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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로 새로운 지역발전 모델을 만들자 - 조혜경(한화보험연구소 연구위원)


사회적경제로 새로운 지역발전 모델을 만들자



 



조혜경



한화보험연구소 연구위원



 



현재 한국사회의 미래를 가로막고 있는 최대 장애물은 고령화와 양극화 현상이다.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심각한 문제이지만 아직도 그에 대한 해법은 난망하다. 한국사회의 복지수준과 정부재정은 고령화의 쓰나미에 대처할 여력이 부족하고, 조기퇴직과 청년실업 문제가 중첩되어 나타나면서 암담한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어느 정부나 경제살리기 정책과 민생대책을 쏟아내며 복지와 일자리 창출이 선순환하는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 목소리를 높였으나, 정부정책에서 우선순위는 늘 부동산시장과 토목사업이 차지해왔다. 대기업 수출에 의존한 한국경제 성장모델이 무너진 지금, 한국사회에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정치권의 대응은 여전히 과거에 갇혀있는 것이다. 거창한 목표와 당장의 가시적 성과에만 집착하는 정치권과 공공행정의 반성이 필요한 지점이다.



 



지금까지 정답으로 인식되었던 성장정책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면서 최근 전국 곳곳에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사회적경제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눈에 띠지 않는 작은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조용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본질적으로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주민의 일상생활과 밀착된 풀뿌리 사업이다. 필자는 사회적경제가 고령화와 양극화의 문제가 민낯을 드러내는 이른바 밑바닥 현장을 주무대로 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회적경제가 밑바닥 작은 단위에서 지역공동체가 직면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주적인 움직임들을 이끌어내고 이를 결합시켜 낸다면 지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역에서 사회적경제의 실험은 과거 대규모 국책사업을 통한 지역발전 전략과는 대척점에 있다. 선거철이면 표심을 겨냥한 국책사업 공약이 난무하고 지역에서는 국책사업 유치를 지역경제 살리기의 모범답안처럼 여겨왔다. 그러나 새만금에서 4대강에 이르기까지 초대형 국책사업이 지역경제에 남긴 결과물은 장밋빛 약속과는 거리가 멀다. 엄청난 자금이 투입된 사업에서 최대의 수혜자는 늘 외부인이었고 정작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지역의 생태자원과 사회적 자본이 파괴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손실규모를 수치화하기 어려운 후유증을 감당해야하는 것도 고스란히 지역 주민의 몫이다. 지난 수십 년간 기대와 실망의 반복은 국책사업만인 살길이라는 안일하고 근시안적인 지역정치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역사회가 주체가 되어 지역 주민의 고용과 소득을 개선하는 풀뿌리 사회적경제사업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새로운 대안이자 새로운 지역발전 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지역의 시민단체, 그리고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사업체들이 서로 먹이사슬을 형성하여 지역순환경제의 기반을 다져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고령화로 인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복지수요를 좋은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지역에 뿌리를 둔 사회적 경제가 개척해야할 가장 큰 시장이기도 하다.



 



아직은 실험단계에 있는 한국의 사회적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사회적경제 조직 간 연대와 협력이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지역의 사회적경제 주체들을 모두 포괄하는 네트워크 구축이 한창이다. 사회적경제 조직들 간 협력 네트워크는 개별 조직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한 공동의 해법을 찾는 조직적 주체를 세우는 일이며 개별 조직들의 지속생존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기도 하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신생기업의 생존율(전 산업 기준)을 보면 창업 2년 후 생존율이 49.1%에 불과하다. 1년 만에 신생기업의 절반이 문을 닫는 셈이고, 5년을 넘기는 업체는 30% 밖에 안 된다. 도소매업, 음식숙박업의 소상공인 경우는 상황이 더욱 열악하여 3년 생존율이 30% 수준이다. , 각자도생의 방식으로는 23년도 버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실패자를 양산할 뿐이다. 과당경쟁으로 인한 창업실패가 일상화된 시장 환경에서 사회적 경제가 지향하는 것은 제살 깎아먹기 식 경쟁이 아닌 상호협력으로 사업체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다. 신생 사업체의 가장 큰 애로사항인 판로 개척 문제를 비롯해 인재육성, 경영컨설팅, 금융조달 등 개별 사업체들의 지속생존을 위해 필요한 과제들에 대해 공동의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현재 각 지역단위에서 사회적 경제조직들 간 상호거래를 통해 시장을 조성하려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아직까지는 시장 조성을 위한 정부 지원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사회적경제에 우호적인 경제정책이 나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지역단위에서 상호거래를 통한 성공사례들을 하나씩 축적해나가며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공동의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나, 예산 부족으로 인해 말만 요란한 전시행정으로 끝날 수도 있다. 또한 지자체가 아무리 건강한 지원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칸막이 행정의 비효율과 부처 이기주의가 복병이 될 가능성도 높다. 정부의 지원정책이 산으로 가지 않도록 막아내는 것은 전적으로 사회적 경제 주체들의 몫이다. 지역단위의 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정정당당한 정책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