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우려
유해근
(사)민생경제정책연구소 전문위원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의 발달과정을 간략히 되짚어 보면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되고 나서 ‘사회적기업’이라는 용어를 사람들이 알기 시작했고,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고 나서 ‘협동조합’이라는 것이 추가되어 2013년 ‘사회적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영역이 구축되기 시작하였다.
최근 서울시에서 ‘2013 국제사회적경제포럼’이 개최되었으며, ‘서울선언’이 채택되었다고 한다. 서울선언문에 의하면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기업(영리기업 제외), 신용조합과 마이크로금융, 그리고 비영리단체가 ‘사회적경제’를 구성한다고 한다. 또한 ‘사회적경제 운동’이 경제의 양극화, 사회적 불평등과 배제, 그리고 생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더 나은 세계’, ‘더 나은 삶’을 인류에게 선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한다.
포럼 참석자인 마거린 멘델 ‘칼 폴라니 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의 말에 의하면 “사회적경제는 ‘경쟁’보다는 ‘협력’을 원하는 젊은이가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으며, 정부 주도가 아닌 시민이 자발적으로 꾸려가고 이익을 창출하면 이를 지역사회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또한 비르지니오 메롤라 이탈리아 볼로냐 시장은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민과 공동체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사회적경제의 발전 조건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위의 의견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서울시에서는 10년 내 협동조합 8천 개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거나 소상공인진흥원에서 300개의 협업체(협동조합 우선)에 지원을 하겠다는 관(官) 주도의 정책과 전‧현직 정치인의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형태의 참여로 인하여 협동조합의 취지가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이다.
비르지니오 메롤라 이탈리아 볼로냐 시장과 정태인 원장(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대담에서 사회적 경제에 관하여 흥미로운 부분이 나온다.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의 협동조합은 수출을 많이 한다. 제조업, 세라믹, 바이오메디치, 의료기기, 의약학 분야에서 수출을 많이 하고 있다. 에밀리야 주에 있는 13개의 산업단지에 테크노폴(연구개발단지)을 만들었다. 테크노폴을 통해 혁신 분야를 지원한다. 볼로냐는 정보기술(IT) 산업에 많은 지원을 한다. 산학협력을 통해 새로운 분야 새 제품을 지속적 개발한다. 또 중소기업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는 작업을 했다. 중소기업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뭉쳐서 수출을 위해 협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도 많지만 목표를 하나로 정했다. 테크노폴은 새 지역에 만들기보다 기존의 낙후된 공장을 선택했다. 대학과의 산학협력에 중점을 둔다.”
사회적 경제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조직을 ‘사회적 가치와 기업적 가치창출을 병행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또 다른 형태의 기업’이라고 본다면, 지역사회에서 경제적 방법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가진 리더, 참여자가 중심이 되어 자유 민주주의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경제조직에 대한 지원 정책을 통합하고 조율하는 기구의 신설 또는 개편을 통해 사회적 경제조직을 인위적으로 육성하려는 관(官) 주도의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