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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자영업 살리기... 제로페이와 상권정보시스템

자영업은 경제의 실핏줄... 재화·서비스가 자영업 혈맥 따라 원활히 흐를 때 경제 건강해져

자영업 불황이 심각하다. 그저 감으로 해보는 소리가 아니다. 자료가 실증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서도 쉽게 감지된다. 국내 가계의 사업소득이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2019년 3분기 중 중산층에 머물던 자영업자들이 대거 소득 하위 20%, 즉 1분위 계층으로 추락했다. 급작스런 자영업 몰락이 놀라울 따름이다.

반면 1분위에 머물던 근로소득자의 상당수가 정부의 일자리 사업 등 덕에 2, 3분위 계층으로 올라섰다. 올해 시행된 기초연금 인상, 근로ㆍ자녀장려금 제도 확대 개편에 따른 이전소득 증가가 영향을 미친 듯하다. 결과적으로 월급쟁이보다 못 버는 가게 사장이 많아지는 묘한 현상이 벌어진다.

자영업이 겪는 어려움이 실제로 크다. 과당 경쟁과 경기 침체에 따른 매출 부진이 심각하다. 점포 공실이 늘고 있다. 폐업 안내문을 내걸고 눈물의 세일을 하는 모습을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렵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권리금을 포기하는 가게가 허다하다. 권리금 없는 '무권리 매물'이 급증한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더는 버틸 여력이 없고, 당장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영업하는 게 도리어 손해라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딱한 사업주가 한 둘이 아니다. 자영업이 은퇴자의 무덤이 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국세청 통계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폐업 자영업자 중에서 사업 존속기간이 3년 미만인 비중이 2015년 53.3%에서 2017년  58.4%까지 늘었다. 폐업한 자영업자 3명 중 2명꼴로 창업 후 3년을 못 넘긴 채 사업을 접는 셈이다.

과당 경쟁과 경기 침체로 자영업 불황 갈수록 심각... 월급쟁이보다 못 버는 자영업 사장 속출

자영업자의 부채상환 능력도 추락 중이다. 대출을 통해 연명하는 자영업자가 급증 추세다. 빚을 빚으로 돌려막는 패턴이 일상화되고 있다. 국내 16개 은행의 2019년 6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은 총 327조 원에 이른다. 반년 전에 비해 3.6% 늘었다. 총대출 증가율 2.5%를 넘는다. 자금난 심화의 방증이다.

생계형 업종이 몰려있는 도ㆍ소매업, 숙박ㆍ음식업을 중심으로 대출 연체율이 가파르다. 시중은행 4곳의 도ㆍ소매업 연체율이 2018년 말 0.32%에서 지난해 3분기 말  0.36%까지 올랐다. 시중 금리가 낮아지는데도 제1금융권에서 돈 빌린 우량 차주들조차 대출금 상환이 버거워짐을 뜻한다.

어쩌란 말인가. 묵은 때가 한꺼번에 벗겨질 리 없다. 난제일수록 쉬운 방도를 찾는 게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다행인 것은 현행 자영업 지원제도가 꽤 다양하고 쓸 만하다는 사실이다. 교육, 컨설팅, 정보제공, 정책자금, 신용보증 등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제도가 즐비하다. 예비창업부터 창업, 성장, 성숙, 폐업 등 기업의 생애주기에 걸쳐 정책이 망라되어 있다.

중앙정부의 자영업 제도만도 백 가지가 넘는다. 지방정부와 유관기관의 제도까지 합치면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가짓수가 방대하다 보니 되레 내용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오죽했으면 대한민국 자영업 제도는 “오직 신(神)만이 알 뿐”이라는 말까지 회자되었을까. 몰라서 못 쓰는 경우가 다반사다. 집안에는 산해진미가 가득한데 문밖에는 아사자가 속출하는 격이다.

자영업 정책 방대... 가짓수 너무 많다보니 내용 아는 사람 드물어...“오직 신(神)만이 알 뿐”

상권정보시스템은 그런 사례의 하나다. 지역·업종별 창·폐업, 인구, 집객시설 등 53종의 상권 현황과 경쟁 정도, 입지등급, 수익성 등 자영업에 유용한 분석정보를 제공한다. 준비된 창업을 유도하고 경영안정을 도모하려는 정책 목적에서다. 개인적으로 발품을 팔아도 얻기 힘든 정보다. 막대한 예산으로 운용되는 이런 제도가 널리 활용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부 책임이 크다. 제도를 만들어 놓으면 다들 알아서 이용할 거라는 지레짐작이 낭패다.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관이 직접 나서 민에게 알리고 권해야 한다. 활용이 저조한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부족과 불만 요인을 찾아내 고쳐는 게 맞다. 문턱이 놓으면 깎아내고, 장애가 생기면 뚫어주고, 효과가 떨어지면 가치를 보태야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미세한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지 않는가.

‘제로페이’가 반면교사일 수 있다. 서울시가 제도 출범을 위해 150억 원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도 지난 1년간 누적결제액이 510억 원에 불과하다. 애초 목표치의 0.6%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이다. 그나마도 공무원의 복지 포인트와 업무추진비 실적이 3분의 1을 점한다. 결제수수료율이 0%대라서가 아니라, 이용률이 0% 수준이라 제로페이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에 귀가 따갑다.

자영업은 경제의 모세혈관이다. 동맥과 정맥을 잇고 조직 속에 그물 모양으로 퍼져 있는 실핏줄의 구실을 한다. 재화와 서비스가 자영업의 혈맥을 따라 막힘없이 흘러야 경제시스템이 정상 작동된다. 혈관이 튼튼해야 피가 잘 돌 듯, 자영업이 건강해야 경제 흐름이 순탄하다. 꿀통에 빠진 벌은 단맛을 모르는 법. 새 정책 만들라 말고, 있는 제도만 잘 활용해도 자영업 살리는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새것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니다. 익숙하면 시행착오도 적다.

권의종 경제칼럼니스트/ 자유기고가 iamej5196@naver.com

 

약력

- 호원대햑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 신용보증기금 전무이사, 신보에이드 대표이사

 

저서

- ‘중소기업 망해도 싸다’, ‘나는 대한민국 중소기업 사장이다’, ‘대한민국 경제프리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