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광역단체 중 도세로 볼 때 가장 열악한 입장에 처해 있는 데가 전북일 것이다. 특히 광주와 전남의 약진에 항상 뒤떨어져 있는 전북이 모처럼 세계 스카우트잼버리를 유치한 것은 전북 도약의 모멘트가 될 수 있어 기대가 컸다. 4만3천명의 스카우터들이 세계 곳곳에서 몰려오는 이 행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못지않은 대행사다. 우리나라는 이미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저력이 있다. 사전에 신청한 자원봉사자들도 선수 못지않은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 국위를 선양하는데 기여했다. 잼버리 역시 2017년에 유치가 결정되었기에 시설과 준비를 마치는데 시간적으로 넉넉했다. 더구나 대대적으로 경기장을 건설하는 것도 아니어서 여유 있게 행사를 치러낼 수 있었다. 문제는 한국의 여름 더위를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달렸다. 말이 4만 명이지 조그마한 도시 하나가 그대로 옮겨지는 셈이다. 그것도 텐트 하나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 한국의 여름은 더위와 습기가 불쾌지수를 높이는 주범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조직위원회가 예산이 확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잼버리를 총지휘할 건물조차 완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영을 했다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 개영(開營) 전날까지 전기시설이 42%밖에 안 되었다는 보도는 차라리 눈을 감고 싶다. 그러면서도 99회나 해외출장을 갔다. 주무관청인 전북도가 55회, 부안군이25회, 새만금청이12회, 여가부5회, 농림부2회등이다. 잼버리를 목적으로 선진문물 탐방목적을 내세웠지만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잼버리를 개최해 본 일이 없는 나라인데 왜 갔을까? 런던은 1920년에 세계잼버리를 개최한 경험이 있다지만 이미 103년 전이다. 파리는 아예 개최한 일도 없다. 세계적인 관광지니까 슬그머니 그 쪽에만 눈독을 들이고 일정을 소화했다면 잼버리 핑계로 관광만 하고 온 것이 아닌가. 중국 상하이에서는 13명이 6박7일로 크루즈를 즐겼다니 잼버리에 크루즈 항목이 있는가. 이번 잼버리 예산은 총사업비1171억이다. 예비비 포함 1402억이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화장실이 막히고 더러워서 사용이 불가능했다면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오죽하면 한덕수총리가 직접 휴지로 화장실을 닦아냈겠나? 모두 잿밥에만 눈독을 드렸다는 비판을 받아도 싸다. 금년 여름은 유난히도 덥다. 집에 있는 사람도 온열환자가 속출할 정도다. 하물며 새만금 땡볕에 벌거숭이로 노출된 4만의 대원들은 폭염과 침수 그리고 벌레들의 습격을 받으며 선진국으로 진입했다는 한국을 어떤 눈으로 평가했을까. 대부분 10대의 청소년들은 머지않아 자기 나라의 지도급 중진으로 성장할 인재들이다. 외국에서 받은 첫 번째 인상은 오래도록 머리에 남는 법이다. 한국에 대한 나쁜 인상은 두고두고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대회의 공동위원장은 5인이다. 장관이 3인이다. 책임자의 분산은 서로 미룰 계기가 된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준 것은 태풍 칸누다. 태풍이 닥치면 새만금 벌판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정부가 신속하게 철수를 결정한 것은 다행이다.
게다가 전국의 지자체와 기업들이 자진해서 연수원을 제공하고 분산수용 한 것은 역시 한국다운 빨리빨리 문화의 정점이었다. 그에 앞서 영국과 미국대원들이 호텔과 평택미군기지로 철수한 것은 대회진행의 오점이 될 것이다. 한 곳에 모여 끝내는 잼버리는 예정에 없던 여행하는 잼버리가 되었지만 엄청난 태풍피해를 만나지 않은 것은 정부의 신속한 결단이었기에 가능했다. 때마침 마지막 퇴영식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되었던 것이 서울 상암동경기장으로 변경되어 4만3천의 대원들이 k-팝에 환호를 보내며 즐거운 송별식이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이번 잼버리는 준비부족과 운영미숙 등 상당한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 남겨졌지만 세계를 향하여 마지막을 환호 속에 마치게 한 것은 불행중다행이다.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판단은 철저한 사후 감사와 자체 반성으로 결론지어야 하겠지만 이 정도로 마무리해준 관계자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