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우수 지나고 반짝 추위가 있던 날 오후, 대림동에 위치한 예비사회적기업 ‘도시의 농부들’을 방문했다. 농촌으로 치면 아직 농한기인 2월, 도시 농부들에게는 당장 월말까지 쇼핑몰 구축을 완료해야 하는 부담 때문인지 사무실 분위기가 조용한 가운데 한방현 대표를 포함한 3명의 직원의 민첩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올해 목표를 묻는 질문에 구로구 궁동 소재 오백평이 훨씬 넘는 땅에서 아이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생태체험농장 및 주말농장 운영, 쇼핑몰 운영이라는 분명한 답변이 즉각 돌아왔다. 또한 한대표가 10여 년간 쌓아온 지렁이 농법 노하우를 농장에서 뿐 아니라 가정, 학교, 관공서까지 확산시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동시에 깨끗한 먹거리를 제공하며 생산되는 분변토를 수거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최훈근 지렁이 박사가 말하는 환경가로서의 지렁이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조언을 받기도 한다. 해양투기금지 및 쓰레기 종량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서울시의 고민을 일부 해결할 방안이 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도시인들이 텃밭을 가꾸며 가족과 함께 키운 유기농 채소로 밥상을 차릴 수 있다.

탄소발자국을 확실하게 줄일 수 있는 청정 먹거리 생산지인 가까운 텃밭농장에서 가족간에 유대감과 친근감을 높이는 장소로 인기를 얻고 있는 주말농장의 경우 작년에는 4~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는데 올해는 훨씬 상회할 조짐이 보인다고 한다. 농산물 가격 폭등이나 배추 파동의 보도를 보면서 자투리땅에서 상추, 토마토, 가지, 고추 키우는 생각을 하는 게 자연스러운 요즘이다. 재배기에서 키우는 지렁이가 내놓는 분변토는 친환경 유기 비료여서 냄새가 없고 지력을 회복시키는데 탁월한데다 조그만 공간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단다. 지렁이를 키우는 재배기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일도 농장 사업과 병행한다.

자립마을이고 원시 마을이며 에코마을을 지향한다. 입장료를 내고 체험을 하면서 수확물을 가져가고 재활용 텃밭 상자를 만들고 환경 친화적인 전시물을 관람하는 등 여러 가지 활동을 경험한다.

세 가지 중점 사업 외에 부가적인 수익 창출 사업으로 도시농업아카데미를 열어 귀농 창업 프로그램과 도시농부학교를 진행한다. 쇼핑몰에서는 농자재부터 씨앗, 용기, 상토, 재배기까지 초보자에게 필요한 물품과 재배 기술을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한다. 생활폐기물과 재활용품을 활용해 꾸미는 정원, 벽면 녹화, 옥상 녹화, LED등 부착 실내용 채소 재배기 등의 상품화에 대한 생각으로 도시농부들의 머리는 복잡하지만 유머와 아이디어가 넘친다.

폐냉장고를 활용해서 싹채소와 상추를 재배하는 기발한 생각은 SK 행복나눔재단이 주최하는 세상콘테스트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천여명이 드나들며 경작할 올해 농장에서 흙, 햇빛, 물, 바람이 벌과 나비를 부르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이웃과 더불어 나누는 정을 통해 회색의 도시를 경쾌한 색깔로 물들이는 꿈을 꾸는 도시의 농부들. 한 대표는 전국농업기술자 협회에서 10년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도시의 농부들’은 2011년 7월 구로구 예비사회적 기업 1호로 선정되었다. 생산되는 농산물을 관내 취약 계층에게 제공하고 수익금으로는 노인들을 위한 원예치료에 쓰겠다는 한 대표님의 뜻이 통해 사회적기업 인증 원년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