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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중심의 통합적 접근, 대타협을 통한 사회디자인 중심으로

201308월 제15



지역중심의 통합적 접근, 대타협을 통한 사회디자인 중심으로





오형민


우석대학교 산학협력중점교수


 


최근 들어 한국사회에서 사회적경제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추진해왔던 사회적경제 정책에 대한 쟁점이 쏟아지고 있고 이에 발맞춰 제도적 대안을 찾는 분주한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에 사회적경제에 관한 몇 가지 쟁점과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중앙부처 간의 다소 경쟁적인 정책추진에 따른 중복성, 효과성에 관한 문제점과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2007년 이후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강화되자 각 부처별로 경쟁하듯이 사회적기업과 유사 조직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 도입되었다. 특히 2012년 대통령업무보고에 따른 부처형 육성과 풀뿌리 사회적기업 육성에 대한 지시로 교육부, 여성가족부, 환경부 등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부처형 사회적기업이 육성되기 시작하였으며 이와 별도로 안전행정부의 마을기업,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촌공동체회사, 복지부의 자활공동체, 기재부의 협동조합 등 부처별 사회적경제 모델이 육성되고 있는 중이다.


 


부처별로 진행 중인 사회적경제 정책이 향후 예산의 효율성, 사업간 연계성을 고려한사업의 중복성과 효과성 제고를 위한 신중한 대처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난 대선 때 관련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와 협동조합 연대회의 등의 대선공약건의문을 통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기도 하였다. 또한 아직도 일부에서 사회적기업의 위기론, 산소호흡기론 등을 제기하고 있고 사회적기업 인증(지정)후 협동조합 등으로 '말 갈아타기' 등의 정부주도 정책의 지나친 쏠림현상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앙부처간 칸막이식 행정에 못지않게 지자체 등에서는 부처별 유사정책이 특정부서로 쏠리는 깔대기식 행정으로 지자체 담당공무원의 업무기피현상과 피로감이 깊어가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 내 컨트롤타워 기능의 확보로 관련정책의 '통합적 설계와 관리'가 시급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역시 2012년 대선에서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협동조합연대회의 등의 건의사항을 통해 대통령 직속 사회적경제위원회, 사회적경제청 신설 등이 제기된 바 있다.


 


사회적경제를 둘러싼 다양한 정책이 집행되면서, 각 정책별로 전달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중간지원조직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러한 민간조직들의 네트워크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간지원조직을 통합하여 중복사업을 정비하고 정책대상자 중심의 사업수행구조를 만들어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의 격자구조가 해소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전라북도의 경우 전라북도경제통상진흥원 내에 순환경제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의 사회적경제 관련 사업을 지역단위에서 통합지원하고 있는 것은 눈여겨볼 만한 시도이다.


 


또한 사회적경제가 유럽 등에 비해 미약하지만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일자리창출 규모와 비중 등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사회적경제의 효과성 측정 노력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적경제진흥원과 학계에서는 사회경제적가치 측정기법(SROI)등을 통해 사회적경제의 일자리창출 외 다양한 사회적 투자가치 측정 등을 시도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둘째, 중앙부처, 지자체의 가중된 업무부담 완화 및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


최근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이후 협동조합 관련 업무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앙부처 별 사회적 협동조합 인가업무가 신규로 발생되고, 각 지자체의 일반 협동조합 관련 신고수리 업무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경우는 전국적으로 인증과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른 국비(80%) 및 지자체의 대응투자(20%) 등 예산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관련 공무원의 신규지정, 재지정, 일자리 및 사업개발비 등 각종 심사업무가 급증하고 있어 업무기피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중앙부처도 마찬가지겠지만 지자체 관련 공무원의 전문성 강화 및 전문직 공무원의 확보 등을 통해 신규업무에 대한 원활한 추진과 각종 동기부여 등도 시급한 실정이다.


 


셋째,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개선, 건강한 대안경제 모델로 육성이 필요하다.


아나톨리 칼렌츠키가 제시한 <자본주의 4.0>이라는 책이 자본주의 맹신론자와 보수주의자까지 관심과 호응을 일으킬 정도로 실패한 자본주의 시장경제모델을 극복하고 건강한 대안경제 모델을 함께 고민하는 정부의 적극적 관심과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


 


2012년 말 대선 당시 야당 측은 상대적으로 사회적경제에 관한 다양한 정책대안 및 공약제시, 현장방문 등이 있었으나 여당은 사회적경제에 대한 체감할 수 있는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여겨 사회적경제 종사자의 상대적 소외감이 큰 것으로 보여졌다.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은 미미하지만 대안경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회적경제 정책에 대한 정부의 각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경제 주체별 참여자와 관련기관 종사자, 활동가들의 건강한 문제의식과 비판의식을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경제는 국가실패와 시장실패 영역을 보완하고 새로운 사회구조 재디자인의 모티브를 만들어 내는데 있으므로 민간각 섹터가 사회적기업, 사회적 협동조합에 우호적 시장, 자본, 인력형성이 중요하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사회지도층과 대기업 등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위한 자본주의 4.0에 걸맞은, 전국적인 노블리스 오블리주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도 적극 제안하고 싶다. 일자리와 사회서비스를 위한 사회적책임 을 약속하는 전국적인 대타협과 선언이 있기를 소망한다.


 


청년 소셜벤처의 급증, 베이비붐 시대의 조기퇴직자의 양산 등은 사회적기업 혹은 사회적 협동조합이 발전할 수 있는 우호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으며, 대기업의 CSR에 대한 인식도 ISO26000 인증 등을 계기로 높아지고 있어 이런 NPO영역과 기업영역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다양한 지원과 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이들은 주로 '지역'을 통해 결합될 것이므로 광의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정부-지자체의 수미일관된 관심을 갖도록 정책방향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부처별 경쟁의 관점에서 벗어나 지역중심의 부처간 통합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