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운동의 방향과 나아가야 할 길
한국협동조합연대 이사 임헌조
일반적으로 협동조합을 설명하면서 주식회사보다 뛰어난 기업형태로 소개하는 경향이 있으나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협동조합운동을 바르게 전개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개념정리가 시급한 대목이다. 특정 산업부문과 영역에서 협동조합이 주식회사보다 매력적이고 좀 더 인간적인 측면을 띤다는 것이지, 모든 분야에서의 절대적인 우월성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지난 200여 년간의 협동조합과 자본주의 경제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협동조합에 유리한 산업분야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협동조합:1인 1표],[주식회사:1주 1표]이다. 이것을 흔히 ‘자본이 노동을 고용하는 주식회사’와 ‘노동이 자본을 고용하는 협동조합’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주식회사가 자본을 중심으로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에 주안점을 두는 반면에, 협동조합은 노동을 중심으로 고용의 안정성에 강조를 둔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기술집약적-자본중심’의 산업에서는 주식회사가 우월하지만, ‘노동집약적-고용중심’의 산업에서는 협동조합의 기업형태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조건일 뿐. 유리하다고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화와 협동조합
지구차원의 경제 세계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협동조합과 주식회사의 필요성을 각각 대변한다. 첫째는, 정보의 집중 및 IT, BT 등 기술집약적 사업이 주목받으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상황에 맞춰 민첩하게 경영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주식회사가 더욱 뛰어난 기업의 형태로 선호되는 경향이다. 둘째는, 세계화의 과정에서 야기된 고용불안과 양극화에 따른 생존권의 문제가 커지면서 고용의 안정성을 기반으로 하는 협동조합이 부각되는 경향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기본전제는 공통된 것이다. 따라서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특정분야에서 어떠한 기업의 형태가 경쟁력을 갖고 시장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인지 냉정하게 살펴보는 것이다.
성공적인 협동조합 사업모델: 한국택시협동조합
올해 7월에 출범한 ‘한국택시협동조합’은 가장 성공적인 협동조합의 모델이 되고 있다. ‘한국협동조합연대’가 치밀한 사업계획을 통해 탄생시킨 택시협동조합은, 기획 단계부터 협동조합의 기업형식으로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찾은 결과이다. 특히, 주식회사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해, 택시운송분야에서는 다른 어떤 형태보다 협동조합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지금은 씨 부리고 싹을 틔울 때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지 3년이 지나고 있지만, 성공적인 사례들 보다는 문 닫고 실패한 사례들이 눈에 더 띈다. 홍보를 잘못한 정부의 탓도 있지만, 협동조합을 요술 방망이쯤으로 잘못 이해한 당사자들의 문제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지원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우후죽순처럼 생기던 협동조합의 절반 이상이 3년이 되기도 전에 실질적인 폐업 상태에 빠진 현실을 곱씹어 반성할 필요가 있다. 10년, 20년이 지나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펼쳐 나갈 수 있는 건강한 협동조합이 많아지면 그때 비로소 협동조합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될 것이다. 지금은 씨 뿌리고 싹을 틔울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