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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김밥 이야기

악양생활문화센터, 7월 말까지 ‘김밥전’ 개최

색도 향도 다른 재료들을 말아 자꾸 손이 가는 맛을 만드는 김밥. 개성과 어울림의 음식, 김밥이 그림책 작가들의 유쾌한 상상력으로 재탄생된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악양생활문화센터는 오는 7월 말까지 ‘김밥전’을 개최한다. ‘김밥전’은 공동의 주제를 갖고 장기간에 걸쳐 프로젝트 형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형식.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프로젝트 CUB(Community Unique Books)에 소속된 7명의 작가들이 지난해 봄부터 5∼6개월가량 김밥 속 재료를 하나씩 선택, 그림책으로 새롭게 풀어냈다. 김, 햄, 시금치, 당근, 계란 등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친근한 재료들이 동화적 상상력을 덧입고 색다른 이미지로 변신했다.

강영수 작가는 ‘무’를 매개체로 어울림과 변화의 아름다움을 그려냈다. 번개 맞은 무에 달빛 가루를 뿌린 뒤 다른 여러 재료와 함께 버무려 김밥을 만드는 이야기는, 무의 변화를 통해 각기 다른 재료가 빚어내는 어울림을 보여준다.

김민준 작가는 ‘쌀’에 강렬한 상상력을 입혔다. 인간, 쌀벌레, 쌀벌레 애벌레, 숟가락 외계인 등 여러 가지 오브제와 상상력이 강렬한 색채와 개성 넘치는 판타지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밥의 주인공인 ‘김’.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수없이 모이기도 흩어지기도 찢기기도 하는 형태적 특성에서 신유미 작가는 외로움을 극복해나가는 씩씩함을 떠올렸다.

김밥 속 재료의 유래에 대한 궁금증도 동화적 재료가 됐다. 안영선 작가는 김밥을 만드는 과정을 역순으로 표현해 달걀의 시작이 어디였는지 이야기한다. 최지경 작가는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좋아하는 햄의 조형적 이미지와 유래를 시각적 언어로 풀어냈다.

어린이들이 싦어하지만 김밥에 빠질 수 없는 당근, 시금치도 매력적인 이미지로 거듭났다. 최북단 작가는 시금치를 의인화했다. 오이, 미나리, 부추에 밀려 김밥나라에서 퇴출당할 위기의 시금치 특사의 여정을 담았다. 새로운 것들이 생성되고 배치되면서 남아있던 것들이 소멸하거나 다시 재배치되는 세상에 대한 사유를 그려냈다. 최양숙 작가는 당근의 맛과 재미를 매력적으로 그린다. ‘당근 빼!’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잘게 썰려 볶음밥에, 윙 갈려 주스로, 밀가루와 섞여 케이크에 들어간 당근은 맛있게 먹는 것에서 착안,당근의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김밥전은 7월 31일까지 오전 10시∼오후 6시 운영되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자세한 사항은 악양생활문화센터를 운영하는 지리산문화예술사회적협동조합 구름마(055-883-2090)로 문의하면 된다.

ksen@ksen.co.kr 변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