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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더 멀리" 사회적기업 껴안는 유통업계

유통업계가 달라졌다. 높았던 사회적경제기업과 더불어 성장하기 위해 문턱을 낮춘 것이다. 과거 희소성과 고급화에 주목했다면 최근에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관심을 쏟고 있다. 착한 기업을 발굴·육성을 위해 나서고 있는 것이다. 수익의 일부나 제품을 기부하는 것보다 기업의 특성을 살린 활동으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전략이지만, 판로 개척이 어려운 착한 기업에게는 단비같은 기회다.

지난 7월 친환경 사회적기업 모어댄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 입점했다. 국내외 명품이 즐비한 곳에 상설매장을 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모어댄은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국내외 셀럽이 착용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자동차시트의 자투리 가죽으로 만든 제품에 반신반의하던 시선 속에 이룬 성과다. 더욱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해외 관광객이 자주 찾는 쇼핑명소 중 하나다. 모어댄의 제품이 디자인과 품질 등 상품성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업사이클링 제품은 ‘고급스럽지 못하다’는 편견까지 깼다. 롯데면세점에서도 윈-윈이다. 매달 모어댄이 면세점 매출의 1%만큼을 환경 분야 사회적가치 창출을 위해 기부하면, 롯데면세점은 동일한 금액을 매칭(matching) 형태로 기부한다. 사회적기업과의 상생에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기업으로서 이미지를 얻게 된 셈이다.

비단 유명 스타트업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성장단계에 있는 유망 사회적경제기업에게도 문을 열었다. 명절 즈음 특별전 외에 기획전 형태로 판로 개척을 지원한다. 유명 창작자와의 협업을 통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일례로 롯데백화점은 4월 가방구두 찹업행사를 열었다. KOTR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유나양(Yuna Yang)이 사회적경제기업의 지원군이 됐다. 뉴욕에서 활동한 감각과 경험을 살려, 아지오(AGIO), 템츠(TEMP’s), 원(worn) 등 3개 착한 기업의 디자인과 생산공정 등 전체적인 브랜드 제작 및 운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아울렛의 경우,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사회적경제기업 관련 행사가 활발하다. 사회적경제기업의 제품은 지역의 자산이자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덤이다. 부산시 기장군 정관읍 신세계프리미엄아울렛은 연말까지 매주 토·일요일과 공휴일에 ‘사회적경제 상설 장터’를 운영 중이다. 신세계프리미엄아울렛은 매장 면적만 3만1380㎡에 달하고 장안 IC에서 4~5분 거리에 위치해 관광객 유치에 최적의 장소로 평가받고 있다. 4월 한 달 간 30여개 업체가 총 1억1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시민들의 관심도 높고 아울렛 측도 홍보에 적극적이다.

대형마트는 사회적경제기업의 기회의 장이다. 합리적 선택을 원하는 주부층을 겨냥해 지역의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모아 소개하는 형태를 취한다. 소비자로서는 기성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품질 좋은 제품을 살 수 있고, 사회적경제기업은 판로 확대와 상품 테스트를 동시에 할 수 있다. 경기도 고양시의 사회적경제 통합브랜드 ‘다다켓(多多-ket)’ 은 최근 대형마트 입점에 성공했다. ‘착한 소비,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제품’이라는 의미의 ‘너뿐이야’라는 이름을 걸고 소비자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서울역과 일산 벨라시타 등에서 소비자의 호감도를 높여온 경험을 통해로 고양시 사회적경제기업의 제품을 적극 알릴 예정이다. 지난해 문을 연 ‘공감마켓 정’도 편집샵 형태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소셜벤처 등 43개 사회적경제기업의 1000여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상품이 입고된 뒤에는 홍보ㆍ진열ㆍ판매지원을 통해 매출 증대를 유도하고, 다른 유통채널에 비해 수수료도 낮췄다. 덕분에 입점 이후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하는 등 대부분의 입점 기업이 매출이 늘었다.

정부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과 윤리적 소비자 증가가 맞물리면서 향후 사회적경제기업의 유통업체 입점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역사회 상생과 착한 기업의 성장을 돕는 이들 기업의 행보에 소비자는 주목하고 있다.

변윤재 기자 ksen@k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