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제5호
사회적기업 정책의 재구성을 위해
김정열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상임대표
경제위기의 적신호가 다시 반짝이고 있다. 한국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이 여야를 막론하고 재벌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경제민주화는 세계경제의 위기와 장기불황, 양극화로 나타나는 시장경제의 문제를 해결할 대안적인 담론으로 거론되었다.
그러나 다양한 경제 주체 및 지역 간에 균형 있는 성장과 소득 재분배를 높이기 위한 경제 민주화가 재벌개혁에 국한된 시장경제 개혁만으로 가능할 것인가?
경제민주화의 실현은 지역의 내생적 발전과 사회통합의 수준을 높여 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찾고 풀뿌리 시민 자치력을 높이고 공공과 시민사회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사회정책의 대안이 마련될 때 가능하다고 본다.
지난 수년간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과 같은 경제조직은전통적인 시장경제의 기업과는 ‘다른 경제’를 만들어갈 대안임을 확인시켜 왔다. 사회적경제 분야의 다양한 주체들은 가난한 이웃과 더불어 일자리를 만들고 재화를 나누며, 경제적 이익이 지역사회의 공동체를 복원하는데 환원되도록 노력해 왔으며 이들의 노력이 지속가능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시대의 과제를 플어가는 해법임을 확신한다.
주지하듯이 서구에서 사회적기업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폐해로 다국적기업과 금융자본의 무한경쟁으로 인해 벌어지는 저개발국가의 산업양극화와 빈부격차의 심화 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모색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IMF 외환위기의 여파로 실업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사회적기업이 육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5년간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은 취약계층 일자리 해결이라는 정책목표와 그 수단으로 사회적기업을 위치지우면서 국가가 담당해야 할 복지서비스의 몫을 담당하거나, 일률적인 방식의 취약계층 인건비 지원대상으로서 인식되어 왔다. 정부의 육성정책에 기반하여 2007년 50개의 인증기업이 올해 680개로 늘어났고,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의 개입으로 예비사회적기업의 수가 1300여개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아울러 사회적기업 뿐아니라 사회적경제의 다양한 부문조직인 마을기업, 자활공동체 또한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오는 12월 1일부터 시행되는 협동조합기본법은 우리의 경제안에 경제사회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조직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더욱이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것 만이 아니라 사회적기업 육성 제2차 5개년 계획이 수립되는 시기이도 하다. 이러한 시기적 조건에 따라 사회적기업을 포함한 사회적경제 정책이 전면적으로 재검토되고 사회적 비전을 새롭게 하는 대안으로서 사회적기업 등에 대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는 지난 8월 한달동안 전국 16개 광역시도의 사회적기업가와 만나 정책대안을 토론했다. 이 토론의 결과 9가지 대통령 선거 정책제안서를 작성하고 매니페스토 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가장 주요하게는 사회적기업 또는 사회적경제 부문의 정책을 통합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는 대통령 산하 ‘사회적경제위원회’의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영역은 영국의 제3섹터청과 같이 사회적경제 부문 뿐 아니라 시민사회를 통합하여 정책의 일관성 있는 수립과 집행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으나, 현재의 준비단계에 비추어 단순한 자문기구가 아닌 특별위원회의 신설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이는 향후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경제질서를 새롭게 변화시켜 나갈 창의적이고 협동적이며 사회적인 연대가 가능한 국가적 전략의 일환으로 사회적경제가 다루어져야 한다는 요구이기도 하다.
아울러,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목적 실현을 위한 경제조직이 더 많이 육성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공공부문의 혁신과 공공조달 부문에서 안정적으로 뒷받침 되도록 해야한다. 이를 위해 사회책임조달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특히 취약계층의 고용을 늘리고 이들을 정규직화하는 것을 통해 사회적안전망을 구축하게 하려면 공공조달 시장안에서 판로를 확보하도록 하여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 사회적기업이 지역 안에서 다양한 경제조직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의 체계를 갖도록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 클러스터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기업이 생존하고 발전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인 자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책임 금융, 기금 등의 제도화가 필수적이다.
이밖에 사회적기업가의 육성이 청소년 시기부터 이루어지도록 하려면 사회책임과 공존의 가치를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초중등 교육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지원정책들을 단순히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기업을 양산한다는 왜곡된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경제 생활의 영역 안에서 사회적인 책임과 가치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경제조직들이 많아질수록 호혜와 나눔과 협동의 사회를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