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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불편한 당신도 불편하다

오만과 편견


-불편한 당신도 불편하다-


 

참 불편한 세상이다.




작년, 여러가지 사건들로 폭발하기 시작한 남녀의 혐오와 서로를 향한
저주는
1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마치 인간이라는 종이 더 이상 존재하면 안될 것처럼 서로를 물고 뜯으며
그것을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삼는다
.  이건
비단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 세계적인 흐름이 되었다. 오로지 내가 옳고, 내가 속하는 집단만이 옳고, 반대하는 것만 아니라 좀 과하지 않느냐고 지적하는 이까지 마땅히 제거해야 되는 적이 되어 죄책감 없이 가슴에
칼을 꽂아 넣는 사회
.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은 또 그런 하루다.

중산계급 딸 부잣집의 차녀 엘리자베스 베넷
오만하고 무례한 상류계급
피츠윌리엄 다아시를 만나 서로 간의 애정을
확인하고 결국은 결혼한다
. 곁가지를 다 치고 얘기한오만과
편견
의 줄거리다. 넘볼 수 없는 계급의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이야기
, 흔하디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이자 지금까지 이 작품 이래로 수 천 수 만의 파생작이 나온 작품이다. 그러나 겨우 그 정도라면 이 이야기가 지금까지 생명력을 가지고 이어져 오지 못했을 것이다.

오만과 편견. 노예는 당연한 시대요, 남녀차별, 계급간 차별이 무너트릴 수 없는 벽이 되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철저하게 막고 있던 1800년대 초밙 중산층 계급의 제인 오스틴은 그 벽 사이를 허무는 사랑 얘기를 썼다. 그러나 단순히 우연히 그랬다거나 한눈에 반한 것이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다던가 하는 전개에 기댄 것이 아니다. 물론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에게 첫 눈에 반했지만, 그들의 사상에는
그들의 계급이 만든 벽만큼이나 큰 정서적 간극이 존재했다
. 지금의 남녀 사이는 비교도 안될만한 간극이다.




다아시는 오만하다. 그는 상류사회의
신사로서 능력도 예절도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 단지 그가 날 때부터 상류사회에 존재했다는 것을 빼면
말이다
. 그는 아랫계급을 그 당시 상류층이 그랬듯 저급하게 생각했다.
극단적인 차별을 자행하진 않았지만 그의 생각에는아랫것들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녹아있었고, 말과 행동에서도 녹아나왔다. 사랑하는 엘리자베스에게 고백을 하는 순간에도너희 가족은 상종
못할 정도로 품격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널 좋아한다
.’라고 말할 정도였다. 다아시에 대해서 엘리자베스와 독자들이 불편함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지금으로 따지면 잘못은 없어도 사상이 그렇게 박혀있는 그 당시
영국남자니까 말이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그런 다아시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 상류층 특유의
깔보는 시선도 맘에 들지 않았고 그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태하는 태도
, 사람을 사귀는 태도, 말하는 행동 하나 하나 모두 맘에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다아시의 고백에 대해
1800년대 영국의한낱 중산층 여자로서는 할 수 없는 거절을 한다. ‘당신이 맘에 들지 않아서 받아들일
수 없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면서.

이 것으로 과연 끝일까? 그 당시 차별에 잠식 되어있는 무지한영국남자다아시를 깨어있는 여성 엘리자베스가 하나하나 일깨워주고
계급과 여성에 대한 차별에서 다아시를 구해주어 평등한 사랑을 하게 되는
100년을 뛰어넘는정치적으로 올바른소설일까? 다아시는
엘리자베스가 생각하던 그대로 차별적이고 언제나 아랫 계층의 이들을 이용하려는 흑심을 가진 보는 것만으로 불편한 인간일까
?

엘리자베스가 시간을 보내며 깨닫게 된 대답은아니다였다. 상종하기 싫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같이 지내게 되며 그녀가 본 다아시의 모습은 여전히 오만하지만 아랫계층인
자신의 말에 귀기울이고 태도를 고치며
, 자신의 사회적 위신과 입지보다 그 당시로는 용납되지도 않는 아랫계층의
엘리자베스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 그는 오히려 시종일관 솔직했으며 그런 그의 행동이 지나치게 차별적이고
불편하게 보였던 것은 엘리자베스의
편견때문이었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행동이 불편했지만 그녀의 행동또한
소통 없이 한 사람의 태도를 자의적으로 재단하는 불편한 모습이었다
.

물론 다아시와 엘리자베스가 살던 사회는 그런 편견을 만들만큼 차별이 직접적이었던 시대였다. 이 갈등은 결국 시대의 문제였고, 그것을 고치는 논의는 로맨스 소설인오만과 편견에서 다루긴 힘들지만 한 번 정도는 비판적으로 생각해봐야하는
논의이기도 하다
. 이는 다시 시계를 돌려 오늘로 돌아와서도 마찬가지이다. 남녀차별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 하는 것, 이렇게 만든 사회적 요인을
논의하는 것은 타당하다
. 그러나 그건오만과 편견을 제거하고 나서야 할 수 있는 논의다.

없는 통계를 꾸며 차별을 만들어내고 카더라로 이어지는 소문이 키보드와 디스플레이를 넘나들며 없던 편견을 만들어낸다. 누군가를 위하는 행동, 순수하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품도 이들의
편견 앞에서는 차별적이고 몰상식 한 것으로 뒤집혀 의도 자체가 왜곡된다
. 오만하고 차별적이라고, 불편하다고 외치는 그들의 행동에는 그만큼 불편한 편견이 뒤집어씌워져 있다. 정말로
추구해야 하는 정당한 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 마치 서로가 저급하고 불편했던 처음의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처럼말이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사회는 개개인의 연결의 총합이다. 그리고 진정 좋은 사회란 개개인이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회다
. 자신이 조금 더 나은 자리에 있다고 부려대는 오만도 없던 사실 조차
존재하게 만드는 편견도 상대를 사랑하게
, 존중하게 하지 않는다. 하물며
속칭
미러링이라는 되도 않는 이름을 붙여 오만을 오만으로
받아치고 편견을 편견으로 받아친다고 올바른 대화구도와 관계가 생성될리 만무하다
. 오로지 혐오라는 이름의
집단광기에 빠져 정말 좋은 사회와는 정반대로 미친듯이 달려갈 뿐이다
.

오만한 다아시는 불편했고, 그걸 불편해하던 편견 속 엘리자베스도 불편했다. 그러나 상대와 함께마주앉은 대화의 테이블 앞에서 자신의 자존심과 정당성을 내세우는 것보다 먼저 자신의 눈 앞에
있던 오만과 편견을 벗겨내자 더 이상 불편한 것은 보이지 않었다
. 진정 좋은 관계, 좋은 사회를 위해 가장 불편하고 거슬리던 것은 내 눈에 걸쳐진 오만과 편견이었다



정우경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