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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소비 위해 10% 더 비싼 제품 사고 있나"

(사)사회적기업학회 ‘2019 춘계학술대회’ 개최

우리나라 사회적기업, 수익 창출에 초점

비지니스 모델 구축-시민의식 제고 필요 

"사회적기업 성공은 버티기에 달려, 윤리소비 활성화돼야"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감소와 소득 양극화 등 사회문제의 해법으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100대 국정 과제에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포함시키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관련 정책이 오히려 사회적경제기업의 자생력을 해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 활성화 정책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5일 숭실대에서 열린 (사)사회적기업학회의 ‘2019 춘계학술대회’에 참석한 사회적기업가들은 관련 정책이 사회적경제기업의 연착륙을 견인했다는 점에 동의했다. 정글같은 우리의 비즈니스 환경에 걸맞은 정책이라는 지적. 오히려 문제는 낮은 시민의식에 있다고 봤다.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추구)가 대세라지만 여전히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의 가치보다 가격경쟁력을 따진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적경제기업의 자생력을 높이려면 윤리소비, 가치소비에 동의하는 소비자와 기업이 늘어날 수 있도록 정책적 유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변형석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있어 소비자·시민사회의 점수는 30점”이라며 “우리가 과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10%의 가격을 더 내는 것에 동참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변 상임대표는 국내 1호 공정여행사 ‘트래블러스맵’의 대표로 2009년부터 사회적기업가로 활동해왔다. 그는 “국제 학술대회에서 외국의 유명 사회적기업가를 만나 성공비결을 물은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요즘 말로 ‘존버’, 즉 열심히 버티는 것이었다”며 “다만 버티기 위해서는 윤리적 소비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낮다”고 평가했다.

변 대표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의 초점이 ‘다양성의 공존’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진화하는 방향보다는, ‘현 사회를 더욱 오래 지속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로 인해 수익 창출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공공은 의지를 갖고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70점”이라며 “사회적기업 정책을 퍼주기라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변 대표는 궁극적으로 윤리소비를 활성화시킬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라이탁’처럼 사회적 가치 창출이 경제적 가치 창출과 연결되지 않는 것은 우리사회가 건강한 비즈니스 행위를 하는 것으로도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를 가진 데다 시민의식이 낮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은 작았다. 더욱이 사회적 가치의 양과 질은 저절로 올라가지 않는다”면서 “사회적기업 제품 가격에는 사회 혁신을 위한 비용, 직원들의 헌신 등이 포함됐음을 생각할 때, 조세 인센티브 등의 정책이 더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상호 ‘가치교육컨설팅’ 대표는 사회적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지니스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치컨설팅’은 교육 마케팅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주제로 한 도시재생, 특수학교 설립과 공동체 의식, 탈북주민과의 공존과 화합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주제로 다양한 보드게임을 게발하고 있다. 보드게임을 응용해 기업과 대학교 등을 대상으로 조직문화 혁신 교육을 진행 중이다.

안 대표는 사회적 경제 정책이 유효하다고 봤다. 특히 국가보증기관을 통한 자금 조달 정책은 창업 초기 사회적기업에 성장의 주춧돌이 된다고 말했다. 2017년 창업 이후 “매출이 없고 사업 아이템이 명확하지 않았고 인원도 부족했다”고 상기했던 안 대표는 “자금 유동성의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는 적은 금액도 성장의 마중물이 된다. 신용보증재단 들 사회적경제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은 다양하니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사회적기업 3년 생존율이 높아진 것도 정책적 지원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기업이 대출 등을 좀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각 기관이 절차진행을 도와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07년부터 현재까지 인증 받은 2589개소 중 2201개소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 이후 3년 이상 계속 활동하는 3년 생존율은 90.5%에 달해, 전체 생존률(85.0%)를 웃돈다.

나아가 안 대표는 사회적기업의 활동도 ‘수익 창출’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경영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받을 것을 조언했다. 사회적기업이 틈새시장으로 노릴 수 있는 공공입찰이나 가치소비 등에 대해 경쟁력을 가지려면 홍보마케팅과 디자인, 네트워킹 등 전문성이 필요함에도 미흡하다는 게 안 대표의 생각. 그는 “사회적기업가들은 항상 소셜 미션을 달설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대한 고민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경영 컨설팅을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적 파급력이 높은 좋은 소셜 미션을 갖고 있다면, 단기 비즈니스 모델은 물론, 장기적으로 기업 역량을 성장시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sen@ksen.co.kr 변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