 의사소통을 담당하고 있다.

넷째, 유럽에서의 사회적 경제의 의미와 역할을 막중하며 경제비중, 고용율비중 등의 통계관리를 통해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확인점검 하고 있다.

유럽의 사회적경제는 수익성과 연대성을 결합하며 양질의 일자리창출과 사회·경제·지역적 연대를 강화하고, 사회적자본을 창출하며 적극적 시민의식,연대성,민주경제증진의 역할을 수행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및 사회·환경·기술적 혁신을 지원 등을 통해 유럽경제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회적경제가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은 EU 평균 7%, 고용률 비중은 OECD 국가 4%대,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이탈리아 등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된 유럽 주요국들이 10%대에 육박하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경제의 역사가 짧은 초기단계이기도 하지만 사회적경제 부문이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에 영역이 국한되어 있어 사회적경제의 비중이 0.2%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스페인은 GDP의 12% 상당을 사회적경제가 차지하고 있으며, 수익은 1,509억 유로(204조 상당)로 총 4만 5천여 개의 조직에서 2백 2십만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스페인 인구의 1/4 정도인 1천 6백만 명의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적 경제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사회적경제 육성을 위한 민간협의체의 독립성과 자조능력이 필요하다.

여섯째, 사회적경제의 지원을 위한 금융과 기금의 다양한 활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페인은 장애인기업을 통해 전체의 8만 명의 장애인에 일자리를 제공했고 장애인협회가 수익 3%를 떼어서 지원하는 특수한 성격의 복권(ONCE복권)을 1978년부터 발행하고 있다. 이는 일반 국민들도 이것을 다 알고 이용하고 있는 목적성 복권인데 이것이 장애인기업의 지속성과 사회적가치를 확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나 지자체, 대기업 등에 의존하는 사회적금융이나 기금에서 벗어나 사회적경제를 위한 전용복권 발행 등의 새로운 시도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지원이 못 미치는 곳에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BBK라는 스페인 은행은 사회적 경제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업(SOCIAL WORK) 전반을 지원하면서 장애인, 건강사업, 노인사업, 가정아동, 환경과 지속가능성, 문화, 창조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적가치를 높여나가는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협, 신협 등 개별법에 의해 오랜시간 운영해온 협동조합들이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사회적경제의 범주에 포함되게 되면 스페인의 BBK은행처럼 시대상황에 맞게 사회가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통적인 금융협동조합들과 민간기업의 노력이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