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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육성 정책 2.0과 사회적기업가

사회적기업 육성 정책 2.0과 사회적기업가



조 영 복


(사)사회적기업연구원장


부산대학교 교수


사회적기업은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전통적인 기업관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공익적 목적관을 동시에 가진 제3의 경제주체로 복지국가의 위기와 사회적 배제 그리고 실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된다. 이와 같이 영리를 위한 경제활동과 동시에 우리의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고자 하는 가치에 비중을 두고 있는 사회적기업은 시장과 가치라는 두 개의 엔진으로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역거래의 불균형을 국제적인 공조로 해결하려는 ‘공정무역’과 금융소외자를 ‘대안금융’인 클라우드 펀딩이 주목받고 있으며, 사회변화를 위한 투자자와 활동가 그리고 사회적기업가들의 국제적인 협업공간인 더허브(The Hub)도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다보스 포럼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EF)는 사회적기업가를 위한 서밋을 만들어 주류사회와 소통을 돕고 있으며, 하버드대 교수인 빌 드레이튼이 설립한 아쇼카 파운데이션은 가난, 문맹, 환경, 보건, 문화, 차별 등의 사회문제를 지속적이고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가를 발굴하여 그들이 희망이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고용노동부와 시민사회가 실업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하여 논의를 시작한 지난 10년 동안의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기업은 괄목할 성장을 이루었다. 세계에서 드물게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되고 지자체로의 확산이 이루어졌다. 2007년 30여개에 불과하던 사회적기업은 이미 700개를 넘었으며, 사회적기업 인증을 목표로 하는 예비사회적기업 등을 포함하면 3,000여개에 이른다. 사회적기업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도 시동이 걸려 잠자고 있던 휴면예금을 사회적기업을 위한 지원금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기업에 대한 직접투자를 위한 ‘사회적 거래소(Social Exchange)'가 모색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SK, POSCO, LG 등 대기업의 사회공헌전략으로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 직접 사회적기업을 설립, 확산하기도 하고 소모성 자재회사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는 등 그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기업도 성공이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적 목적과 더불어 사회적 목적, 나아가 환경적 목적 등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의 성공은 쉽지 않다. 한자리 수에 불과하다고 하는 첨단 벤처기업의 성공률을 생각하면 좋은 일도 하고 돈도 버는 사회적기업의 성공은 아예 당치도 않는 먼 나라 이야기일 수 있다. 출산과 육아 휴가의 부담을 가지면서도 여성을 차별하지 않고 고용하는 일, 생산성이 낮아져 소득이 감소하게 될 것임을 알면서도 친환경농법을 사용하는 일, 제품이 단가가 높아져 매출이 줄어들 것임을 알면서도 재활용 제품이나 공정무역 제품을 써야만 하는 일, 이런 좋은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번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


그러나 질적으로 변해가는 세계의 모습을 보면, 이런 일이 불가능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소비자들의 윤리의식은 GDP 성장률 보다 두서너 배 빠르게 성장하여 착한소비 시장을 열고 있으며, 비록 권고안이긴 하지만 환경과 지배구조 등에 대한 ISO26000의 제정으로 미래의 기업 모습이 사회적기업의 모습을 많이 닮아 있기도 하다. 아나톨 칼레츠키의 ‘자본주의 4.0’이 그렇고, 이성과 감성을 넘어 영혼이 있는 소비가 보편화되고 있는 필립 코틀러의 ‘3.0 시장’의 도래가 이를 예견하고 있다.


이제 양적확산에 주안점을 두었던 지난 정책이 ‘2.0’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주도에서 벗어나 민간의 창의력을 활용해야 하며, 새로운 모델 보다는 성공모델 복제·확산하는 ‘사회적 프랜차이즈’를 활성화하는 한편, 취약계층의 인건비 지원을 넘어 은퇴자들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인재풀을 다양화하고, 윤리소비시장의 정착시켜 사회적기업 유통시장에도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그와 더불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은 사회적기업가들의 투명성과 역량이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기업가가 하는 것’이다는 말 속에도 느낄 수 있듯이 사회적기업가는 사회적기업의 모든 것이다. 시민사회와 대기업 그리고 정부가 나서서 사회적기업을 육성시키려고 하는 지금, 사회적기업가들은 자신의 자산을 투자하고 경영역량을 배양해야 한다. 사회적기업은 기부와 자선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번 돈으로, 자신의 힘으로 착한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가진 자의 시혜와 관용인 아닌, 나의 노력과 고통으로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성공한 사회적기업이 많아지면 우리경제는 더욱 튼튼해지고 정의로운 사회가 가까워진다. 이를 위한 시민사회와 정부, 그리고 대기업들의 기대에 이제 사회적기업가가 답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