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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 비약적 성장했지만...관련법은 10년 전에 머물러"

우리나라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기여해 온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99년 제정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생협법)이 생협의 성장과 발전에 맞춰 개선되지 않은 탓에 불필요한 법적 시비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명칭만 ‘생협’일 뿐 실질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생기면서 생협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가 흔들리는 등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는 지금이야말로, 생협법 전면 개정의 적기라는 지적이다.

김대훈 세이프넷지원센터장은 아이쿱생협연합회 주최로 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지난 20년 동안 생협은 급성장했지만, 생협법은 이같은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생협법은 1999년 제정 이후 2010년 전부개정을 거쳤다. 제정 당시 생협법에 대해 그는 “반쪽짜리였다”고 평가했다. 비로소 설립과 운영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협동조합 간 협동과 관련한 부분이 명시되지 않아 법 제정 이후에도 생협이 사단법인, 주식회사 등의 형태로 운영됐다는 것이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을 지나 생협이 비약적으로 성장하자, 생협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004년 건강 관련 방송 프로그램을 계기로 생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데다 연이어 수입식품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생협은 연평균 20~40%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뒤늦게나마 사업의 성장세를 담기 위해 이뤄진 게 2010년 전부개정이었다.

김 센터장은 “연합회 설립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생협법상 법인이 아니었던 조합·연합회는 생협법에 의한 조합·연합회로 전환하거나 새로 창립하는 절차를 거쳐 법인화하게 됐다”며 “사업범위도 친환경 상품에서 소비생활 전반에 필요한 물자를 취급하는 것으로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부개정한 생협법도 한계가 있었다. 공제사업의 근거는 마련됐지만, 주무부처인 공정위가 감독기준 마련, 인가의 기준 및 절차와 같은 준비를 갖추지 못해 공식적인 공제사업이 시행되지 못했다. 또 생협법에 따라 설립되지 않은 경우 ‘생협’ 명칭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비조합원의 이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해놨지만, 보건의료사업은 예외로 둔 것도 문제가 됐다. 의료인이 아니어도 조합의 형태로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할 수 있는데다 50%까지 비조합원의 사업이용을 허용한 점을 악용해 의료생협이 난립한 것이다.

이처럼 법적 한계 속에서도 생협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 결과, 1996년 조합원 6만가구에서 지난해 120만가구로 커졌다. 사업규모도 336억원에서 1조1434억원으로 늘었다. 조합원 수는 21배, 사업액은 41배가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김 센터장은 “법 체계는 과거 10년 전에 머물러 현재 생협의 사업구조와 정책적 필요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면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전면개정은 △주무부처와 생협 간 거버넌스 부재 △조합원 차입 등 자본확충 수단 부재 △공동사업법인, 출자회사 설립 근거 부재 △생협의 과도한 상호성 기준과 차별적 규제 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민관 거버넌스를 수립하고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3년마다 실태조사·3개년 계획 수립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공정위에서 기획재정부로 주무부처를 이관해 생협을 활성화하는 데 필요한 정책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합원 차입제도를 공식화하고 우선출자제도를 도입해 물적 담보가 없는 생협이 자금 조달·확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김 센터장은 생협법이 다른 협동조합법에 지나치게 엄격해 ‘역차별’받고 있다고 문제삼았다. 협동조합 간 공동행동을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의 독점으로 보고 규제받는 탓에 협동조합의 7원칙 중 하나인 ‘협동조합 간 협동’이 활성화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기에 조합원 이용액의 10% 이내로만 비조합원의 이용을 허용한 점도 생협의 ‘자발성’에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공정거래 및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 조항이 신설돼야 한다”며 “‘자율·자치의 원칙’ 관점에서 볼 때 비조합원의 이용 범위를 생협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생협의 자율·자치를 강화하는 것이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 지원과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김 센터장은 주장했다. “이탈리아처럼, 비조합원의 이용 규제를 잘 지키는 생협에는 세제 지원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현재 모호한 생협법인의 성격을 ‘비영리법인’으로 명시하고, ‘사회공익에 기여하고 조합원에 대한 최대 봉사’라는 목적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윤재 기자 ksen@k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