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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의 발전을 위한 과제

 김종걸 사진.jpg


 



김종걸(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올 12월1일 협동조합기본법 발효을 앞두고 협동조합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다양한 창업기회가 창출되며, 사회적협동조합방식으로 사회문제해결에 도움을 주며, 이 모든 것이 지역사회에 기반하여 지역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것은 협동조합만의 역할이 아니다. 사회적경제의 모든 영역이 모두 그런 역할을 담당한다. 2007년부터 실시되는 사회적기업육성법에 의한 지원 등도 그 목적은 같다.



 



  기존의 국가와 시장이 각종의 경제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때, 그 국가와 시장의 문제를 보완하며 스스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사람들의 각종 선의(善意)를 조직화시켜가는 다양한 조직이 생겨난다. 우리는 이 조직을 소위 ‘사회적경제’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비영리단체(NPO)와 사회적기업의 발전이 강한 미국에서는 비영리라는 용어가, 협동조합이 발전된 유럽에서는 사회적경제, 연대경제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된다.



영국에서 수만개에 달하는 사회적기업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실은 사회적기업이 점차 한 사회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스페인의 빌바오, 이탈리아의 트렌티노 등 협동조합이 발전한 곳이 모두 높은 소득수준과 생활안정을 향유하고 있다는 현실은 협동조합의 새로운 가능성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기도 한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사회통합기능에 착목해서 UN에서는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선포했던 것이다. 그러면 사회적경제 분야가 한국에서 굳건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먼저는 사회적경제영역이 향후 한국사회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이라는 비전을 분명히 제시하는 것이다. 영국 캐머런 정부, 이탈리아의 트렌티노 지방정부 등 많은 선진국 또는 지역의 정부는 협동조합·사회적기업의 발전이 이들 국가·지역의 발전에 필수불가결함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둘째는 비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정부의 직접지원과 그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협동조합이던 사회적기업이던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스스로 살고자 하는 의욕(self-help)을 잘 조직하는 일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과도한 정부의 지원 및 개입은 사람들의 자조능력을 상실시킨다. 한 때 협동조합에 대한 직접지원의 방식으로 후진국을 개발하려던 UN의 노력은 거의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며, 지금은 사회적경제영역에 대한 지원보다는 다른 기업에 비해서 역차별을 없애는 것, 그리고 교육 및 경영지원과 같은 간접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것은 필자가 방문했었던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많은 선진국 정부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원칙이다.



 



  셋째로 정부의 지원이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했을 때, 사회적경제 선진지역의 특징은 지역내에서 동원가능한 다양한 자원을 서로 조밀히 결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이탈리아 트렌티노지역의 협동조합연합체는 536개의 산하조직(협동조합 515개, 기타조직 21개)을 가진 거대조직으로서 255,000명의 조합원, 그리고 181명의 상근자를 가지고 있다. 협동조합간 협동(제6원칙)과 협동조합의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제7원칙)은 협동조합연합회를 통해서 구현된다. 개별협동조합의 이익잉여금 중 30%는 연합체로 납부되며, 이 자금은 협동조합 전체의 발전을 위해 사용된다. 신용협동조합의 경우도 전체예금액의 97%가 지역사회에 다시 재투자(대출)된다. 지역의 인원과 자금과 지식이 지역내에서 서로 연계되며 상호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농수축산협·신협·생협, 사회적기업, 생활관련시민단체, 노조와 기업의 사회적책임, 종교단체 및 학교의 봉사행위들이 바로 윤리적 소비와 윤리적 투자라는 연결고리를 통해서 서로 조밀히 연결되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경제사회적 어려움은 사회적경제영역이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라는 고전적 진리를 다시한번 확인해야할 것 같다. 이탈리아의 트렌티노는 2차세계대전 이후 문맹률이 이탈리아에서 거의 최고수준의 후진지역이었다. 영국의 스코틀랜드도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무대가 될 만큼 황량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소득 면에서도 그리고 생활의 질 면에서도 상당히 좋은 지역으로 뽑힌다. 결국 ‘사람’인 것이다.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의 노력을 조직할 수 있는 선구적인 운동가들의 집단, 그리고 그 집단을 세대 간에 계승시켜 가는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