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까
이화진
서영대 미래평생교육원 소셜비즈니스 주임교수
2012년 12월『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래 5월말 기준으로 1,210개가 설립되었다. 이중 일반협동조합은 1,169개, 일반협동조합연합회가 4개, 사회적협동조합은 37개이고, 협동조합의 설립당시 조합원은 중위수 기준 일반협동조합 7명, 사회적협동조합 15명이며, 출자금은 중위수 기준 일반협동조합 5백만 원, 사회적협동조합 1천만 원으로 나타났다.
법시행 1년도 채 안된 시점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기세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2007년 법시행 후 현재까지 인증 830여개, 예비 1800여개에 이르고 있는 사회적기업 규모를 추월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5명만 모이면 설립이 가능하다며 이를 권장하고 있어 바야흐로 협동의 경제, 상생의 경제가 본격 개막한 듯싶다. 그간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경제민주화, 슈퍼甲 논란 등 시장의 오작동을 보여주는 우리사회의 여러 대목이 협동조합의 출현을 부추긴 것 아닌가 싶다. 그러나 단기간 내 급격히 신장하고 있는 협동조합을 바라보며 과연 1년 후 몇 개나 제대로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하며 운영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경쟁을 넘어 상생과 공영을 추구하는 협동조합의 진정한 가치를 살리며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루어 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협동조합은 사회적자본이다. 사회적 자본이란, 1990년대 콜먼(Coleman, J.), 푸트넘(Putnam, R.), 부르디외(Bordieu, P.)등에 의해 제시된 개념으로 사회적 신뢰, 네트워크, 규범 등 사회운영의 효율성을 촉진시키는 일련의 믿음에 기초한 관계요인을 가리킨다. 가장 성공한 협동조합으로 꼽히는 몬드라곤, 최초의 협동조합 로치데일, 이외 썬키스트, AP통신, 미그로, 라보은행 등 외국의 성공한 협동조합들은 모두 조합원 상호간 강한 신뢰와 이에 기반한 규범을 바탕으로 성립되었고 이를 지키며 발전을 거듭해온 것이다. 농수협, 중기협, 신협 등 특별법에 의한 협동조합이 아닌 한살림, 두레, 원주의료생협, 안성의료생협 등 국내의 협동조합 역시 어렵고 힘들게 이같은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동업하는 경우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시작을 같이 했더라도 갈라설 때 웃는 모습으로 공정하게 분배하는 경우보다 물고 뜯고 얼굴 붉히며 갈라서는 경우가 더 많다. 심지어 형제간에도 그러하다. 상호간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동업도 쉽지 않은데 5명이면 오죽할까? 때문에 협동조합의 기본원리인 신뢰와 이에 기초한 규범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다면 오래지않아 그 운명을 달리할 것이다.
둘째, 협동조합은 기업이다. 비록 사회적 자본을 기반으로 성립된 특별한 법인체이지만 협동조합의 근본적 목적은 생산과 소비, 유통의 과정 속에서 이익을 창출하여 이를 조합원이 골고루 향유하는 것이다. 때문에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제반 조건과 역량을 모두 지녀야 한다. 공동으로 치밀한 사업계획 하에서 사업모델을 구상하고, 원가절감을 위해 노력하며 효율적 경영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얻어진 이익을 조합원 모두에게 고루 분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 협동조합이다. 또 기업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의사결정에 있어 협동조합은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효율성 보다는 민주성을 강조하여 출자자본에 관계없이 1인 1표를 지향하기에 프로세스의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셋째, 협동조합은 공익을 추구한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사익을 추구한다. 사회적기업은 공익(公益)을 추구한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이익인 공익(共益)을 추구한다. 때문에 협동조합을 사회적 경제의 한 분야로 보는 데에 이견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조합원수가 많아지고, 사회경제적으로 긍정적 작동을 한다면 공익(共益)이 공익(公益)으로 전환되어질 것이기에 사회적 경제의 한 영역임은 분명하다. 동네의 자그마한 상점들이 협동조합으로 연결되어 가맹점수가 늘어나 상당수에 이르면 대형 유통기업과 맞서 영세 소상공인의 삶을 지킬 수 있어 사회적 목적을 충실히 실현할 수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에 있어서는 그 자체로 사회적 목적 실현을 지향하기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
마지막으로 협동조합에는 정부지원이 없다. 협동조합의 탄생이 있기까지 정부와 정치권에는 자주, 자조, 자립을 기치로 하는 자생적 풀뿌리기업 협동조합에 대한 법제도적 요구사항이 상당량 누적되어왔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정부는 서구의 사례 등을 모델삼아 협동조합이라는 제3의 법인격을 창설하고 이를 허용하며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지원의 도구가 되지 않는다. 근본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그럴 계획도 없다.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마을기업 등과 같은 시각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에 빠질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협동조합이 막을 열고 한창 팽창기에 있다. 협동조합은 분명 기존의 회사 내지 단체와 전혀 다른 방식의 기업이기에 올바른 경영과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준비할 사항이 상당하다. 지금부터 차근히 그러나 속도감 있게 추진하여 기본원칙에 충실하면서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 서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