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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는 사회적인가?


 


사회적경제는 사회적인가?




이화진(지속가능경영재단 상임이사)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 속에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경제주체이다. 기업은 생산의 주체이고, 일자리의 원천이며 자본주의의 본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주요한 행위자이다. 프리드먼은 기업이 시장에서 본연의 역할인 이윤동기에 의해 생산을 하고 시장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기여한다고 주장하였다. 그에 따르면 기업은 생산을 하기 위해 근로자를 고용하다보니 자연히 일자리가 만들어지게 되고 이들에게 임금을 지불하다보니 소비를 할 수 있어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고 파생적인 생산이 이루어져 국민경제의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이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여 사회의 욕구를 채워주며 나아가 치열한 경쟁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면서 더 많은 노동력을 고용하기에 선순환 구조는 더욱 확대된다는 것이다. 단순하고도 명쾌한 설명이다. 이 논리대로만 기업과 시장, 경제주체들이 행동한다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하지만 우리가 딛고 서 있는 현실에서 기업들은 사회, 환경, 시민의 입장과 처지는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편익 극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법과 원칙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자행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규제(regulation)라는 지적을 무릅쓰고 재갈을 물리고 안장을 얹는 것이다. 최근의 국정농단 사태 중심에는 국민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굴지의 대기업과 이들의 집합체 전경련이 자리잡고 있는 사실 하나만 보아도 기업에 대한 규제와 제어의 불가피함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글로벌 경제는 빠르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전환되기 시작했고, 경제, 사회, 환경 등에 있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이제는 하나의 뚜렷한 트렌드로서, 보이지 않는 자발적 규제로서 자리잡고 있다. 유엔의 글로벌 컴팩트, ISO26000, GRI,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등 기업을 둘러싼 다층적 이해관계자와 경제, 사회, 환경적 책임이 강조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윤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일반기업에 있어서도 사회적 책임은 세계적 추세인데 사회적 목적 실현을 사명으로 삼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더욱 기대되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과연 사회적 책임과 기대에 부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스스로 진단해야할 것이다.


사회적경제는 이윤동기에 의해 움직여지는 일반적인 경제활동 영역과 달리 사회적 동기, 즉 일자리, 사회적 배려, 자선, 기부, 봉사 등에 의해 작동되는 또 다른 경제영역이다. 물론 완벽하게 사회적 동기에 의해 작동될 수는 없기에 이윤동기도 어느 정도 개입하지만 이는 사회적 동기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적 요소이다. 1만여개가 넘는 협동조합, 3천여개를 바라보는 (예비)사회적기업, 15백여개를 넘나드는 마을기업 등 우리나라를 사회적경제 기업중 이윤동기를 수단으로 삼아 정확하게 사회적 동기를 실현하는 기업이 과연 절반, 아니 반의 반은 될지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


스스로 사회적경제기업이라 자칭하지 않지만 타인에 의해 사회적경제 기업이라 불려지는 기업 두 곳이 있다. 이지앤모어(www.easeandmore.com)는 여성용품인 생리대를 유통판매하는 여성기업이다. 아직 앳되고 때묻지 않은 서른한살의 안지혜대표가 창업을 결심하게된 것은 가정형편으로 일회용 생리대를 5~6시간씩 바꾸지 못하고 사용하는 아이들을 알게 되면서 부터이다. 제품의 가격이 시중가보다 낮아 인기를 끌고 있지만 모어박스 하나를 구매할 때마다 1팩의 생리대가 기부되는 시스템, 2달분의 생리대가 들어있는 기부용 상품인 이지박스를 론칭하는 등 이지앤모어의 경영방식과 이념, 지향점은 사회적경제보다 더 사회적이다. 판타스틱4의 헤로인 제시카 알바가 세운 유아용품 회사 어니스트 컴퍼니(www.honest.com)는 친환경의 대명사이다. 회사를 설립하게 된 동기는 자신의 아이들을 보며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다 한다. 현재 이 회사는 고객에게 찾아가는 맞춤형 서비스를 바탕으로 환경과 인간의 공존가치를 실현하는 한편, 제품 구매시마다 일정액을 Baby2Baby.org에 기부하여 저소득층 아기들에게 유아용품을 전달하고 있다. 각종 친환경 제품과 캠페인 뿐 아니라 저소득 아기들에 대한 배려가 회사의 중심적 경영이념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두 회사 모두 판매와 기부를 연결한 마치 탐스슈즈와 유사한 1 for 1서비스를 실현하는 곳이지만 최소한 외형적으로 사회적 경제를 표방한 기업은 아니다.


스스로 선한기업, 착한기업이라 자신을 소개하는 사회적경제 기업들중 얼마나 많은 수가 이 기업들보다 더 사회적일까 궁금하다. 드러내지 않으면서 조용히, 그러나 잔잔하게 멀리 퍼져나가는 사회공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다수의 일반기업들 보다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더 사회적인 이유는 사회적경제라 하는 검증된 카테고리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 카테고리에 속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격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취약계층을 드러내면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사회적경제 기업이 아니라 취약계층을 위하여 사업을 하기 때문에 사회적경제기업인 것이다. 저녁시간 홀로 사는 어르신 아파트 현관문 앞에 치킨 한 마리 몰래 내려놓고 도망치는 치킨집 주인, 나른한 오후 지역아동센터 문 앞에 피자 몇 판 쌓아놓고 부리나케 줄행랑치는 오토바이에 올라앉아 있는 피자집 사장님 보다 더 사회적인 사회적경제 기업의 모습을 그려본다.


신현진 기자(ksen@k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