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융합시대를 위한 결합 모델의 개발을 위하여
김도영
SK브로드밴드 사회공헌팀장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있습니다. 새 포도주는 새로운
가죽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새로 담근 포도주는 발효가 진행되어 탄산가스가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낡은 가죽 부대는 신축성이 없어서 어느 정도 부풀다가 ‘퍽’ 하고 터져버리겠지요. 기껏
담아 놓은 신선한 포도주를 땅바닥에 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새 포도주는 신축성이 좋은 새가죽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세상 일이 다 그렇습니다. 기존의 것과 다른 변화가 생기게 되면 당연히 그것 적합한 새로운
틀이 필요합니다. 물론 지켜야 할 전통도 있겠지요. 하지만
옛 것 역시 그 맥은 잇되 새 것과 융합된 보다 발전된 모습으로 진화되어야 더 오랫동안 전통이 이어질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도 그렇습니다. 수묵화와 디지털의 만남,
한옥의 장점을 접목한 건축물,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모던한 궁중요리 그 외에도 춤, 음악, 의상, 유적지
등 기존의 것을 새롭게 해석하고 이질적인 것들과 조화롭게 접목시킬 때 예상하지 못했던 가치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최근 융합이라는 키워드가 대두되고 있는 걸 봐도
그렇습니다. 지난해 연말 전경련은 '융합과 협업'이라는 주제로 기업사회공헌 아카데미를, 다솜이재단은 '융합모델을 통한
사회서비스 산업적 육성' 이라는 주제로 사회서비스 활성화 포럼을 참석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개최했습니다. 이 두 가지 행사는 최근의 변화를 대변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기업과 NPO 공히 '융합'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사회적 경제를 논함에 있어 파트너십, 협력의 단계를 넘어 융합의
문을 열기 시작한 것입니다.
파트너십이나 협력은 참여하는 주체들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주체들과 힘을 모으는 물리적 결합을 뜻합니다. 시너지가 목적입니다. 하지만 융합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입니다. 서로 다른 주체가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전에 없던 이종(異種) 결합체로 거듭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속성을
상대에 맞게 변화 시키고, 서로 녹아서 섞이는 화학적 결합입니다. 물리적
결합은 힘에 의해 분리가 용이하지만 화학적 결합은 결합하기가 어렵지 일단 결합이 이루어지면 분리하기가 쉽지 않은 특징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에서 융합을 시도하는 것은 우리사회의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입니다. 시장경제 영역에
사회적 경제가 유입되어 기업들이 사회문제 해결에 직접 참여하여 그 성과들을 내고 있습니다. NPO 영역에서는
시장경제의 원리들을 도입하여 마케팅, 인사, 조직, 기획 등에 접목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느 누가 혼자서 사회문제
해결을 주도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서로 힘을 합해야 성과가 나오는 복잡한 구조가 되었습니다. 협력을 넘어서 완전한 결합이 있어야 차별적이고 혁신적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가치사슬의 일부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혁신적인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IPTV용 단말기, 모뎀 등을 공급하는 과정을 (재)행복한녹색재생 이라는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 한 것입니다. 지원을 넘어서 사회적 경제와의 화학적 결합을 하게 된 것입니다. SK텔레콤은 ICT기술과 서비스를 전통시장 활성화에 접목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메커니즘을 변화시키는 시도입니다. 이것도 지원이 아닌 결합에 의한 새로운 융합의 과정입니다. 기업 자원봉사활동도 수년간에 걸친 경영 컨설팅 등 프로보노 활동을 통한 지속적인 공생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의 모임인 'CSR Forum'도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200명이 넘는 기업사회공헌 담당자들이 매월 모여서 CSR에 대해
연구하고 기업들이 서로 협력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회공헌팀간의 융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자신의 영역 안에서 애써 손을 뻗는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은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협력을
넘어 융합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사회적 경제에 참여하는 정부, NPO
그리고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형태의 결합 모델을 개발하고 시도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야 될
때가 되었습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