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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가치 만큼이나 제품과 서비스 차별화 중요 [이달성 피플앤컴 대표]

“사회적가치 만큼이나 제품과 서비스 차별화 중요 [이달성 피플앤컴 대표]

지난 7월 재미난청춘세상 교육과정이 끝나고 사회적경제기업 창업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고민하던 중 재미난청춘세상과 ‘착한소문쟁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성경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말씀하셨지만, 사회적가치를 위해 수고하고 애쓰시는 착한 사회적경제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알아서 함께 응원하고 동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착한 소문이 확산하며 조금은 더 착한 사회가 됐으면 싶다.

자본주의 사회의 꽃으로도 대변될 수 있는 ‘은행’에서 지점장으로 퇴직한 이후 올해로 9년째 사회적기업 대표로 전혀 새로운 인생을 사는 주인공이 있다. 사용 연한이 지난 중고컴퓨터, 스마트폰, 각종 사무자동화기기의 새활용(up-cycling)을 통해 결혼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랑의 컴퓨터 나눔으로 취약계층의 정보격차 해소에 앞장서고 있는 사회적기업 ‘(주)피플앤컴’ 이달성 대표의 이야기다.

이달성 대표는 금융전문가로서 35년 동안 근무하던 신한은행을 2012년 퇴직하고 2013년에 돌연 친환경 사회적기업 ‘피플앤컴’의 대표로 임명됐다. 지점장에서 사회적기업 대표로 예사롭지 않은 결정 뒤에는 신한은행 근무 시절 이달성 대표가 보여 줬던 남다른 열정과 끈기, 도전이 중요한 몫을 했다.

이 대표는 신한은행 지점장 시절 5년 동안 한주도 빠짐없이 매주 월요일마다 직원들에게 편지를 썼다. 실적에 대한 부담이 많은 직원이 일주일을 조금 더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인문학, 예술, 사회, 교양 등의 다양한 주제로 소통에 힘썼다. 지점장으로서 본연의 업무였던 고객 컨설팅과 영업에도 남다른 열심을 보였던 것은 물론이다. 이런 이 대표의 행보를 평소 유심히 지켜봐 왔던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피플앤컴의 설립재단인 재단법인 ‘피플’의 이사장이었다.

노무·법무 업계 전문가들이 산재를 당한 유가족을 돕기 위해 2010년 출범한 재단법인 ‘피플’은 비영리 재단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다 사회적기업 ‘피플앤컴’을 설립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중고컴퓨터 업싸이클링을 통해 자원 새활용으로 친환경 사업을 도모하는 동시에 결혼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사회적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고 법인 등록을 마쳤다. 하지만 애초 계획처럼 사업에 진전이 없자 사회적기업과는 전혀 인연이 없던 이달성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한편, 이달성 대표는 지점장으로 일하면서 자영업을 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대표라면 어떻게 할까”란 질문을 자신에게 수없이 던지며 고민을 해 왔었기에 사회적기업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지만 도전해볼 만하다고 판단, 피플의 낯선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이후 이 대표는 사회적기업에 대해 새롭게 공부하며 피플앤컴의 비즈니스 모델을 착실히 현실화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이 2013년 때의 일로 이 대표는 올해로 9년째 피플앤컴을 이끌며, 전문 사회적기업가로 굳건히 자리매김하여 올해부터는 관악구에서 사회적기업 네트워크 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이달성 대표는 피플앤컴 대표직을 흔쾌히 수락했지만, 가족들과 옛 직장 동료들은 “잘될까”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빠르게 움직였다. 대표직을 맡은 해 10월에는 신한은행과 사회공헌 업무 협약을 맺고 감가상각 기간이 지난 중고컴퓨터를 기부받아 애초 계획했던 중고컴퓨터 업싸이클링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에는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을 받았다. 하지만 좀처럼 쉽게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가 없었다. 당시는 업싸이클링한 중고컴퓨터를 해외에 주로 수출했는데 대금 회수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월급날이 어찌나 빨리 돌아오는지 이 대표는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이에 “어떻게 하면 기업을 생존시킬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하면서 동시에 “이제는 정말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포기하는 대신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히 변경하기로 했다. 수출과 도매를 통해 중고컴퓨터를 주로 처리하던 것을 소매로 전환하며 수익을 높이는 방안을 새롭게 마련한 것이었다. 이후 피플앤컴은 수익률이 높아지며 어느 정도 사업을 안정시킬 수 있게 됐다.

현재 피플앤컴은 많은 수는 아니지만, 결혼이민자 직원들에게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근무하도록 함으로써 퇴근 이후 자녀들을 직접 돌볼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이달성 대표는 새롭게 시작한 제2의 인생에서 중고컴퓨터이지만 나눠주는 삶을 살고 있다는데 큰 보람을 느낀다. 또한, 결혼이민자 직원들이 “회사가 좋다.”, “행복하다.”라고 말해 줄 때 너무 행복하다. 그런 만큼 이 대표는 지금보다 두 배 이상으로 피플앤컴을 성장시키고 싶다. 더 많은 결혼이민자에게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도 싶고 지금 보다 많은 월급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이달성 대표는 은행과 비교할 때 사회적기업들 대부분은 영세할 뿐 아니라 영세한 상황을 탈피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사회적기업가들은 사회적가치 만큼이나 생존을 위해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마련과 전략 수립을 위해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또한, 자금조달 및 운영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은행 근무 당시 경험으로 볼 때 5년 이내 자영업 폐업률은 73%인데 그중 자금 문제가 80%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사회적기업가들도 돈의 소중함을 알고 자금 운영 측면에서도 미리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이 대표의 바람은 생존경쟁력을 갖춘 사회적기업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기업인들이 선한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는 활동가로서 더욱 견고히 자리매김해 나갈 수 있었으면 싶다.

그는 은행에서 일하면서 오랫동안 일반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수없이 지켜볼 수 있었던 경험 덕분에 그나마 빨리 피플앤컴의 사업 안정화를 이루지 않았을까 자평했다. 그리고 어려운 환경에서는 ‘은근과 끈기’를, 그리고 새로운 변화 앞에서는 두렵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는 선구자 정신도 전혀 새로운 제2의 인생에 도전하여 소기의 성과를 내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이달성 대표는 오늘은 피플앤컴을 정성껏 운영하고 있지만, 은퇴 이후의 삶도 다시 꿈꾼다. 사랑으로 이웃을 보살피며 선한 영향력을 지속해 가는 멋진 인생 선배로 남고 싶다.

 

홍성실, 재미난청춘세상 2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