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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호 도시재생’ 창신·숭인…주민이 이끈 5년의 변화

서울시, 창신숭인 도시재생선도사업 마중물 사업 마무리

지역의 역사 문화 자산 활용채석장전망대·원각사 등 개관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 일대는 조선 수도 한성의 내사산 중 하나인 낙산 자락에 위치한 성 밖 마을이다. 물이 맑고 골짜기마다 풍치가 아름다워 조선시대 문신들의 집이나 별장지로 사랑받았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는 서울에 석조건물을 세우려던 일제에 의해 채석장으로 탈바꿈하는 비운을 겪었다. 광복 이후 채석장 사용이 중단되고 한국전쟁 이후 서울로 상경한 이주민과 피난민이 채석장 일대로 모여들면서 마을을 이뤘다.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해 대대적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지정 해제됐다. 이후 2014년 ‘전국 1호’ 도시재생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창신·숭인에서는 지속가능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창신숭인 도시재생선도사업은 종로구 창신1·2·3동, 숭인1동 약 83만㎡ 지역을 대상으로 공공의 마중물사업과 이를 보완·확장하기 위한 연계사업을 포함한다. 마중물 사업은 오는 11월 문을 여는 채석장 전망대와 내년 3월 창신3동 공동이용시설인 ‘원각사’ 개관만을 남겨 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모두 뜯어내고 싹 고치는 대신, 과거와 미래의 공존을 택했다. 역사·문화자산과 봉제산업 터전은 소중한 자산이 됐다. 채석장에는 전망대를 설치,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지닌 공간에서 시민휴식공간으로 변모했다. 일제가 무분별한 채굴을 한 탓에 깎아내린 회색빛 절벽이 창신·숭인 일대의 수려한 경관을 해쳤었다. 재생사업을 통해 서울 도심과는 다른 풍경은 관광자원이 됐다. 절벽 위 전망대에선 한양도성부터 고층의 스카이라인까지 서울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봉제역사관도 또다른 볼거리다. 이 지역은 우리나라 봉제산업 1번지로 1100여개 업체와 3300여 봉제인의 터전이었다. 역사관에서는 서울 패션산업의 든든한 조력자인 봉제산업의 역사와 가치를 다양한 체험·전시를 통해 느낄 수 있다. 봉제 장인과 함께 하는 한복 원데이 클래스 등이 입소문이 타면서 지난해 4월 개관 후 지금까지 총 2만5000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호응이 높다.

도시기반시설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빈건물 등을 활용해 주민공동시설을 늘린 결과, 생활여건도 크게 개선됐다. 노후 골목길과 계단난간이 정비됐고, 어두운 골목길엔 CCTV와 비상벨, 안심이 장치, 태양광 조명등 등을 설치해 밤중에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했다. 방치됐던 동네 산꼭대기는 복합문화공간 ‘산마루 놀이터’로 탈바꿈했다.

이같은 변화를 이끈 것은 주민이었다. 2013년 뉴타운 해제를 위한 동의서 징구, 2014년 도시재생 선도사업 선정과 사업 진행 모두 주민 주도로 이뤄졌다. 스스로 삶의 터전을 지키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해 주민들을 도시재생을 기획하고 공부했다. 101개 주민 주제공모사업과 마을배움터에 주민 1840명이 참여할 정도다. 덕분에 전국 1호 ‘지역재생기업(CRC)’이 탄생하는 성과도 냈다. CRC는 백남준 기념관의 마을카페 운영과 도시재생 전문가 교육 등을 통해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하며 도시재생을 넘어 ‘도시자생’을 이끄는 주역이다. 최근에는 다른 도시재생 지역의 주민역량강화 사업에 참여할 정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시는 마중물사업 종료 후에도 내년 말까지 노후 도로, 계단, 골목 등을 정비하는 ‘노후 주거지역 거리경관 개선사업’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국내 1호 창신숭인 지역의 도시재생 사례가 서울을 넘어 국내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변윤재 기자 ksen@k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