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한 공연예술 무대
- 예술의 힘을 통해 화합의 배려와 나눔을 배웠다-
윤 덕 경
현) 서원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사)한국춤협회 명예회장
(사)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 부이사장
(사)한국무용협회 이사
한국창작무용을 시작한지 어느덧 30년이 지나고 이 시대를 표현한 작품을 제자들과 무대에 올린 지 25년이 되어간다.
인간과 자연을 주제로 작품 활동에 임할 즈음 1997년부터 장애아를 자식으로 둔 엄마의 이야기를 소재로 “어-엄마 우으섯다”를 안무하면서 본격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문화 예술적 접근에 한 발짝 다가가게 되었다. 춤이 사람의 마음을 표현한다면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현상을 춤으로 논하고 그 문제를 무대에서 몸짓으로 표현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할 권리의 주체라는 생각과 함께 장애인에게도 문화를 향유하고 예술로 자신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무대가 갖는 실험적 공간에 장애인과 전문 무용수가 함께하여 서로 다른 독특성을 아름다운 몸짓을 통해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여 만든 작품이 2010년 “하얀 선인장”이다. 이 작품은 척박한 땅에 뿌리도 없고 잎도 없고 줄기도 없이 살고 있는 선인장을 상징적으로 표현, 어려운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자신을 선인장의 가시로 비유하여 만든 한국창작무용이다.
1년간의 준비 및 사전 작업으로, 무용에 관심이 있는 장애인에게 간단한 움직임을 가르치는 것부터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발전, 춤으로 상승시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걱정을 많이 하였다. 전문 무용수도 고도로 훈련해야 가능한 몸짓인데 과연 장애인이 할 수 있을지? 하지만 몸을 움직이는데 한계가 있을 뿐,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불어넣어주면서 전문 무용수와 함께 연습하기 시작하였다.
장애인에게 그들이 할 수 있는, 가능한 움직임을 통하여 그들 자신을 표현한다면 움직임을 통한 치료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그들을 위한 봉사자라고 생각한다면 이 또한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지도하면서 편견을 없앴고, 전문 무용수의 훈련을 똑같이 진행시켰다. 중간에 많은 벽에 부딪혔지만 그럴 때마다 그들에게 “정말 힘들면 그만해도 된다. 나는 한 명이 남더라도 그와 함께 하겠다. 내 제자들이 춤 예술을 위해서 이제껏 한 것처럼, 여러분도 그렇게 할 수 있다.”라며 동기부여를 했고 결국 모두들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이 나는 참 자랑스러웠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무대 역시 진심으로 받아들여져 호평받았다. 스탭진도 어느 때보다 더 신경을 쓰고 열의로 공연 준비를 해주었다. 그것은 모두가 ‘장애인과 함께 멋있고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겠다’는 목표에 공감하여 최선을 다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뒤돌아보면 힘들었던 작업이지만 보람이 컸다.
그에 힘입어 2012년에는 융합복합예술로 장르를 폭넓게 확대하여 장애인 예술가와 함께 무대에서 “또 다른 가족”이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했다. 이는 각기 개성이 강한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만나 서로 다른 장르인 춤과 연주, 성악, 그림과 영상 등이 때로는 주연이 되고 때로는 조연이 되면서 하나가 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예술혼을 주고받는 무대를 만들었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이런 뜻깊은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면서 장애인에게도 문화예술 활동 기회를 많이 부여해주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