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07월 제2호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
이원형
경제학 박사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 수석연구위원
■ 사회적기업의 성격과 위치
사회적기업이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ㆍ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으로서,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및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회적 가치’와 함께 비즈니스기법과 경영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여 이윤을 창출한다는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율배반적 가치를 동시에 달성해야한다는 점이 사회적기업의 독특한 성격이며, 이로 인해 사회적기업의 정체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부터 시행중인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라 유급근로자 고용, 사회적 목적 실현, 영업활동 수입이 노무비의 30% 이상 등 7가지 인증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사회적기업이라는 명칭을 배타적으로 쓸 수 있으며, 세금 감면, 인건비 지원, 자금 지원 등 혜택을 주고 있다.
영국과 미국의 시장주도형 모델, 이태리와 폴란드의 공동체주도형 모델과 달리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은 높은 인증요건과 많은 혜택을 지닌 정부주도형 모델로서, 경제활동인구 중 차지하는 고용비중은 0.03%(OECD 평균 4.4%)에 불과하며, 매출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0.01%에 그쳐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 한참 뒤져 있는 실정이다. 아래 그림과 같은 B-B 매트릭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은 정부지원에 의존하는 소수의 인증 기업들이 사회적기업을 주도하는 ‘정부주도형’모델이며, 양적인 팽창과 질적인 도약에 상당한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
■ 사회적기업 육성의 문제점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 이후 단기간에 사회적기업의 육성을 위한 법적·제도적 안정화를 달성했다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양적 팽창과 질적 발전이라는 2단계 도약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몇 가지 문제점이 남아 있다.
첫째, 사회적기업의 발전을 위한 3가지 핵심 요소인 사회적 시장, 정부지원, 사회적기업의 역량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美하버드 경영대학원(HBS)의 '더치 레오너드'(Dutch Leonard) 교수는 "사회적기업의 성공을 위해 가치와 역량과 지원의 조화가 필요하며, 이 3가지 조건이 중첩되는 영역을 전략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둘째, 사회적기업 신청 및 인증 추이를 보면 2008년 12월 104개 신청, 64개 인증을 정점으로 이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셋째, 사회적기업은 공익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법상 회사가 43%로 가장 많아, 태동단계에서 사회적기업의 상업성을 너무 강조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넷째, 고용노동부의 일자리창출사업과 연계한 인건비 직접 지원에 의존하다보니 사회적목적에 있어서 일자리 제공형이 110개(44%)로 가장 많게 나타나고, 사회적기업이 정부의 고용정책과 너무 밀착되는 문제점을 보인다. 이태리 사회적 협동조합의 경우, 2004년 말 약7천 개 중에서 59%(4026개)가 사회 및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A타입이며, 33%(2459개)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노동통합을 추구하는 B타입, 8%(377개)가 앞의 2개 타입의 혼합 또는 컨소시엄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다섯째, 사회적기업의 7가지 인증요건을 충족하기가 매우 어렵고, 특히 취약계층 고용비율 50% 또는 취약계층의 서비스 수혜비율 50%와 같은 인증요건은 사회적기업의 창출과 다양성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령 제2조에 따르면, ‘취약계층’에는 가구 월평균소득이 전국가구 월평균소득의 100분의 60 이하인 자, 고령자, 장애인, 장기실업자, 성매매 피해자 등이 포함된다.
여섯째,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기업이 채용한 인력의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는 것은 독립된 법인으로서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장치로 작용된다. 사회적기업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가장 널리 알려진 EMES의 9가지 요건 중 하나가 ‘높은 수준의 자율성’이다.
■ 정책 과제
정부 주도로 사회적기업의 법적ㆍ제도적 안정화를 이룩했다는 1단계 성과를 토대로 질적인 도약과 양적인 팽창을 통한 2단계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며, 이를 위해서는 다음 5가지 정책적 과제를 검토할 필요가있다.
첫째, 사회적기업의 인증요건을 완화하고 지원을 줄여나감으로써 정부주도형 모델을 시장주도형으로 전환하고, 지원제도의 일몰제를 도입하여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고 사회적기업의 자립성을 키워야 한다.
둘째, 경영대학원(MBA과정)에 사회적기업가 양성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사회적기업가를 육성하는 사회적기업’의 설립을 지원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기업에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인내 자본’(patient capital)의 육성과 ‘(가칭)사회적기업투자펀드’의 설립이 필요하다.
넷째, 정부와 시장이 커버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고유의 사업분야(Market Niche)를 개발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해야 한다.
다섯째, 지역사회에 뿌리박은 지역연계형 사회적기업의 비중을 늘리고, 이를 위해 지자체의 지역신용보증기금 출연 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