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제5호
사회적기업과 경제민주화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2008년에 우리경제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1997년 외환위기에 상당하는 경제적 위기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신용보증기금을 비롯한 공공기관, 기업, 그리고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그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이러한 위기극복에도 우리사회는 대ㆍ중소기업 양극화를 비롯한 부의 집중으로 인한 ‘사회 양극화’라는 갈등을 겪고 있어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러한 사회적 요구인 경제민주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최근 대통령 후보자들도 경제민주화를 위한 공약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자본주의 사회가 지속될수록 부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기존 경제체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을 강조하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논의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사회적경제 연구에 관한 선구자라고 평가되는 벨기에의 쟈끄 드푸르니(Jacques Defourny) 교수는 사회적경제란 ‘이윤창출보다 구성원이나 공공에 대한 공헌을 목적으로 경영의 자율성, 민주적 의사결정(1주 1표제 배제), 수익배분에 있어서 자본보다는 노동을 중시’하는 4가지 원칙을 따르는 이해당사자 경제(stakeholder economy)의 일부를 뜻한다고 정의하였습니다.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경제에 의한 새로운 기업형태로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과 공공성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특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렀으나, 이러한 특성으로 경제민주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때 즈음이면 사회적기업 육성의 필요성과 이에 대한 정책 지원이 상당히 진전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 육성 방향은 일자리 창출에 주로 맞추어져 인건비지원, 공공기관의 우선 구매 등 직접적인 지원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신용보증기금도 올해 ‘사회적기업 나눔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9월말까지 51개 기업에 34억원의 보증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4.5억 원의 사회적기업제품 구매 계획을 수립하여 9월말까지 3.9억원의 제품을 구매하였고, 연말에는 연초 계획한 금액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정부의 지원을 벗어나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단순 업무 위주의 저임금형 일자리사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인적자원에 대한 교육훈련과 전문 퇴직인력을 활용한 경영컨설팅 제공의 간접적 정부지원으로 지속적인 기업운영이 가능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기업이 스스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나름의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지역과 밀착되어 그 지역에 꼭 필요하고, 사회적기업만이 제공할 수 있는 제품생산 및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로 인한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전국적ㆍ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하루에도 우리는 수많은 신제품과 서비스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필요한 수요는 있으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공급되지 못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정부 예산으로 제공되어야 할 것도 있겠지만, 사회적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것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하나가 되어 우리나라에도 무하마드 유누스의 요구르트 회사인 ‘그라민-다농 컴퍼니’, 영국의 ‘피프틴’ 레스토랑, 노숙인 자활을 돕기 위해 창간된 ‘빅이슈’, 가전제품을 재활용하는 프랑스의 ‘앙비’, 저개발국 치료제 개발과 판매기업인 ‘원월드헬쓰’ 등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회적기업이 탄생하여 우리 경제의 한몫을 차지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끝으로 신용보증기금은 앞으로도 사회적기업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