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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뚝딱 오늘도 그 공방에선 '같이'를 만든다

'나무와 실' 조요상 대표…마을공동체 가치 만드는 작은 공방

잘나가던 골프용품 전문회사에서 날렸지만 폐업 후 갈 곳 잃어

부부 전공 살려 재도전…지역사회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고파

조요상 대표는 골프용품 전문회사 '조이디자인'에서 소위 '날리는' 디자이너였다. 골프대중화가 아직은 낯선 때, 골프가 귀족스포츠라는 인식이 남아있던 때였다. 누구나 착용할 순 없지만, 그만큼 특별했다. 그의 자부심도 높았다. 하지만 호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골프용품에서 아웃도어 브랜드로 시장의 지형이 바뀌었다. 회사는 12억 부도를 맞고 폐업의 수순을 밟았다. 일상이 '만드는 것'이었던 조 대표는 낙담했다. 재기가 가능할지 암담한 마음이 앞섰다.

'나무와 실' 조요상 대표에게 '나무와 실' 공방은 특별하다. 그를 공방을 차리면서 새롭게 태어났다. 사회적으로 재기했고, 비로소 '더불어 잘 사는 법'을 배우고 실천하게 됐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조 대표는 고민했다.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라는 원초적 고민이었다. 조 대표의 아내는 "전공을 살려 보자"고 했다. 부부의 전공은 산업디자인과 응용미술, 더욱이 두 사람 모두 오지랖 넒게 남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며 살아온 터였다. 조 대표는 디자이너로, 아내는 아이들 학교와 교회에서 필요한 물품을 손수 만들어냈다. 이렇게 손재주 좋은 '금손' 부부는 작은 공방을 시작하게 됐다.

경기도 용인시 서천동에 위치한 '나무와 실' 공방은 목공과 섬유를 다룬다. 오래될수록 매력이 더해지는 나무와 날실과 씨실을 엮어 새로운 직물을 만드는 실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소품을 다룬다. 도마와 액자같은 일상용품부터 간판, 종교용품까지 판매한다. 모든 제품은 주문 제작, 결이 살아있는 제품은 기성제품과 차별화되는 매력을 자랑한다. 나이테가 살아있는 우드스티커나 깜찍한 고양이가 눈길을 끄는 퀼트가방은 지름신을 부를 정도. 이렇게 다양한 제품들로 가게를 채워나가며 재도전에 나선 부부의 공방은 마을의 사랑방이 됐다. 물건을 꼭 사지 않더라도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도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점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것이 조 대표가 '더불어 잘 사는 삶'에 빠지게 된 계기였다.

어렴풋이 '같이'에 대해 느끼던 조 대표는 2016년 우연히 지인의 소개를 통해 사회적경제협회에서 진행하는 프리마켓에 참여하면서, 비로소 '더불어 잘 사는 삶'을 구체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쉼 없이 달려온 시간들, '같이'의 힘 덕에 그는 좌절했지만 도전했고 일어설 수 있었다. 조 대표는 프리마켓에서 만난 다른 사회적경제조직 활동가들을 통해 더 많은 사회적경제기업을 알게 되고 '더불어 살기'를 방향성으로 정했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고, 마을공동체를 통해 지역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했다. 그 일환으로 '2018년 용인시 마을공동체 주민제안 공모사업'에 지원하기도 했다. '숟가락 나눔과 공예강좌'라는 주제로 어르신과 청년, 아동과 청소년, 탈북자와 그 자녀 등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특히 탈북자의 수가 많은 지역 특성에 주목, 이들의 정착을 돕는 사업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미술과 가죽, 비누, 와이어 등 공예강좌, 코딩, 스토리텔링 등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탈북자와 그 가족들이 남한 사회에서 친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왔다.

조 대표는 요즘 '좀더 많은 사회적기업이 활동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꽂혀있다. 방송인 김미화씨가 운영하는 ‘까페 호미’에서 '꼴라보 마켓'을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용인시 원삼면에서 열리는 '꼴라보 마켓'의 목표는 우리 사회를 꼴라보의 장으로 만드는 것. 경력 단절 여성, 영세상인, 청년 스타트업 등이 서로 협력해 새로운 기회를 창조하는 게 목표다. 안정적인 마켓 운영을 위해 ㈜순악질과 업무협약더 체결했다.

사업 재기를 넘어 이젠 지역사회를 위해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는 요람이 된 '나무와 실'. 조 대표는 "꼴라보마켓은 판매를 통해 단순히 이익을 얻는 게 아니다.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사회적 경제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곳"이라며 "지역주민들도 즐겁게 참가하고 휴식할 수 있도록 문화 공연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사회에도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sen@ksen.co.kr 변윤재 기자, 이정은 겸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