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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사회적기업 '케미'가 만든 놀라운 효과

고용노동부·()상상우리 등 프로보노 네트워킹 데이개최

“프로보노 활동으로 전문가-사회적기업-지역사회와 동반 성장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형이 아닌 사회적기업은 사실 척박합니다. 직원 한 명이 3,4가지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죽하면 ‘5명 이상이면 중견기업, 10명 이상이면 삼성’이라고 하겠습니까. 그렇다보니 전문성 있는 프로보노는 큰 힘이 됩니다.”

3일 서울 중구 명동 서울 은행회관. 사회적기업 주간을 맞아 이날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상상우리, ㈜생각나눔소가 주관한 ‘전문가 공익 봉사 연계의 날(프로보노 네트워킹 데이)’가 개최됐다. 장발의 장년남성이 ‘프로보노’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자 장내를 꽉 채운 100여명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와 성별, 소속이 제각가인 이들은 프로보노의 역할과 가치에 공감하고 있었다.

프로보노는 ‘공익을 위하여(pro bono publico, for the public good)’라는 뜻의 라틴어 약어다. 전문가가 자발적으로 대가 없이 자신의 재능을 제공하는 활동을 일컫는다. 무상으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자원봉사와 일견 비슷하지만,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활용해 성과를 낸다는 점에서 다르다. 특히 프로보노는 인사, 경영, 마케팅 등에서 사회적기업이나 NPO(Non Profit Organization)의 역량을 강화하고 조직 기반을 다진다는 점에서 재능기부와도 차별화된다.

프로보노와 일했던 사회적기업은 전문가의 공익 봉사가 ‘성장의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지적했다. 정상훈 포토브릿지 대표는 “3년차의 고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기업에게 프로보노는 장수기업으로의 성장이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프로보노가 대다수의 사회적기업이 놓치는 부분, 위기관리 및 조직 혁신을 효율적으로 수행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세무 담당 직원의 이직, 외부지원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현직 세무사인 프로보노와덕분에 위기를 넘겼다. 그는 “처음에는 ‘멘붕’됐었지만 8개월간 조직을 정비하며 안정적 재무관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공모사업도 전년보다 100% 늘었고 올해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 밝혔다.

프로보노에게도 전문가 봉사는 특별한 기회가 됐다. 프로보노들은 전문가와 사회적기업, 지역사회가 상생발전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된다며 참여를 독려했다. 양성연 SK하이닉스 수석은 “프로보노 황동은 윈-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전·소방체계 체계가 취약한 청주 사회적기업을 점검, 층별 피난 안내도 작성, 소방계획서 수립 및 배포, 안전 표식물 부착 LPG 등 불량 접지 수리 등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소개한 뒤 “ 사회적기업의 성장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전문지식과 기술을 나누면서 더 깊게 더 많이 배우게 됨으로써 역량이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차인성 유한대 겸임교수도 “벽화제작부터 노사관계까지 사회적기업이 안고 있는 애로사항의 범위는 넓다”며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프로보노의 기술과 지식, 창의력과 리더십이 중여한 만큼,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프로보도와 사회적기업이 윈-윈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참석자들을 입을 모았다. 정 대표는 프로보노를 대하는 사회적기업에게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절박함을 갖고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프로보노에게 전달하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프로보노에게도 ‘이해’와 ‘인내’를 부탁했다. “일자리 제공형이 아닌 이상 사회적기업은 직원 한 명이 3,4가지 역할을 할 정도로 척박하다. ‘5명 이상이면 중견기업, 10명 이상이면 삼성’이라고 하겠느냐”며 “내부의 문제점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프로보노의 해결방안을 실행할 역량이 부족할 수도 있다. 사회적기업과 더 많은 대화를 통해 차근차근 문제를 플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태형 CSR WIDE 대표는 “프로보노는 자원활동 중 가장 강력한 혁신방안”이라고 전제하고 “‘무상’이라는 이유로 방관하거나 의지하지 않거나 선입견을 갖고 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프로보노와 사회적기업이 ‘함께’ 일하며 ‘무엇을 이뤄나갔는가’는 자산이 된다. 실제 사회적기업은 자금 조달 호전 등의 성과를 내고, 프로보노는 업무 능력 향상, 인격적 성장 등의 변화를 맞는다”면서 “서로 간에 실현가능한 범위를 현실적으로 파악하면서 과도한 관여나 기대를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와 지원기관은 프로보노의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송홍석 통합고용정책국장은 “전문가들의 뛰어난 역량이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기업을 만났을 때의 상승 효과는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친다”면서 “주요 직업능력 단체와의 협업과 우수 전문가 공익 봉사 활동가에 대한 시상 등 지속적인 정부 혁신을 통해 프로보노를 널리 알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인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은 “가슴이 뜨겁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게 프로보노”라며 “은퇴자들은 스스로 성과를 내려고 채찍질해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난 대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에 대한 고민에 빠지는 경우를 본다. 프로보노 활동은 은퇴자들에게 자존감을 높아지고 삶의 활력을 되찾아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므로, 더 많은 분들이 같이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변윤재 기자 ksen@k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