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9월 제4호
굿윌(Goodwill) 스토어 수원
한국사회적기업신문에서는 성공적인 사회적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굿윌코리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 사회적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1. 굿윌코리아는 어떤 기업인가요?
굿윌(Goodwill)은 말 그대로 착한 뜻을 가진 기업입니다. 사회적인 약자(장애인과 취약계층)에게 일을 통해 삶의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는 곳이죠. 그래서 굿윌의 슬로건이 ‘자선이 아닌 기회를’입니다. 자선적인 복지가 아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곳이죠.
굿윌은 전국적으로 굿윌코리아 본부와 함께 6개의 스토어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굿윌의 시작은 며칠 전에 소천하신 시각장애인으로 한국최초의 박사를 취득하고, 미국백악관의 국가장애인정책차관보를 지낸바 있던 강영우 박사께서 소개를 하셨습니다. 굿윌 사업은 현재 전세계 13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에 166개의 지부와 2400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 2위의 비영리 단체입니다.
수원굿윌은 2005년 7월에 설립되었고, 전국적으로는 현재 서울에 4개의 스토어와 부산에 2개의 스토어, 창원에 1개의 스토어를 합하여 총 8개의 스토어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굿윌은 지역사회의 주민과 기업 등 여러 곳에서 물품을 기증받아, 기증받은 물품을 다시 분류하고 손질하여, 적정한 가격으로 매장을 통해서 되파는 일을 하는 곳입니다.
기증이 참 중요한 곳이죠. 기증이 넘쳐나야 기증받은 물품을 통해서 일을 할 수가 있고, 매장에 기증된 물품을 가득 채워야 고객들을 통해서 매출을 올리게 되고, 매출이 있어야 취약계층의 지속적인 고용뿐만이 아니라 신규고용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기증의 중요성이야 말로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굿윌이 무엇이냐고 말하면 몇 가지 말로 요약이 될 것 같습니다. 장애인과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기업입니다. 자원재활용으로 친환경실천에 앞장서는 기업입니다. 이 사회에 나눔 문화를 확산하는 기업입니다. 잠자고 있는 물건에 날개를 달아서, 꼭 필요한 분들에게 순환해 주는 기업입니다. 장애인들과 소외계층의 사회통합을 이끌어내는 곳입니다.
2. 사회적기업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기업육성법이 2007년에 제정되면서, 사회적기업이 인증을 받게 되었지만, 사실 굿윌은 사회적기업 인증은 2011년 5월에 받았지만, 이미 사회적기업의 정신과 의미를 다 담고 있었죠. 굿윌은 역사적으로 올라가면 미국 굿윌의 100년이 넘는 역사를 들 수 있고, 수원굿윌도 2005년에 시작이 되었죠. 어쩌면 사회적기업을 설명할 때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이라는 문장을 많이 인용하는데, 고용한다는 것은 삶의 새로운 기회를 준다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굿윌입니다.
수원 굿윌스토어는 수원중앙침례교회 고명진 담임목사와 성도의 기도와 지원으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왜 교회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가 하면, 성경을 보면 예수님이 이 세상을 사실 때 연약한 자와, 병든 자, 가난한 자와 같은 사람들, 요즘 말로 하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참 많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관심을 가지셨던 대상에 대해서 교회가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중앙교회에는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 정신장애인, 농인, 지적장애인 등 약 300명이 넘는 장애인과 가족들이 교회를 출석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장애인을 위한 특장차를 운행하고, 수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전달 서비스를 제공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을 추구하는 등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많이 있었습니다.
제가 중앙교회 부목사로 사랑부(지적장애인부서)를 담당했을 때, 지적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고민을 들어보면 ‘내 자녀가 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이 없다.’라는 것이 항상 부모님의 마음을 답답하고 아프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쌀 떨어지면 쌀을 또 갖다 주어야 하는 자선적 복지가 아닌, 좀 더 근본적으로 장애인들의 삶을 아름답게 세워줄 수는 없을까를 고민하고 있을 때에, 바로 강영우 박사님이 굿윌을 중앙교회에 소개하셨고, 중앙침례교회의 담임이신 고명진 목사님과 그 당시에 교회복지사역을 맡고 있었던 서덕원 목사님이 이 일을 시작하셨죠. 저는 그 당시에 전도사로 옆에서 굿윌사역을 돕다가 2008년에 수원굿윌대표를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05년 7월에 3명(비장애인 1명, 장애인 2명)으로 시작된 수원굿윌이 만 6년이 지나고 7년차를 보내고 있는 지금은 48명(지적장애인 훈련생 10명포함)의 대식구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2005년 첫 년도 예산이 약 1억 2천만원정도 였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초기사업을 위한 투자비까지 포함이 되었으니까 순수매출은 이보다는 적었죠. 그런데 올해는 우리가 예산을 약 10억으로 세웠습니다. 일자리는 거의 15배 이상 늘어났고, 총예산도 약 10배로 증가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직 목마릅니다. 하다보니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죠. 어쩌면 산 너머 산과도 같은 것 같아요. 아직도 우리가 고용해야 할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더 많이 있습니다. 그들을 더 체계적으로 훈련시킬 프로그램도 있어야 하고, 지금 하고 있는 장애인생산품인 친환경세제의 판로도 개척해야 하고, 수원 굿윌스토어 2호점, 3호점을 순차적으로 열어야 하고, 청소용역사업에 함께 하고 있는 분들의 대부분의 취약계층인데, 이 분야에도 지적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사회는 장애인과 취약계층의 능력을 가지고 생산성을 가지고, 근로능력을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사회적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이 할 일이 분명히 있는데, 우리가 그들을 훈련하고 지원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그들 이상으로 사회가 그들을 더 맞이할 수 있는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3. 성공한 사회적기업으로 손꼽힙니다. 성공 비결이 있다면?
저는 목사입니다. 성공비결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첫 번째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말씀드린 대로 교회가 이 일을 시작했고, 지금도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으니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뭐라고 설명할 수가 있을까요. 사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매장도 교회재산입니다. 월세만 받아도 한 달에 몇 백은 받을 텐데, 무상으로 우리가 사용하도록 빌려주었죠. 굿윌 도네이션센터가 있는 주차장도 교회 땅인데 사용하도록 해 주었습니다. 현재는 작년에 트럭을 한 대 구입했지만, 그동안 계속 사용해오던 트럭도 교회 것인데, 거의 굿윌 것처럼 사용하다시피 했었습니다. 교회의 도움과 사랑이 아니면, 사실 지금의 굿윌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물품을 기증하고 후원해 주시는 많은 손길을 뽑지 않을 수 없죠. 매장도 있고, 도네이션센터도 있는데, 기증이 없다면 일거리가 없고, 일거리가 없으면 일자리도 없습니다. 꾸준하게 굿윌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굿윌스토어를 정기적으로 이용해주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민을 가면서 거의 새 제품을 기증해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어떤 분이 최신 냉장고를 기증했는데, 95만원에 팔렸습니다. 기업의 경우에는 알앤엘그룹이 화장품을 지속적으로 기증해주어서, 굿윌을 이어가는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직원들의 헌신과 열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사회적기업 직원들의 대우가 그렇게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하는 분들을 보면 나눔의 가치를 보고 배우는 것 같아요. 이곳에서 일하면서 자신이 많이 변화가 된다는 이야기도 하고요. 월급을 받는대로만 일하면 굿윌이 그렇게 잘 움직여지지 않을 텐데, 굿윌의 한 식구처럼 자신의 에너지를 함께 모아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실제로 우리 직원들 중에는 다른 좋은 여건의 직장들을 포기하고, 이곳에서 수고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이 가져다주는 가치를 알기 때문이죠.
4. 기업을 운영하며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나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일반중소기업들도 생겼다 소멸했다를 반복하는데, 사회적기업이고 장애인과 취약계층이 함께 일하는 일터에 어려움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죠. 위기에는 위험과 기회가 함께 있다고 하쟎아요~ 초기에는 직원들의 월급날짜가 다가올 때마다 통장잔고를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고, 서울 테크노마트에 굿윌 한복전문매장을 열었다가 운영이 잘 안되어 폐업을 하면서 많은 재정손실을 봤던 적도 있었고, 현재의 매장 전에 컨테이너 매장을 가지고 있을 때 공간적인 문제도 있었고, 기증받을 물건을 적재할 창고공간 문제, 장애인훈련생의 자립을 위해서 천연비누 제작, 해바라기씨유 판매 등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고난에는 다 의미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기회를 향해서 우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들이 바로 이럴 때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애인들과 함께 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인내하는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사회적기업도 때로는 적극적인 방향을 모색하고 돌파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잘 견딜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 그 인내를 누가 해야 할까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참고 일해야 한다는 것이죠. 무엇 때문에 참을 수 있을까요? 현재 일하고 있는 기업의 가치와 비전을 함께 공유할 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때로는 힘든 여건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두는 직원들이 있을 때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또 새롭게 이 일을 감당할 사람, 그 시기에 가장 적절한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구요. 역시 사회적기업의 가장 중요한 재산은 사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려움이 닥칠 때 어떻게 극복하는가? 여러 가지가 있겠죠. 하지만 이 어려움이 굿윌만의 어려움이 아니라, 굿윌과 함께 하는 기관, 교회, 재단의 공통적인 문제로 인식되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연대하여 고민하면 그 속에 실마리가 조금씩 보이게 되더라고요. 도움의 손길도 만나게 되고요.
결론은 이것입니다. 어려움은 항상 있습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견디고 인내할 사람이 있어야 하고, 어려움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전체의 문제로 인식되면 실마리를 풀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과정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항상 배워야 합니다. 어려움으로만 끝나면 안됩니다. 교훈을 찾아야 합니다.
5. 굿윌의 사업분야와 생산품은 무엇인지요?
굿윌코리아 수원은 크게 보면 네 개의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품을 기부받아 분류하고 손질한 후에 가격을 책정하여 매장으로 입고시키는 역할을 감당하고, 기부물품에 대한 통계와 기부자 관리를 하는 도네이션센터가 있고, 매장으로 입고된 물건이 새 주인을 만날 수 있도록 물품을 잘 전시하고 판매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스토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지적장애인 직업훈련의 장인 굿윌팩토리에서 친환경인증을 받은 세제를 생산하여 장애인들의 직업재활의 장이자, 자립의 장으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건물청소용역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을 고용하여 청소업무를 통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일들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굿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나눔문화를 확산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기증에 동참하게 하는 것입니다. 굿윌에 기증을 해 주는 사회의 다양한 기관과 많은 사람들이 바로 굿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고 볼 수 있으며, 또 한가지가 있다면 굿윌에서 장애인을 통하여 생산되는 친환경세제의 판로를 개척하는 일입니다. 많은 사회적기업들이 그러한 것처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굿윌팩토리는 친환경세제인 ‘네츄럴허그’라는 이름으로 주방세제, 탈취제, 세정제, 식기세척기 세제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6. 직원들을 위한 복지나 교육은 어떻게 하시는지?
저는 가급적 직원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역량을 찾아 열심히 배우고 훈련받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면 사람에게 투자해야 하는 일을 망설일 수가 없습니다. 요즘 보면 사회적기업 종사자들에게 너무 좋은 교육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직원이 성장해야 기업이 성장하고, 직원이 자신의 일에서 보람과 만족을 느껴야 행복한 일터가 되고, 그 힘으로 함께 세상을 바꾸는 좋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굿윌은 직원들에게 정기적인 영성훈련의 참여기회와 본인의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 그리고 굿윌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도 국제굿윌과 함께 웨비나 형식으로 교육을 하고 있지요. 나아가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해외연수의 기회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복지적인 측면은 자체적으로는 사실 크게 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후원을 이끌어 내어 전 직원 종합건강검진의 기회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실시하였고, 직원자녀 중에서 고등학생, 대학생 자녀를 둔 직원의 경우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는 결혼기념일, 생일, 정기적인 회식 등으로 조금씩 격려를 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시상은 기관의 4대 가치에 따라서 그에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상품과 함께 상장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7. 한국사회적기업신문에 바라는 사항
먼저는 사회적기업신문이 있다는 게 너무나 감사하지요. 각 사회적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고, 사회적기업의 운영에 대한 정보나 방향성을 알려주는 신문이 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바라는 것은 사회적기업신문이 처음부터 지향했던 이상과 비전을 끝까지 잘 진행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정보의 범람 속에서 쓰레기에 들어가는 내용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모릅니다. 사회적기업신문의 끊임없는 소통의 노력을 통해서, 정부와 기업간의 목소리를 잘 드러내고, 정부의 사회적기업정책에 일조하고, 사회적기업들에게는 미래를 준비하도록 도와주는 신문이 되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