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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 [時代精神]

시대정신 [時代精神]

지난 2004. 12. 26.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대지진의 해일로 일부 마을에서는 전체 인구의 70%가 사망했으며 농작물과 어선이 파괴되고 50만 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인도네시아에서만 13만 여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이 공포의 쓰나미는 미얀마, 태국, 스리랑카, 인도 심지어 아프리카까지 덮쳐 총 사망 인원은 30만여 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 민족이 일제 식민지 나락으로 곤두박질하던 20C가 바로 인류 문명사적으로 바라보면「대 쓰나미 시대」였다. 서양사에「지리상의 발견이라는 대약탈의 시대」이래 대영 제국의 약소국 침탈과 식민지 경영이 절정에 이르던 이 시대를 역사는 이름 하여「서세동점의 시대」로 기록하고 있다. 후진국 피압박 민족에게는 그야말로 악몽과도 같은 「대 재앙의 시대」였다. 그 인류문명사의 「쓰나미」앞에 가장 먼저 인도라는 거대한 나라가 속절없이 영국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프랑스령 인도차이나란 말이 나올 만큼 프랑스는 동남아의 여러 나라들을 독차지했다.

네덜란드도 소련도 예외가 아니었다. 심지어 천하의 중심이라는 중국까지도 서구열강의 식민지 내지는 반식민지 상태로 갈기갈기 찢겨져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처럼 세상천지가 온통 서세동점의 수중에 속절없이 함몰되어 가는데 동북아의 조그만 왕조의 나라 조선인들 용빼는 제주가 있었으랴 !! 유독 우리 조상들만이 지지리 못나서 나라를 빼앗겼다고 볼 수는 없지 않느냐라는 생각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그때 온전히 나라를 지킬 수 있었다면 그보다 더 큰 다행이 없었겠지만 인류 문명사의 큰 물줄기 앞에 속절없이 떠내려간 그 시기에 선지자를 중심으로 끝없는 저항이 있었지만 선조들만의 탓으로 보기에는 다소의 무리가 있다고 본다.

친일은 민족을 배반하고 일제에 빌붙어서 겨레에게 해악을 끼치고 일신의 영화를 누린 자들을 말하는 것이다. 요컨대, 친일의 기본 요건은 민족에게 피해를 준 것이요, 그 대가로 개인의 영달을 누렸다는 두 가지 사실이다. 해방 공간의 혼미와 격동 속에서 우남 이승만 박사의 정치적 혜안과 리더십이 아니었다면 오늘 우리 대한민국은 탄생할 수 있었을까? 일제시대 국정개혁을 위한 독립협회, 만민공동회 등 사회 운동에, 일제 강점기에는 해외로 망명하여 국권회복을 위한 항일독립운동에, 1941에는「Japan inside out」이란 책을 저술하여 미⦁일 전쟁을 정확히 예언 경고해서 미국조야를 크게 놀라게 했는가 하면 광복 후에는 반공투쟁과 건국운동에 전 생애를 바친 이승만은 우리 근현대사의 압도적 중심인물이다. 이와 함께한 사람들을 이름 하여 우리는 「건국 세대」라 이름 한다.

오늘의 시대정신이자 화두는 공정사회의 실현이다. 인류가 추구하는 영원한 외침은 어쩌면 공정사회로 가는 길일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역사에서도 기복과 명암, 흥망성쇠가 있기 마련이다. 하나의 민족이 소멸되지 아니하고 살아남기까지는 찬란한 영광과 승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못 견딜 만큼의 치욕과 패배의 역사도 기록한다. 부정도 비애도 있으며 환희와 긍정의 역사도 있다. 따라서 일제하 잠시 불행했던 그 사실만으로 치욕의 역사니, 암흑의 역사니 헬 조선이라 부르며 조상들만을 매도함은 우리의 정체성과 자존마저 부정하는 자학의 역사관이다.

우리의 역사와 민족성에 대한 반성과 자각을 바탕으로 잘사는 길을 찾는 데서 출발하여 우리의 영토와 자원의 부족을 탓하기 전에 우리의 정신 자세를 개혁하고 분발하여 더 많은 땀과 지혜와 노력을 기울이자는 운동이「새마을운동」이다. 역사는 부지런한 국민에게 번영을 약속하고 게으른 국민에게는 가난으로 책망한다는 영원한 진리를 믿고 믿은 지도자의 결단이 바로 성공의 열쇠였다. 한 세대의 생존은 유한하나 조국과 민족의 생명은 영원한 것이기에 오늘 우리 시대가 땀 흘려 이룩하는 모든 것이 결코 오늘을 잘 살고자 함이 아니요, 이는 내일의 시대 앞에 겨레의 영원한 생명을 생동케 하고자하는 지도자 박정희 대통령의 국가관과 철학이 있었기에 오늘의 금자탑을 약속할 수 있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기아와 빈곤 탈출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성공적인 발전 모델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이름 하여 우리는 이들을 「산업개발세대」라 칭한다.

1987. 6. 29 선언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집권세력이 민주화를 실시하겠다고 한 점에서 그 의미를 갖는 선언이라 평가할 수 있으나 그 자체로서는 한계점도 안고 있다. 비로서 수평적 정권교체의 틀이 만들어지고 실천에 옮겨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국민의 힘으로 이룩하고 국민의 손으로 닦아놓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건설이다. 이름 하여 우리는 이 시대를 찬란한 「민주화 세대」라 이름 한다.

민주화는 역사를 바로 세우고 적폐를 청산하는 일이 구두선이 아닌 실천과 뒷받침 없이는 불가하다. 그간에 우리는 숱한 운동을 보아오며 지행합일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믿고 믿어왔다. 북진통일운동, 반공통일운동, 새마을운동, 바른사회운동, 부패청산운동, 정의사회구현운동, 역사 바로세우기운동, 적폐청산 등 귀에 적이 돋도록 선지자의 외침을 들어왔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지난 4. 7 보궐선거를 지켜보지 않았는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대통령의 취임사는 어둠을 밝히는 촛불의 정신이라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그 외침이 구두선에 머물고 행동이 없이는 국민의 힘은 어김없이 심판의 단두대에 세웠음을 보여준 사례라 본다. 이제 우리가 펼쳐야 할 우리의 영원한 과제는 인류가 함께 가야 할 영원한 길이며 지침인 「공정사회로 가는 길」이다. 여기에 걸림돌이 있다.

첫째 공사의 알력(公私의 軋轢)이다. 왜 우리는 이 땅에 읍참마속의 준엄한 역사의식이 없다는 얘기인가. 동일한 척도로 제단하지 아니하고 고무줄의 잣대로 심판하기에 국민 불신은 골이 깊을 수밖에 없다. 둘째, 붕당의 질곡(朋黨의 桎梏)으로 보는 것이다. 패거리 정치인 진영논리다. 성서에 이름 하듯 남의 눈의 티끌은 보면서 내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는 내로남불의 정치 형태다. 법과 제도가 튼실하지 못한 그런 나라로의 원인이 공사의 알력이자 붕당의 질곡이다.

이 시대의 시대정신이요, 인류가 추구하는 영원한 길은 「공사의 알력, 붕당의 질곡」 이 두 가지가 청산되지 아니하고는 법과 제도, 정의로운 사회가 도래 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인류가 영원히 추구하는 「정의로운 사회」이다. 이제 우리는 한 차원 높은 원융회통(圓融會通) 사상의 해법만이 길이다. 원융이란 원만하여 막힘이 없는 것이며 회통이란 대립과 갈등이 한 차원 높은 곳에서 해소된 “하나(通 )로의 만남(會)이다. 따라서 원융회통은 어설픈 절충이 아니라「하나」인 세계의 조화이며 종합이 이시대의 시대정신이다.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경제학박사   신용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