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7 (월)

  • 구름조금춘천 17.6℃
기상청 제공

협동조합 없이 살 수 없다 - 이창호(사단법인 더불어사는사람들 상임대표)

 

협동조합 없이 살 수 없다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상임대표


마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감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맞춤형 아카데미 협동조합 강사




처음 협동조합에 가입한 것은 1974GM코리아자동차 신용협동조합이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놓지 않는 계기가 되었다.


1978년 신협 지도자 교육과 회보에 부모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신협 없이는 살 수 없다고 기고했는데, 2012UN이 세계 협동조합의 해를 정하고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이 위기를 겪고도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 나름대로 위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협동조합은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성장과 퇴보가 극명히 갈린다. 핵심은 설립 주체가 헌신과 열정, 긍정적인 생각과 투명한 운영을 소명 의식으로 생각하고 실천해야 협동조합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스스로, 자발적으로 자조’, ‘자립의 정신에 입각해야 한다. 그래야 처음에는 힘들어도 지속 가능한 조합이 만들어진다. 물론 외부에서 지원을 해주면 좋겠지만, 보조금이나 우선구매 등만을 유일한 활로로 생각하면 제도가 없어지거나 할 때 덩달아 조합도 문을 닫을 수도 있게 된다.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이한 안성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은 협동조합 운영의 좋은 모범사례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스스로 조합원도 모으고 출자금도 모아 아주 작게 시작했다. 외부에 기대지 않고, 의존하는 것 없이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묻고 세월이 답을 내놓는 것이 협동조합이다. 한국의 신협도 1960, 조합원 27명으로 시작했다. 53년이 지난 지금, 2013년 연말 기준 조합원이 58109천명이다. 215518배의 양적 증가가 이루어진 숫자다.


 


20대 초반, 농촌에서 신협을 조직하여 더불어 잘 사는 마을을 만드는 것을 꿈꾸었다. 실현시키지는 못했지만 그 꿈이 1985년 신협 감사, 1988년 생협 실무책임자를 역임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2009년부터 마이크로크레딧뱅크 사업을 하게 되었다. 정부와 지자체의 기금으로만 대출을 해주다보니 외부 자금이 없으면 사업을 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 뜻이 같은 신협의 은사님, 선배님과 주변 지인과 함께 사단법인 더불어사는사람들2011830일에 창립하게 되었다.


 


사단법인 더불어사는사람들은 취약빈곤계층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무이자, 무담보, 무보증, 일부 무대면 등 착한 대출을 해주는 것에 그 설립 목적이 있다. 대출자금은 후원금, 대출자의 출자금, 대출상환금으로 조성하고 있으며 2012년부터 현재까지 상환율 90%를 유지하고 있으며 금융정보 및 의료, 생필품 등도 지원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20대 초반 품었던 뜻을 따라 새로운 신협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였다. 한 뜻을 오랫동안 품으면서 그 방향으로 나아가니 뜻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협력자도 나타나고 있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신용이다. 믿어주는 곳이 없으니 안정적인 대출을 받기가 힘든데, 더불어사는사람들은 얼굴도 보지 않고 대출을 해준다. 이것이 신용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며, 일시적인 자선보다 자립, 자조를 꾀하는 착한 대출이 어려운 분들을 살려내는 길이다. 또 대출받은 분이 출자를 하므로 언젠가는 상호금융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단법인이지만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협동조합이 널리 퍼진다면 정말 멋있는 사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천천히, 확실하게, 꾸준히 하면 지속 가능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원칙, 열정, 투명, 긍정적인 마음으로 운영에 임하면 반드시 성공하는 협동조합이 될 수 있다.


 


협동조합을 꿈꾸는 분께,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모두를 위해, 조합을 위해 헌신하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잘 될 때에만 조합에 들어오고, 잘 되지 않으면 빠져나가버리는 협동조합은 너무나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연대의식의 부재이다.


흔히 1/N이라 하는데, 이사장 및 임원은 1/N에서 임원의 역할을 더하여 힘이 되어야 한다. 신협과 생협,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 더불어사는사람들에서 직접 느끼고 활동하며 체감한 경험 이야기이다. 인내는 쓰나 열매는 달다. 우리는 이것을 잘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