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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기본법의 출발에 서서 - 원주 사례를 중심으로

2013년 09월 16호

협동조합기본법의 출발에 서서
원주 사례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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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선
상지대학교 교수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강원지회장

2009년 UN총회에서는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비롯한 자본주의 시장구조의 폐해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제시된 것이다.

국내에서도 작년 12월 29일 협동조합 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해 지난 1일부터 시행됐다. 주된 내용은 금융, 보험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을 협동조합에 담을 수 있는 것. 협동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5명만 뜻을 모아 지자체에 신고하면 법인체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기본법 시행으로 협동조합을 통해 주민 스스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고, 지역 문제나 개개인의 문제도 협동조합을 통해 해결하는 토대를 다소간 갖추게 됐다.

협동조합과 지역사회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문화·사회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주민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결사체(조직)이다.
1960년에 부산과 서울에 처음으로 협동조합이 탄생했고, 원주는 그로부터 7년 후인 1966년 11월 12일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당시에는 살인적인 고리사채가 만연해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협동조합이 설립된 것이다. 경제적 고통을 서민들이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원주의 정신적인 지주라고 할 수 있는 故 장일순 선생은 “만민이 평등하고 자유로우며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라고 한 바 있는데 이는 협동조합이 왜 필요하고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잘 대변하는 말이다. 그 이후 1970년 원주 협동조합 운동가들은 정선이나 태백 등 광산촌 주민을 위한 신용협동조합과 소비자협동조합 등을 만들고 활성화시키기도 했다. 이는 고물가·저임금으로 생활하던 광부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렇듯 협동조합은 경제·사회문제의 대안을 제시하면서 성장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영향으로 협동조합은 쇠퇴의 길을 걷는다. 농업에서 공업으로, 농촌에서 도시중심으로, 석탄에서 석유 사용으로 전환되는 산업화가 진행되고 정부가 추진했던 새마을사업의 자금 부담을 농민이 부담하게 되면서 탈 농촌 현상이 가속화 됐다. 협동조합 운동의 기반이 됐던 농촌사람들이 도시로 떠난 것이다. 이후 ‘원주한살림’과 같은 도시와 농촌이 함께 협력하고 연대하는 새로운 형태의 협동조합이 조직되면서 협동조합 운동은 다시 성장하지만 IMF로 인해 재차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 당시 협동조합의 절반 이상이 무너졌다고 한다.

지난 2003년 원주의 8개 협동조합이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를 발족해 협동조합간의 협력과 교류를 통한 상호발전을 모색하게 됐다. 그 후 협동사회경제운동 활성화와 협동과 자치의 지역사회 건설 등을 목표로 지역 사회단체와 결합한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가 출범하면서 원주 협동조합 운동은 전국에서 벤치마킹 하는 수준까지 이르게 된다.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에는 현재 19개 단체에서 3만 5천명의 조합원과 회원이 있다. 이들은 거대정부와 대기업들 사이에서 갈수록 어려워지는 서민 삶의 문제를, 이번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을 계기로 함께 해결하고, 상생하는 대안적 지역사회를 만드는 일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한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사람을 모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협동조합에 성공한 해외사례처럼 시민들에게 홍보와 교육을 집중해 협동조합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지역사회에서 자구책의 일환으로 다양한 협동조합이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사업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리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 간 상호거래를 통한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협동조합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원주한살림을 통해서 본 협동조합 기본법
원주한살림 생활협동조합은 생명사상에 기반을 둔 생명살림의 결사체이다. 
내 생명이 소중한 만큼 상대방 그리고 내가 먹는 생명도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인 것이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남의 생명을 섭취해야만 살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명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따라서 한살림에 소속된 조합원들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논과 밭에 서식하는 수많은 미생물이나 곤충들도 존재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살림이 친환경 농업을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방식으로 한 살림은 1차 농산물과 이를 바탕으로 한 가공품 등 2천여가지 생활용품을 조합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친환경 방식을 따르고 그것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한살림은 일반 시가와 비교해 10% 정도 비싸다. 하지만 가격이 높다는 것이 조합원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살림의 가격결정 방식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생산자가 직접 재배하고 공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격도 당사자가 모여 결정한다.

경쟁상품 진출이나 원재료값이 올라 소비자 가격 부담이 커지면 농민들이 일정부분 이익을 양보하기도 하고, 농민들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되면 소비자들이 가격을 인상해 농가들에게 도움을 준다. 농민들은 소비자를 믿고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판로를 유지할 수 있으며, 소비자들은 안심 먹거리를 지역에서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원주한살림은 유기농 방식으로 떡을 제조·판매해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행복한 시루봉이나, 무농약 쌀 '해울미'를 학교 급식이나 어린이집 등에 공급하는 친환경급식 맞두레에도 출자를 해 설립을 도와준 바 있다.

이번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으로 한살림은 이러한 관계들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 방식은 한살림에게도 이롭다. 이들이 생산한 제품이 한살림을 통해서 소비자 조합원에 공급되니 안전하면서도 다양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도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관계를 확대해 나가면 한살림이 추구하는 생명사상 전파에도 도움이 된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생겨서 공동육아, 방과 후 공부방, 노인요양 서비스 등 사회 곳곳의 사업들을 할 수 있다. 한살림처럼 다른 협동조합들이 기틀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한 지역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미래사회의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협동조합운동의 최종 목표가 아닐까 싶다.

원주의 협동조합
원주의 협동조합은 아직 부족한 것이 너무도 많다. 부족함에도 외부에서 원주의 협동조합을 이야기 하는 것은 우리나라 협동조합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래도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지학순 주교님과 고 장일순 선생님의 뜻과 지도를 잃지 않고 협동조합을 통해 주민 삶의 어려운 여건을 개선해 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리사채로부터 농민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고자 신용협동조합 운동을 시작했고, 운동을 통해 조직한 신협과 소비조합이 산업화로 인한 농촌의 붕괴와 함께 쇠락하자 이를 해결하고자 생명사상과 호혜성에 입각해 한살림을 만들었고 또한 IMF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협동조합 간 협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2003년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를 만들었으며 2009년에는 협동조합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경제조직 간 연대의 폭을 넓히려 협의회를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로 전환하여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더디지만 사회적 사명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협동조합 운동을 발전시켜왔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협동조합기본법 시대에 맞춰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 사업을 비롯해 협동조합 자립을 위한 협동조합 간 연대, 새로운 협동조합 설립 등의 작업을 추진 해야 한다. 이 또한 협동조합을 통해 주민 삶의 여건을 개선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 시민에게 협동조합이 낯선 이유
지금까지는 신협법과 생협법, 농협법 등 8개의 개별법만을 근거로 해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었다. 사실상 협동조합 설립이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또한 정부 간섭 등으로 인해 협동조합이 협동조합답게 운영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일반 주민이 협동조합을 쉽게 접할 수 없었고 조합원이라 해도 자신이 협동조합 조합원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제는 기본법이 제정돼 금융과 보험 분야를 제외한 전 영역에 걸쳐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어떤 분야에서 건 누구나 쉽게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번 협동조합기본법을 근거로 해서 협동조합이 주민 삶에 녹아들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을 기화로 뿌리내리려면 민·관이 함께 교육 등을 통해 협동조합을 주민에게 전파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 같은 사업체이긴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체가 아닌 공통의 필요와 열망, 욕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사업체 또는 공익(公益)을 추구하기 위한 사업체이다.

따라서 공통의 필요와 열망 등을 해결하고 공익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이해하지 못하면 협동조합은 출발 자체가 어렵다. 따라서 협동조합 활성화의 첫 번째 조건은 필요한 사람을 찾아 조직화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협동조합 역시 사업체이어서 사업적 성공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 여건만을 놓고 보자면 협동조합이 사업적으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협동조합 간 협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협동조합 간 구체적인 사업의 연계를 통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족하지만 협동조합 간 협동의 10년 역사를 갖고 있는 원주가 외부에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협동조합이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 정부에서는 다른 사업체와 출발선이 같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힘쓰고 있는데, 협동조합은 지역을 근거지로 하는 사업체인 만큼 자치단체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본법 제정으로 다 함께 잘 사는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협동조합의 효용성을 잘 인지하고 협동조합이 잘 발달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