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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전문가들 쓴소리 "성과만 있는 정책, 누더기 됐다"

“지금 도시재생 정책은 정책이 진화하는 과정이 빠져있어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누더기가 된 셈입니다.”(임경수 협동조합 ‘이장’ 대표)

“도새재생에 대해 희망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협동조합도 20년 동안 노력해서 지금의 궤도에 올랐는데 2~3년 안에 성과를 보는 게 가능하겠습니까.”(경창수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

“50조를 쏟아부었는데 대표적인 실패정책으로 꼽히는 게 아닌가, 과연 수습될만한 정책인가, 도시재생에 대한 위기감이 있습니다.”(변형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

낙후지역의 환경을 개선하고 공동체를 활성화함으로써 지역을 되살리는 ‘도시재생’. 전면 철거없이 삶의 질 향상에 무게를 두고 진행된다는 점에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과 차별화를 강조하며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다. 현재 전국에서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지는 284곳에 달한다. 특히 올해에는 실적이 부진했던 지역은 만회가 되지 않을 경우, 예산을 줄이거나 신규사업 선정에서 배제하며 도시재생의 속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속도전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같은 기류는 14일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가 서울 중구 행복나래 SUPEX Hall에서 가진 ‘사회적경제 연계 도시재생 전문가 좌담회’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도시재생의 현장에서 활동해 온 참석자들은 도시재생의 미래에 회의적이었다. 단기간 성과 중심으로 설계돼 도시재생의 의도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변형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는 도시재생이 필요한 사업이라는 점에는 동의했다. “주민이 주도해서 지역의 문제를 극복하고 생존전략을 찾는다는 방향성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없을 것”이라고 전제한 그는 “50조를 쏟아 붓고도 대표적인 실패정책이 되는 게 아닌가 위기감이 크다. 3~5년에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기간 자체가 너무 짧게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단기 성과 중심으로 설계된 탓에 주민을 조직하고 이들의 주도적 참여를 기대하기란 난망이라는 것이다. 변 대표는 “속도전으로 문제를 해결하다보니 하드웨어 중심이 됐고, 이해관계를 가진 업자 또는 전문가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경창수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도 “우리도 20년 동안 (의료협동조합을) 해와서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2~3년 안에 성과를 본다는 건 어렵다”며 단기 성과 보다 정책 목표 달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 전환이 수반돼야 한다는 게 경 회장의 주장. 그는 커뮤니티 케어 사업을 예로 들어 “선도사업비 8억원 중 4억원이 주택 개량에 쓴다. 환경 개선이 수반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좀더 공동체의 문제를 발굴하고 조직화하는데 (사업지가) 쓰여야 한다”고 밝혔다.

임경수 협동조합 ‘이장’ 대표는 “극단적으로 말해 도시재생 정책은 누더기가 되어 있다”고 꼬집었다. 국토부가 도시재생의 결과·성과에 집중하다 보니 도시재생의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국토부가 도시재생의 그림을 그리지 않고 (도시재생을 진행하는) 프로세스만 유연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게 좋다”면서 “정책이 진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도시재생이 표류하지 않기 위한 처방은 ‘사람’이었다. 이를 위해 주민 역량을 강화하고 다양한 주체들이 유연한 방식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는 ‘보직’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잇따랐다.

임경수 대표는 “마을공도체 관련 사업이 제각각 진행되는 까닭에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양상이 나타났는데, 주민 자치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과 민간, 사회적경제 등이 함께 범시민연대조직을 만들어 몇몇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을 운영”람으로써 도시재생 효과와 지속성을 높이자고 제안했다.

변형석 대표도 새로운 형태의 ‘도시재생 통합 조직’을 만들자는 의견에 공감했다. 그는 “1년에 10명도 안되는 방문객을 위해 농촌체험마을마다 농촌방문센터를 세웠다. 도시재생 과정에서도 이런 ‘시설’을 만드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며 “지역 자원만으로는 도시재생의 결과물을 덕기 어렵다. 전국에 10곳 정도,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지역 재생을 추진하는 통합 조직을 만들면 어떨까”라고 밝혔다.

기존의 도시재생 거점시설(앵커센터)를 도시재생 실험장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윤전우 서울도시재생센터 사무국장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도시재생 정책을 진화시키는) 프로세스가 나온다”며 “지역공동체를 조직하고 활성화하는 사업을 실험하는 장으로 재설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변윤재 기자 ksen@k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