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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파는 예비사회적기업 러블리페이퍼 기우진 대표

-그의 최종 목표는 멋지게 망하는 것-



㈜러블리페이퍼는 인천에 위치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폐지 줍는 노인들이 자신들의 노동을 통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소득을 벌게 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많이 알려져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 ‘약자’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문제들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사례들 중 하나가 폐지 줍는 노인들의 삶이다. 그들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하루 8시간, 주 7일의 강도 높은 노동의 현장에 있지만 그에 대한 소득은 처참한 수준이다. 1kg당 약 30~130원의 가격을 받고 주워온 폐지를 팔면 1개월에 약 40만원의 수입이 생기는 현실이다.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로 책정되어 있지만 그들에게도 복지만이 아닌 자신들의 경제활동을 통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기우진대표는 기독교인으로,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이웃들을 사랑해야겠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노동시간만큼의 가치를 지불받지 못하는 폐지 줍는 노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기우진 대표의 계산법에 따르면, 폐지 줍는 노인들이 걷는 시간과 노동의 강도에 대한 처우가 사업 출발 당시(2013년) 노동시세에 비해 10배정도 저평가되었다고 판단했으며. 그렇게 책정한 폐지 구입 가격이 1kg당 1000원. 저평가된 소득을 원래대로 계산해준 가격이다.

이렇게 구입한 폐지를 가지고 러블리페이퍼는 예술작품을 만들어 낸다. 먼저 폐지를 재활용해 종이캔버스를 자체 제작하고 다음으로 SNS를 통해 예술작가들의 재능(캘리그라피, 그림)을 기부 받아, 그들이 만든 작품을 고객들에게 3만원 가격으로 판매한다. 비싸다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사실 기우진 대표는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싶다고 말한다. 사회적인 ‘가치’를 ‘가격’에 한정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러블리페이퍼의 발상이 더욱 멋진 이유는 그들의 방향이 NGO가 아닌 사회적 기업이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에 대한 정확한 계산으로 원재료를 구입하고 그것들을 소비자가 사고 싶도록 만드는 비즈니스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또한 판매의 영역을 넘어서 기업이나 학교를 대상으로 한 교육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시키며, 최근에는 고용노동부에서 주최한 사회적기업가 페스티벌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원가를 한 푼이라도 절감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물질만능의 시대에 어떻게든 비싸게 사오려고 애쓰는 러블리페이퍼의 비즈니스 모델이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대표의 비전이 ‘멋지게 망하는 것’이라고 하니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 시대는 역행하는 사람들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해 손해 보려고 애쓰는 사람, 더 가지려고 손을 움켜쥐기보다는 이웃을 향해 손을 내미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이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회의 도덕적 수준을 요즘 우리가 피부로 느끼고 있지 않은가. 정치, 경제, 종교를 가릴 것 없이 이기주의의 결과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러블리페이퍼와 같이 희생과 나눔을 더 큰 발전의 기회로 인지하는 기업들이 더 많이 일어나야 한다. 나눔이 더 큰 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증명하는 회사들이 더욱 필요하다.

러블리페이퍼 사업장에서

Q.1 러블리페이퍼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저희 대표님이 대안학교 교사이신데요, 학교건물 바로 옆에 고물상이 있었대요. 거기서 폐지 줍는 노인 분들을 자주 접하셨다고 해요. 차도에서 리어카도 없이 끈으로 동여매고 가는 어르신들을 바라보며 이 문제를 개선시켜보고 싶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처음 시작한 것이 2013년, 종이나눔운동본부라는 봉사단체였어요. 폐지를 모아다가 가져다드리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폐지의 가격이더라구요. 일단 너무 낮고, 변동도 심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폐지 가격을 높은 수준으로 고정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죠. 그렇게 탄생한 사업인 러블리페이퍼는 현재 1kg에 30원에 팔리던 폐지를 1000원 수준으로 매입하고 있습니다.

Q.2 러블리페이퍼에서 일하면서 힘든 부분이 있다면요

봉사의 개념일 때는 열심히만 하면 어떻게든 되는데, 비즈니스라서 부딪히는 부분이 많아요. 주로 판로개척, 영업의 부분이 그렇습니다. 사회적기업 자체에 대해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시켜 나가는데 사업적인 능력 면에서 힘든 것이 많죠.

또 처음 폐박스 캔버스를 만들자 하고 결심했을 때, 어르신들이 당연히 높은 가격 때문에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굉장히 다양한 돌발상황들을 경험했어요. 사기꾼이라고 생각해서 의심도 많이 하셨고, 혹은 그냥 돈 안 받을테니 가져가서 좋은 일에다 써라 하시니까... 저희가 생각한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졌어요.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심성이 굉장히 정직하셔서 30원짜리를 1000원에 산다고 하니까 편법이라고 느끼셨던 것 같아요. 깨끗하지 못한 방법이라고, 그래서 초반에는 고정적인 구매처를 발굴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Q.3 기업과의 연계 등을 통한 사업 확장계획도 있는지요

기업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기도 하구요, 영업을 하기도 합니다. 각 기업마다 중점적으로 다루는 사회문제가 있어요. 지역아동들을 돕는데 관심이 많은 기업도 있고, 대부분 폐지 줍는 노인들이 할머니이기 때문에 여성문제를 다루는 기업이나, 박스관련해서는 환경문제를 다루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CJ같은 경우에는 지역아동에 관심이 많은데요, 지역아동 중에서도 미술의 꿈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작년부터 저희 컨텐츠와 연계를 해왔습니다. 또 에르메스코리아는 환경문제에 집중하는 기업이라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Q.4 대표님의 꿈이 멋지게 망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혹시 경영상의 어려움은 없으신지요

저희 팀원이 총 4명인데 전부 기독교인들이고 저희는 하나님의 은혜를 믿어요. 위기의 순간마다 하나님이 도와주시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월급 밀릴까 걱정할 때마다 채워지는 것을 경험했어요. 또 무엇보다 러블리페이퍼의 비전 자체가 이윤에 대한 목적이 아니기도 하구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창업 중에서도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희는 맨땅에 헤딩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을 때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팀원 모두가 할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사회적가치를 팔고 있습니다

Q.5 금번 착한기업인 러블리페이퍼를 방문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합니다

최영범 기자 ksen@k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