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기본법 시행 후 지난해 12월 1일부터 1년간 서울에서 885개(12.1일 현재)의 협동조합이 설립신고를 했다. 매일 3.7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된 셈이다. 평균 조합원 수는 15명이고 100명 이상의 조합원이 설립한 곳도 12개나 된다.
1년간 885개 설립, 도매 및 소매업(27.3%), 사업자(56.4%), 강남구(96개) 최다
1년간 서울에서 설립신고된 협동조합은 885개 중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협동조합이 242개(27.3%)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은 ‘교육·서비스업(143개, 16.2%)’,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73개, 8.2%)’, 예술·스포츠·여가(70개, 7.9%) 순이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사업자협동조합’이 466개로 전체의 52.7%를 차지했고,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 261개(29.5%), ‘직원협동조합’ 89개(10%), ‘소비자협동조합’이 69개(7.8%) 순이다.
‘사업자협동조합’이 많은 이유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으로 골목상인을 비롯한 소상공인이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설립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가 96개로 가장 많은 협동조합이 소재하고 있었으며 서초구(69개), 마포구(64개), 영등포구(58개), 종로구(57개) 등 경제활동이 많은 구가 협동조합 설립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장 남성(78.6%), 평균연령 50세 등 베이비부머 협동조합 설립 눈에 띄어
협동조합 이사장의 성비를 살펴보면 남성이 78.6%(696명), 여성 21.4%(189명)였으며, 이사장의 평균연령은 50세로 베이비부머 세대가 협동조합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이며 중장년층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평균조합원수 15명(10인이하 72.1%), 평균출자금 19백만원(1천만원 이하 67%)
규모를 살펴보면 조합원 10인 이하인 곳이 72.1%(638개)로 평균 조합원수는 15명이며, 출자금 1천만원 이하인 조합이 67%인 596개로 평균 출자금은 19,175천원이었다.
다양한 모범사례와 실패사례 담은 사례집 발간, 실제 설립시 유용하게 활용
설립된 협동조합 중에는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다양한 협동조합들이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모범적 협동조합의 사례 20~30개를 묶어 오는 12월 중에, 사례집을 발간해 실제 설립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이 사례집에는 모범 사례뿐 아니라 조합원간 갈등, 투명하지 못한 조합운영 등의 사유로 실패한 국내·외 사례도 함께 담아 준비 없는 설립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줄 예정이다.
여성·중장년층·퇴직/해고자·벤처기업가까지 질 좋고 지속가능한 틈새 일자리 창출
먼저 여성, 중장년, 퇴직·해고자 등 취업취약계층 시민의 협동조합 설립사례가 눈에 띈다.
‘협동조합 잼터’ 이진 이사장(43)은 7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그만두고 비슷한 시기에 퇴직한 동료·후배와 함께 초등학생 대상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협동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서울시 협동조합상담센터에서 설립절차·정관작성요령 등에 대해 상담을 받고 협동조합 교육도 받았다. 그리고 약 1년간 조합원들과의 협의와 준비를 통해 지난 4월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올해 약 2억원의 매출 달성을 예상하고 있는 이진 이사장은 보수도 나아졌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협동조합 운영 원리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조합원들도 회사의 주인이라는 인식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유지보수 협동조합’도 비슷한 케이스. 무보수 휴가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회사에 직원을 대표해 의견을 제시하다 그 자리에서 해고를 당한 김희범 이사장을 비롯한 회사 동료들이 모여 설립한 이 협동조합은 청와대 공사도 수주하는 등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엑투스 협동조합’은 주식회사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사례다.
‘엑투스 협동조합’은 소프트웨어 품질관리 및 컨설팅 등 사업을 통해 약 8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탄탄한 벤처회사에서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9월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올해 10억원 매출 달성을 예상하고 있는 엑투스는 대기업 용역수주가 주된 사업 영역이었는데 올해부터는 협동조합보드게임 개발 등 비즈니스모델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기존에도 협동조합의 정신으로 운영하던 회사를 비용과 시간을 들여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이유는 조합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고 최예준 이사장(39)은 밝혔다.
프리랜서, 노점상, 소상공인, 예술가 등 함께 모여 협동조합의 이점 최대한 살려
협동조합은 프리랜서, 소상공인, 예술가 등이 모여 수익, 처우, 인지도 등의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64명의 번역사로 구성된 ‘번역협동조합’은 그동안 대부분의 번역사들이 에이전시를 통해 일감을 받고 상당한 비율의 수수료를 내던 관행을 없애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번역협동조합’은 현재 번역 직거래를 통해 번역사들의 처우는 개선하고 동시에 이용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와플대학 협동조합’은 신촌에서 와플노점을 운영하던 손정희씨(53)가 주축이 된 협동조합으로 특허받은 와플레시피를 이웃 노점상과 공유하고 재료개발, 구매, 상권분석 등을 함께해 현재 3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이 이 곳은 수수료, 비용 및 제고물품 전가 등 ‘갑’과 ‘을’로 대변되는 기존의 프랜차이즈가 아닌 새로운 서울형 프랜차이즈형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배고픈 예술가들에게도 협동조합은 시민들에게 인지도를 높이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림책작가들이 모여서 설립한 ‘그림책작가 협동조합’은 조합이 출판사 역할을 맡아 작가의 처우를 개선하고 창작·영업·마케팅 등 작가활동에 필요한 업무를 지원한다. 6명으로 시작한 조합은 현재 예비조합원까지 70여명으로 늘어났으며 침체된 그림책 시장을 살리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여 자라나는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들의 정서함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돌봄서비스 등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의 새로운 모델 제시, 서비스질 향상
지난 4월 인가를 받은 ‘도우누리사회적협동조합’은 돌봄사회서비스를 공급하는 협동조합이다. 조합원은 118명으로 구성돼 있고 요양보호사, 활동보조인 등의 직원이 108명을 차지하고 있다.
공공재인 돌봄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지속성을 위해 협동조합의 형태로 설립하게 되었으며 향후 서비스 수요자인 소비자조합원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재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등 바우처 사업도 맡고 있다,
‘협동조합 초록캠프’는 장애가족과 사회복지사 등이 모여 설립한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이다. 장애청장년을 돌보는 주간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장애가족의 경제력 향상을 위해 조미료 없는 천연재료를 사용하는 건강한 밥상이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복지서비스 수요자인 장애가족은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서비스의 질도 향상되는 장점이 있다.
특색있는 협동조합도 눈에 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민들은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했을 사람 병원비보다 비싼 동물병원 병원비가 부담과 금액의 적정성에 대한 해법을 내놓기 위해 설립된 ‘우리동물생명병원협동조합’은 현재 390명의 조합원과 735마리의 반려동물이 함께 투명한 동물병원 설립을 위해 추진 중이다.
이 밖에도 공정무역커피·초콜릿 등의 식품을 다루고 연구하는 ‘이피쿱협동조합’, 경력단절여성들이 모여 육아·경제활동의 균형을 찾고 실행하는 ‘소셜메이트솜협동조합’, ‘한국퀵서비스협동조합’을 비롯해 수제화, 봉제, 주얼리 관련 협동조합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협동조합 실태파악을 위한 협동조합 실태조사 실시
이에 앞서 서울시는 이러한 모범사례들을 발굴·전파하고 운영 내실화를 위한 지원정책 수립을 위해 지난 7월까지 설립된 564개 협동조합 중 230개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8월~9월 두달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는 협동조합 모범사례를 발굴·전파하고 운영내실화를 위한 지원 정책 개발을 위해 활용할 계획이다.
설립 목적은 조합원 수입/복지 증진 , 사회적문제 해결, 설립, 조합원은 유사업종종사자
협동조합 설립목적을 묻는 질문에선 조합원 수입 증대 및 복지 증진을 목적(45.2%)으로 설립된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지역사회 공헌 등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해 설립(27.8%) 했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협동조합 설립에 만족한 209명에게 이유를 물어본 결과 조합원 수익증대 및 복리증진이 됐다는 대답이 95명(45.5%)이었으며.조합원 일자리창출 39명(18.7%),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 28명(13.4%)였다.
조합원은 주로 유사업종 사업자(62.6%), 지역주민(14.8%)이었으며 설립 및 사업추진 자금은 주로 조합원의 출자금(89.6%, 복수응답)이었다.
설립 전에 교육을 받은 응답자는 69.2%였고 △응답자의 협동조합 운영원리 이해(60%) △홍보, 마케팅 등 영업능력 향상 교육(53.2%)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응답한 협동조합 중 85.7%(197개)가 서울시 협동조합상담센터를 알고 있었으며, 그 중 60.4%(119개)가 협동조합 설립 등을 위해 센터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용자의 85.7%(102개)가 서비스에 만족했다고 밝혔다.
협동조합 기금조성 및 금융지원, 판로지원, 네트워크 활성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
향후 협동조합을 위해 필요한 정책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복수응답을 받은 결과 △협동조합 기금조성 및 금융지원 정책(53.9%) △정부의 공공구매 등 판로지원(42.2%) △협동조합 네트워크 활성화 지원정책(22.6%) △세금감면 등 세제혜택 정책(22.2%)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러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14년도에는 시민생활 속에 뿌리내리는 생활밀착형 협동조합을 안착시키기 위해 운영 내실화에 중점을 두고 실질적인 지원 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지난 1년간 기대보다 더 많이 협동조합의 설립이 이루어졌다. 성공적인 협동조합 설립과 운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합원 교육을 통해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 수준을 높이면서도, 협동조합 원칙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여 사업적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동윤 서울시 경제진흥실장은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시민들이 협동의 우수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내년에는 협동조합 사업추진이 본격화돼 더 많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이러한 협동조합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도록 판로조성, 제도개선, 종합 홍보채널 구축 등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서울시청, 2013.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