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의 재기를 돕는 국가적 약속, 희망리턴패키지의 본질적 의미
[고재철 박사 칼럼 ]
2025년 대한민국의 골목경제는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다. 고금리와 소비 위축, 물가 상승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소상공인의 일상은 한층 더 버거워졌다. 가게를 10년 넘게 운영해온 이들도 “이제는 더 버틸 힘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지금 소상공인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지원금’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이다. 이 기회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이다.
희망리턴패키지는 폐업을 앞둔 소상공인의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설계된 종합 컨설팅 프로그램이다. 점포철거 비용, 정리지원, 계약·채무 관련 법률상담, 세무상담, 심리상담 등을 제공하며, 폐업 이후 재기와 재취업, 재창업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돕는 것이 특징이다. 이 사업은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던 과거의 구조를 바꾸고, 폐업이 곧 인생의 몰락이 되는 현실을 개선하는 중요한 정책적 의미를 지닌다.
폐업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사업 종료가 아니다. 그것은 가족의 생계, 체면, 미래 계획까지 뒤흔드는 중대한 변화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 나가보면 소상공인 대부분이 폐업 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막막함과 두려움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점포 정리 비용은 수백만 원에 달하고, 임대차 분쟁과 채무 문제까지 이어지면 폐업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희망리턴패키지는 이러한 절벽 앞에서 국가가 손을 내밀어 주는 제도이다. 폐업을 두려움이 아닌 ‘정리와 준비의 과정’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바로 이 사업의 가장 큰 가치다.
국가 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소상공인이 실패하는 이유는 개인의 능력 부족보다 환경 변화에 있다. 갑작스러운 경기침체, 금리 급등, 팬데믹과 같은 대외적 요인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위기 속에서 재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책임이자 사회적 의무다. “한 번 실패했다고 해서 다시 설 자격을 잃는 사회는 건강한 공동체가 아니다”라는 말은 지금의 상황을 정확히 설명한다. 정부가 재도약의 사다리를 제공하는 것은 정책적으로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희망리턴패키지의 효과는 단순히 ‘폐업 지원’을 넘어선다. 재창업 멘토링, 전문 컨설팅, 심리 회복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소상공인이 새로운 출발선을 밟고 있다. 사업을 다시 시작한 이들은 “혼자였다면 절대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 속에는 심리적 고통을 함께 나눠주고 실질적인 제도적 도움을 제공한 정책의 의미가 담겨 있다. 소상공인에게 건네는 작은 도움 하나가 그들의 가정과 지역경제 전체를 살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경제 차원에서도 희망리턴패키지의 영향력은 크다. 소상공인은 지역 소비의 중심이며 지역 공동체의 기본 단위다. 그들의 회복 없이는 지역경제가 다시 활력을 되찾기 어렵다. 재기 지원을 받은 소상공인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오면, 일자리 창출과 지역 내 소비 증가 등 다양한 선순환이 일어난다. 이러한 연결고리는 국가경제 전체의 회복력으로 이어진다. 결국 소상공인의 회생은 곧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의 회생이다.
이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단순한 예산 집행이 아니라 경제 기반을 지탱하는 사회적 안전망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부는 예산 확대뿐 아니라 지역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더 많은 전문가와 민간 네트워크가 연결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위기 소상공인을 외면하는 사회는 미래 성장동력을 잃는 사회와 다름없다.
2025년을 살아가는 소상공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이다. 희망리턴패키지는 이 믿음을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장치다. 폐업을 삶의 실패로 간주하던 과거를 넘어,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국가가 함께한다는 메시지 자체가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우리 경제 전체에 강력한 울림을 던지고 있다. 결국 한 가지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소상공인이 다시 일어설 때, 대한민국도 다시 일어난다.
고재철 kjc816@naver.com
경제학 박사
한국사회적경제신문 발행인
전 가천대 안양대 겸임교수
한국사회적경제포럼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