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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사회적기업 모형의 도출


한국형 사회적기업 모형의 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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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형 래   
가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가천대학교 경제경영연구소장 역임  

 사회적기업이 우리나라에 도입되고 발전하기 시작된 후 이제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그에 따라 그 도입 성공 여부에 사회의 관심이 많이 주어지고 있다. 어떤 제도라도 도입이 되고 아주 짧은 시간에 성공을 담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의 성공은 아니라 하더라도 지금 시점에서 두 가지 차원의 이슈에 대해 우리는 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 첫째는 ‘지금까지의 사회적기업이 우리사회에 있어서 어떤 의미로서 존재하고 있는가?’ 라는 점이고, 둘째는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어가고 있는가?’ 라는 점이다. 아쉽게도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봐서는 두 가지 차원 모두에 있어서 성공적으로 발전해 왔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그런 관점에서 이제부터는 ‘한국의 사회적기업, 또는 한국형 사회적기업의 모델은 무엇인가?’ 라는 점에 대한 답을 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은 뚜렷하게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어떤 존재가치를 갖는다는 것에 대한 명확한 공동의 인식을 도출하기에는 많이 미흡했다고 보인다. 즉 어떤 관점에서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정체성에 대한 정립이 잘 되고 있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외국의 경우 특히 유럽과 미국을 비교해 볼 때 사회적기업의 근본적 출발점에서부터 오는 인식에서 차이점이 있다고 보인다. 영국의 통산산업의 정의를 따르면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주로 하는 기업 활동으로서 잉여의 대부분은 주주나 소유주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보다는 사업이나 지역사회에 재투자된다.” 로 되어 있다. 다른 기존의 유럽 국가들의 개념도 노동의 통합이나 협동조합 등 단체적인 행동과 그 결실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분배하는 것에 주요한 가치관을 두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의 경우 비영리적인 조직에 근간을 둔다는 점에서는 일치하나 시장의 기능에 따라 경영을 하는 방식을 언급함으로써 시장에서의 논리라는 점을 상대적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보인다. 어떤 시각이 정답이라고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거나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그 사회적 기능에 초점을 맞추어 당연히 국가가 큰 부담을 가지더라도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부분적으로는 맞지만 그 논리를 따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슈들에 답을 구해야 하고, 그 답을 구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로 보인다. 

Issue
1) 국가가 어떤 부담을 지더라도 감당해야 하는가? 
2) 사회적자본을 집행하는 다른 기능들과의 형평성이나 효율성에서 그 정당성을 갖는가? 
3) 그에 맞는 사회적기업을 선별하는 타당한 기준은 무엇인가? 
4) 만약에 존재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5) 운영이 잘못되고 있는 사회적기업들에 대한 조치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미국의 인식에 가까운 시장 논리로 보는 측에서는 시장의 논리에 맞지 않거나 지속 가능성이 없는 사회적기업들은 궁극적으로 도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역시 본질적으로 사회적기업이 가지는 순기능을 간과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공통적인 점은 사회적기업이 기존의 시장논리로만 풀어 나가기에 어려운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슈들에 접근하기 위한 하나의 안전장치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무엇이 답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좇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맞고 관련된 이해관계자들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는 건실한 기구와 제도로서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일 것이다. 매우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정부기관으로 볼 때 사회적기업의 태동과 제도적 장치 등은 고용노동부 차원에서 주로 전개가 되었으나, 기업들이 속한 산업 전체의 주관이나 해당산업의 발전 등은 다른 부처의 소관이다. 이런 부분에서 정책 관점의 어려움이 이미 예견되고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회적기업이 가진 사회적 목적에 주요 초점을 맞추고 설립이 되었으나 운영의 어려움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후처방을 내리기 어렵다. 현실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유럽식의 사회적 목적과 기능을 그 근본으로 생각하고 시작되었으나 실제 겪는 존재의 문제,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맞닥뜨리는 현실의 문제가 크기 때문이고 그를 예상하고 해법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답을 추구하기 위해서, 이제 우리는 단순히 내세우는 논리가 아닌 우리가 추구해야 할 우리의 사회적기업 모델을 정립해 볼 때가 되었다. 무엇을 목적으로 하며, 그에 따라 어떤 기업들이 사회적기업의 대종을 이루어야 한다는 원칙들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그에 따라 선정의 기준과 지원의 원칙들이 마련되고 시행되어야 하며 그에 따른 실제적인 지원방법 등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사업자들도 운영 중인 기업들의 사회적 기능의 양질성만 호소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목적에 따라 주어지는 사회적 혜택을 활용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스스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건실한 우리나라 고유의 사회적기업 비즈니스 모델을 많이 창출해한다. 이로써 건실한 사회적기업들의 집합체인 사회적 산업이 형성될 것이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지혜롭게 우리가 처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사회적으로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양호한 사회적기업들이 굳건하게 성장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