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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아무나 짓는 것이 아니야

201308월 제15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것이 아니야




김준기.jpg


김준기


일농공동체사회연구소장


 


최근 도시민들의 귀농 귀촌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신바람(新風)인지 신()바람인지는 모르겠으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가 농촌의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농업인구 감소와 농촌공동화 등 농촌 문제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정책적인 배려와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물론 과거와는 달리 도시민의 농촌에 대한 향수와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욕구가 높고, 또 경제적 생활 여유가 있는 도시민과 정년퇴직자들, 그리고 자연경관과 더불어 풍광,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웰빙(Well being)족과 건강을 되찾고 휴양하려는 힐링의 수단으로 농촌에 정착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IMF사태 이후 사업에 실패한 자영업자나 실직자들, 그리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도시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실업자들이 일자리 찾기와 돈벌이, 생활 수단과 생활근거지를 마련하고자 하는 생계모색 차원에서 귀농귀촌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였다.




이런 현상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의문과 우려 또한 적지 않다. 현재 펼쳐지고 있는 정부기관의 귀농 귀촌정책과 그에 따른 귀농 귀촌현상이 과연 오늘 우리 농촌 농업이 안고 있는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대책이며 그 대안인가 하는데 대해서는 회의와 부정적 시각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귀농 귀촌인들은 처음 생각하고 기대한 만큼 만족된 삶을 누릴 수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을 것인가. 간혹 각종 언론 매체에서 보도하듯 귀농인들 중에 제대로 된 착실한 농업인, 억대벌이 농업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 더하여 농촌마을 발전에 기여하고 이바지하는 바람직하고 훌륭한 농촌지도자로서 역할을 하는 귀농인 또한 없지 않다.




우리 농촌 농민이 바라고 기대하는 것은 바로 이들이다. 그러나 우리 농촌 농업의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농사란 결코 만만치 않다. 쉽게 말해서 누구나 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또 누구나 농사를 지어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농사짓는 일은 마음먹은 것처럼 잘 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농촌 농민인 부모들이 자식들에겐 농사를 짓는 대신 외지로 나가라고 하며, 왜 농촌에 젊은 농사꾼이 없는지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이 시점에서 귀농 귀촌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선조 대대로 농사꾼에게 일러준 말씀을 통해 농사꾼이 깨닫고 지켜야 할 가르침을 중심으로 몇 마디 일러줄 말이 있다.




첫째, 농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농사꾼이라고 다 농사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우치고 터득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떤 이유에서 농사를 짓게 되었든 농사꾼은 농사꾼으로서 농사철학과 농심사상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깨닫고 터득해야 농사꾼으로서 참농사꾼 자격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농업철학(農業哲學)과 농심자상(農心思想)은 무엇이며 어떻게 터득하는 것인가.




둘째, 농사를 지으려면 먼저 작물이 되고, 가축이 되라. 이 말에 담겨있는 깊은 뜻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농사꾼이 제대로 된 농사를 지을 수 있으려면 작물, 가축과 한 몸이 되어야 하다. 즉 자연과 사람이 일체(一體)가 되어야 한다는 신토일체(身土一體) 내지 합일(合一)이라고 하는 농심사상이 몸과 마음에 배어야 하는 것이다. 농사꾼이 농사를 제대로 지으려면 작물과 가축의 생리적 특성과 유전적 형질 및 생육조건 등을 잘 알아야 하고, 스스로 잘 자라고 잘 클 수 있도록 그에 적합한 환경조건과 그들이 필요로 하는 재배 생육관리를 제대로 해 주는 것이 바로 농사꾼이 해야 하고 또 하는 일인 것이다.




셋째, 농사는 사람이 짓는 것이 아니다. 흔히들 사람이 작물과 가축을 기르고 키운다고 한다. 물론 농민의 행위가 보태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작물이 자라고 가축이 크는 것은 작물과 동물 자신인 것이다. 오직 작물과 가축이 잘 자랄 수 있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보살피고 뒷바라지하는 것이 농사이다. 농사는 땅()과 하늘이 지어준다는 말도 의미 있게 새겨야 한다. 그해 날씨가 어떠하며, 땅을 얼마나 잘 가꾸고 다듬느냐에 따라 농사의 풍흉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작물이나 가축은 사람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자연과 일체가 되지 못한 얼치기 건달 농사꾼들에게 농사꾼 어르신네들이 들려주는 말이다. 어떻게 작물이나 가축이 사람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느냐고,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대꾸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다. 농사를 지으려면 작물과 가축과 일체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농사꾼은 단순히 생계 또는 돈벌이 수단과 대상으로만 보고 "작물과 가축을 기른다"라고 한다. 이런 농사꾼을 두고 농작물과 가축과 늘 가까이 하라고 일러주는 것이다. 또한 그만큼 부지런해지라는 말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논길 밭두렁을 부지런히 다니고 축사에 자주 들락거린다고 해서 가까워지고 일체가 되는 것일까. 아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작물과 가축에게 다가가서 그들과 일체가 되고 그들의 삶과 생명을 살피고 지극한 마음으로 보살피는 정성어림이 있어야 함을 일러주는 것이다.




다섯째, 농사도 시와 때가 있다. 자연 현상에 봄, 여름, 가을, 겨울철 사계절이 있듯 자연의 섭리와 운행에 따라 농사도 씨 뿌릴 때가 있고, 가꾸고 거둘 때가 있는 것이다. 때와 시기를 놓치면 농사가 제대로 되지도 않고 잘 안 된다는 것을 마음에 담아야하는 것이다. 요즈음 농사는 농업생산기술과 과학기술이 발전하여 철이 따로 없고 사시사철 농작물을 생산해내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회자되고 있는 말 가운데 제철에 생산된 농산물이 사람 몸에 좋다는 말과 지산지소(地産地消)라는 말이 바로 옛 조상들이 남긴 참 농업철학이 담긴 말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 인간들이 깊이 깨닫고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철학이요, 진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