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휘문고 자사고 취소처분 ‘취소’ 판결…서울시교육청 "깊은 우려" 표명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권한대행 설세훈)이 9월 25일 서울고등법원이 학교법인 휘문의숙(휘문고)이 제기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 지정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휘문의숙의 청구를 받아들인 판결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소송은 서울시교육청이 2020년, 휘문고의 이사장과 행정실장이 공금 약 52억 원을 횡령한 사실을 2018년 감사에서 적발한 후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한 데서 비롯됐다. 횡령액은 휘문고 학생 천 명의 연간 수업료에 해당하는 거액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의 동의를 거쳐 휘문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으며, 휘문고는 이를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서울행정법원이 서울시교육청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휘문고의 장기적인 회계 부정이 사립학교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했으며, 교육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도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서울고법은 휘문고의 회계 부정을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해석하며 자사고 지정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휘문의숙의 청구를 인용하고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강하게 반발했다. 설세훈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은 “이번 판결은 자사고 회계 부정을 용인하고 비리 사학에 면죄부를 준 결과”라며 “사학의 부패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고 사립학교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교육청의 관리·감독 권한이 약화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로 인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에 필요한 자금이 사적으로 유용된 점을 지적했다.
휘문고의 횡령 사건은 자사고 제도의 투명성을 다시금 되짚어보게 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휘문고 이사장과 행정실장이 횡령한 52억 원은 학생들의 교육활동과 교육환경 개선에 쓰여야 할 자금이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3에 따르면 자사고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할 경우 교육감은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회계 부정은 자사고의 본래 지정 목적과는 별개로 지정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로 간주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판결이 자사고 회계 투명성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사고의 존치 여부를 떠나 자율성을 부여받은 학교는 공정하고 투명한 회계 운영을 통해 사회적 책무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청의 입장이다.
2024년 1월 시행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서도 자사고의 회계 부정은 독립적인 지정 취소 사유로 규정돼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판결문이 송달되는 대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