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회적경제신문 김인효 기자 | 대구에서 세계 미술사의 주요 흐름을 한 자리에서 조망하는 대형 전시가 열린다. 특별 기획전 중첩된 시선 피카소의 변주에서 한국의 결까지는 2026년 3월 6일부터 8월 31일까지 대구광역시 동구 봉무동 태왕아너스 빌딩 2층 특별전시관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약 400평 규모로 조성된 이번 전시 공간은 바라크나눔그룹이 직접 상가를 매입해 전시 전용으로 구축한 장소다. 단기 이벤트가 아닌 장기 운영을 전제로 한 공간으로, 반복 관람과 축적된 감상을 염두에 둔 구조가 전시 전반에 반영돼 있다.
이번 전시는 꾸바아트센터와 바라크나눔그룹의 협력으로 추진됐다. 전시는 파블로 피카소를 중심축으로 삼아 빈센트 반 고흐와 클로드 모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20세기 미술사의 전환점을 만든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을 하나의 흐름 안에 배치한다. 인상주의에서 후기 인상주의를 거쳐 근대와 현대 미술로 이어지는 시선의 이동이 전시장 전반에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유화와 드로잉, 판화를 아우르는 구성 속에서 100호 이상 규모의 대작과 30호에서 50호 내외의 핵심 연작들이 조형적 밀도를 이룬다. 주요 작품들은 해외에서 국내로 순차 이송 중이며 개막 일정에 맞춰 설치가 진행된다.

전시의 중심에는 피카소의 예술 세계가 놓인다. 회화와 판화를 넘나들며 형식을 지속적으로 변주한 피카소의 작업은 연대기적 나열이 아닌 사고의 흐름으로 제시된다. 특정 시기의 대표작을 강조하기보다, 수정과 확장을 거듭한 조형 언어의 이동을 하나의 호흡으로 읽도록 구성됐다. 이번 기획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피카소의 스케치북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는 점이다. 완성된 명화 이전의 출발점과 판단의 흔적이 관람객 앞에 놓이면서, 피카소의 예술은 결과보다 과정의 차원에서 드러난다. 전시는 이를 통해 작품이 형성되는 순간과 사고의 이동을 직접 마주하도록 유도한다.
피카소의 유화와 판화 작품 역시 전시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인물과 작업실을 주제로 한 작품들과 반복과 변주가 축적된 판화 연작은 회화와 판화의 경계를 넘나든 실험 정신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전시는 특정 작품 하나에 시선을 고정시키지 않고, 서로 다른 시기의 작업이 만들어내는 관계와 흐름에 집중하도록 설계됐다.

빈센트 반 고흐와 클로드 모네의 작품은 전시에서 또 다른 시선을 형성한다. 모네의 회화는 빛과 색채를 통해 시각 경험 자체를 탐구한 인상주의의 출발점을 보여주며, 고흐의 작업은 감정과 붓질이 결합된 회화 언어가 어떻게 근대 회화의 한계를 넘어섰는지를 드러낸다. 두 작가의 작업은 피카소로 이어지는 미술사의 흐름 속에서 회화가 재현의 도구에서 사유의 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작품은 인간의 형상과 내면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다. 길게 늘어진 얼굴과 절제된 선으로 구축된 인물 표현은 외형의 재현보다 존재의 분위기와 정서를 포착하려는 태도를 드러낸다. 모딜리아니의 조형 언어는 고흐의 감정적 밀도와 모네의 시각적 탐구 사이에서 인간을 다시 사유하는 지점을 형성하며, 피카소의 형식 실험과도 긴밀하게 호응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인물 작품은 전시 후반부에서 인간과 존재에 대한 질문을 극도로 밀도 있게 제시한다. 가늘고 절제된 형상은 피카소 이후 미술이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을 어떻게 전환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자코메티의 작업은 회화적 질문이 입체적 사유로 확장되는 지점을 보여주며 전시 전체의 흐름을 하나의 사유 구조로 묶는다.
전시 제목에 담긴 한국의 결은 이러한 세계 미술사의 흐름이 지역의 시간과 만나는 지점을 가리킨다. 대구라는 공간에서 6개월간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단발성 관람을 넘어 반복적이고 깊이 있는 감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세계적 명화를 소비의 대상으로 제시하기보다, 감상의 시간 속에서 축적되는 대상으로 바라보게 하는 전시 태도가 전반을 관통한다.
운영 방식 또한 절제된 방향을 유지한다. 일부 주요 작품에 대해서는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관람 프로그램이 병행된다. 바라크나눔그룹 강석운 회장은 이번 전시가 대구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고, 꾸바아트센터 차효준 대표는 문화가 지역 경제와 연결되는 흐름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중첩된 시선 피카소의 변주에서 한국의 결까지는 피카소를 중심으로 고흐 모네 모딜리아니 자코메티에 이르는 세계적 명화를 한자리에 모은 전시다. 완성된 작품과 그 이전의 과정을 함께 제시하며, 예술이 형성되는 시간과 판단의 층위를 드러낸다. 대구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세계 미술사의 흐름을 현재의 공간으로 끌어들이며 지역 문화 공간이 지닐 수 있는 깊이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