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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연순 군포시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지원센터 센터장, “사회적경제는 사회적 관점으로 함께 돌보는 것

권연순 군포시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지원센터 센터장, “사회적경제는 사회적 관점으로 함께 돌보는 것”

*재미난청춘세상 교육과정이 끝나고 사회적경제기업 창업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고민하던 중 재미난청춘세상과 ‘착한소문쟁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성경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사회적가치를 위해 수고하고 애쓰시는 착한 사회적경제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알아서 함께 응원하고 동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착한 소문이 확산하며 조금은 더 착한 사회가 됐으면 싶다.

지난 6월 재미난청춘세상에서 사회적경제기업 창업 교육 이후 우연히 시작한 착한소문쟁이 프로젝트를 통해 착한 사회적경제 전문가들을 연이어 만나며 엄청난 감동을 한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사회적경제의 효율성과 유효성을 따져 물으며 때론 갈등한다. 특히나 군포시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권연순 센터장과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는 더욱 그랬다. 도시화 사회 속에서 옆집에 사는 이웃조차 모르고 사는 형국에 “마을공동체”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권연순 센터장은 “공동체는 우리의 본질적인 사회적 욕구인데 어느새 문명이 문화를 앞서면서 그 본질을 잃어가고 있다.”라며 “위기감 속에 그 틈을 메우기 위해 시작된 의미 있는 활동”으로 마을공동체 사업의 가치를 명확하게 짚어 줬다. 권 센터장과의 만남을 통해 오늘날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사업이 어떤 가치를 갖는지, 또한 이를 지원하기 위한 중간 지원센터들의 운영현황과 역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 보자.

홍성실 :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권연순 저는 2019년 5월 개소한 군포시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센터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경기도 군포에서 30여 년간 비영리, 사회복지, 사회적경제 조직에서 일해 왔으며. 노인 일자리 전문기관인 “군포시니어클럽” 관장직을 50세에 퇴직하고 군포시 마을기업 ㈜좋은터를 창업해 ‘생산자와 중개자 및 수요자’가 서로 돌보는 사회적경제를 지향해 왔다. 그리고 이제는 중간 지원센터에서 같은 비전을 품고 과업을 수행 중이다.

 

홍성실 : ‘군포시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 대해 소개해 달라.

권연순 : 군포시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2016년 12월 제정된 군포시 조례에 따라 2019년 5월에 개소됐다. 개소 당시는 센터장 1명과 사회적경제담당 1명, 마을공동체담당 1명, 이렇게 셋이서 시작했다. 사업 예산도 넉넉지 않았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개소 이후 경기도 일자리 공모 사업과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에 선정돼 철저한 지역조사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지역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토대로 사회적경제 및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올해로 개소 2년이 지난 지금 센터는 청년 활동공간인 ‘청춘, 쉼미당’과 산본1동의 ‘행복마을관리소’ 두 개 기관을 위탁, 운영하게 되면서 전체 직원은 33명에 이른다. 예산도 10배 가까이 늘었다.

 

홍성실 : 오늘날과 같은 도시화 사회 속에서 마을공동체 사업이 조금 생소하기도 하고 꼭 필요한 일인가 의구심도 든다.

권연순 : 공동체는 공기나 물처럼 본래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기본적인 요소로, 따로 배우거나 가르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새 문명이 문화를 앞서면서 그 틈새를 좁혀야 한다는 위기감에 마을공동체 사업이 강조되고 있지 않나 싶다. 배경이야 어찌 됐든 공동체는 우리에게 더욱 본질적인 사회적인 욕구라고 생각한다.

 

홍성실 : 경기도의 사회적경제 중간 지원조직 현황은?

권연순 : 경기도에는 31개 시·군 중 26개 시·군에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마을공동체지원센터, 혹은 사회적경제 및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등이 개소되어 운영 중이다. 그리고 2013년에 개소된 곳부터 2021년에 개소된 곳까지 지방자치단체 형편에 따라 역사를 달리한다. 또한, 운영 방식에도 차이가 있어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운영하기도 하고, 또는 법인이나 단체, 대학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군포시의 경우 2013년부터 군포시에서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생협, 자활, 장애인작업장 등의 사회적경제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자들의 모임인 군포사회적경제협의회에서 위탁을 받았고, 회원사 대표들의 추대를 받아 제가 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홍성실 : 시군별 중간 지원조직 간 협력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권연순 : 경기도에는 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들의 모임인 경기도사회적경제협의회와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협의회가 있어 이곳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한다. 그리고 경기도와 경기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센터장들과 연합해서 여러 논의를 진행하고 결정한다.

 

홍성실: 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센터장을 맡은 만큼 사회적경제와 마을공동체의 필요성에 대해 남다른 철학을 갖고 있을 듯싶다.

권연순 : 사회적경제와 마을공동체가 중요한 것은 ‘자치(自治)’에 대한 근본적인 욕구 때문이다. 사람이 경제를 다스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것이 본래의 것인 줄 알고 배우고 익히는 후세대에 품위 있는 문화를 더 늦기 전에 공유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많이 배우고 많은 물질을 소유한 것만으로는 철학과 품위가 갖춰지는 것은 아니다. ‘멈춰서 돌아볼 줄 아는 여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직면해 보는 용기, 그리고 기꺼이 자발적 가난과 노동을 선택할 수 있는 결단력이 있는 분들이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속에서 재미있게 살고있는 듯싶다.

 

홍성실 : 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 모두 취지는 좋은데 너무 정부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권연순 : 정부는 1960년대부터 건설, 조선, 바이오, AI 등 그때그때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산업 분야 및 영역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 왔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의 사회적경제 및 마을공동체 사업에 대한 지원을 이해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거대 기업들이 더욱더 큰 이익을 내기 위해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들의 영역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해 온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다. 반면, 사회적경제기업들 대부분은 가장 품(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사람을 돌보는 일이나 기피 업종이라고 불리는 영역의 일 또는 생산자 보호를 위해 원가를 낮추지 못하는 원가 부담이 큰 사업’을 비즈니스 모델로 채택하고 있다. 물론 기존 기업 중에서 보조금 지원을 목적으로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일부 진입하기는 했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사실은 보조금만으로는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 보조금은 마중물 정도의 역할을 할 뿐이다. 이에 중간 지원센터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조금을 지원받는 동안 사회적 미션을 견고히 하고 때론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는 것이다.

 

홍성실 : 군포시 센터를 개소하기 전 전국 방방곡곡 모범 사례를 찾으며, 많은 연구를 하신 것으로 안다.

 

권연순 : 먼저 개소해 운영 중인 몇몇 센터와 운영법인 관계자들을 직접 찾아가서 큰 배움을 얻었다. 그리고 각 지역의 형편이 다른 만큼 같은 목적을 품고 있더라도 모두 다른 모습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에 각 지역의 인구, 면적, 산업환경, 영향력 있는 단체 현황, 사람 등 서로 다른 토양을 토대로 맞춤형의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의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확신하게 됐다. 그리고 규모가 크면 큰 대로 위험 요소가 더 많고, 작으면 작은 크기의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군포시 센터는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는 느리더라도 건강한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홍성실 : 센터 개소 및 운영 과정에 가장 중요하게 신경 쓰는 것은 무엇인가?

권연순 : 지역사회와의 연계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군포시에서만 사회복지, 비영리단체, 공공조직들과 연관이 있는 일을 해 온 30여 년이란 오랜 시간이 유기적이면서도 견고한 협력 관계의 토대가 되어 주고 있다. 또한, 상호 간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군포시의 각 사회적경제기업과 마을공동체를 서로에게 잘 알려줌으로써 기본적인 신뢰를 높여가고 있다. 서로 신뢰가 있다면 그다음 단계의 일은 시기만 문제일 뿐 언제든 가능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홍성실 : 센터 운영 후 가장 자랑할 만한 성과는?

권연순 : 센터 개소하자마자 25명의 일자리 사업을 통해 군포시 지역사회 현장 및 공동체, 사회적자본을 조사한 일이다. 그리고 지역에서 오랫동안 마을공동체, 사단법인을 운영하는 단체들, 그리고 개인사업을 하면서 이미 사회적 미션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을 발굴해서 마을기업,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진입시킨 것이다.

하지만 사업량이 많아졌다고 센터의 성과를 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센터의 다양한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지역의 공동체와 사회적경제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판단해 봐야 할 것이다.

 

홍성실 :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권연순 : 지역사회에서 중간지원센터가 민간에 위탁돼 운영되기까지는 수많은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군포시의 경우 군포사회적경제협의회 소속 대표자분들이 지속되는 어려운 기업 운영 여건 가운데에서도 신사적이고 성숙한 사회적경제인의 자세를 잊지 않고 총회를 치르며, 공공과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위한 간담회도 서둘지 않았다. 오히려 공공에 충분한 시간을 주면서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또한, 사회적경제기업가분들이 솔선수범해 매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후원을 통해 지역사회의 필요를 채우는 일에 앞장을 서고 있다.

 

홍성실 : 가장 어려운 점은?

권연순 : 사회적경제를 여전히 어렵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가장 힘들고 안타깝다. 사람 사는 일로써 일상적인 사회적경제를 안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고정적인 틀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사회적경제 지원사업을 해 보고 싶다.

 

홍성실 : 센터 개소 이후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 그 원동력은?

권연순 : 잘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고 ‘제안, 정책, 비즈니스, 지식이 사람을 해치지는 않는지’를 점검하며 가려고 노력한다. 특히, 그 일의 크기가 크거나 작거나 상관없이 말이다. 그리고 확신이 서지 않는 일에는 잘 나서지 않는 편이다.

 

홍성실 : 센터장으로서 현재 주력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그리고 앞으로 재임 기간에 꼭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

권연순 : 현재 운영 중인 산본1동 행복마을관리소 직원들이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되어 마을관리소를 위탁 운영하게 독립시키는 것, 청년공간에 근무 중인 청년들이 마을공동체 또는 협동조합 등의 주체로 성장하는 것, 소셜미션을 갖춘 다양한 분야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이 확대되어 연대가 단단해지는 것, 공공 구매와 관련한 시스템을 지방자치단체와 확립하는 것, 사회적기업이 예비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 등이다. 또한, 거시적이지 않은 수탁 1기 3개년 성과를 완성하는 것, 사회적경제육성 5개년 계획의 완성과 사회적경제 조례개정을 올해 완료하는 것이다.

 

홍성실 : 센터장으로서의 일상과 함께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궁금하다.

권연순 : 애초에 ‘서로 돌보는’ 일에 관심이 많다. 또한, 사회적경제를 서로 돌보는 경제라고 생각한다. 대통령과 국민, 시장과 시민, 기업대표와 직원. 선생님과 학생, 부모와 자녀 모든 관계에 있어 ‘서로 돌봄’이 없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서로 돌봄’이 되지 않으면 관계가 일방적으로 되고, 힘겨루기가 된다. 그리고 누구라도 힘이 세지면 힘이 작은 사람을 소홀히 여기게 된다.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서로 돌봄’을 익혀 놓아야 커다란 일을 결정할 때 ‘서로 돌봄’을 위해 물러서기도 하고, 손해를 볼 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홍성실, 재미난청춘세상 2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