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일터로… 서울시, '서울형 노숙인 공공일자리'로 자립 토대 놓는다

  • 등록 2025.05.20 1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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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회로 나갈 용기 심어줄 것… 노숙인 민간취업 활성화‧자활 위해 노력”

 

한국사회적경제신문 KSEN 김인효 기자 | “그냥 일자리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일자리’입니다” 서울시 동부병원 응급실 보조로 일하는 강 모 씨(65세)는 사업에 실패하고 가족과 헤어진 뒤로 노숙 생활을 하다가 ‘서울형 노숙인 공공일자리’로 재기에 성공했다. 강 씨는 그동안 받았던 따뜻한 응원과 지원을 되갚는단 마음으로 영등포 보현종합지원센터에 3년째 정기후원하고 있다.

 

서울시가 본격적으로 2025년도 서울형 노숙인 공공일자리 지원에 들어간다. 시는 공동작업장, 공공일자리, 민간 일자리 등 올해 1,860개 일자리를 지원하고 신용회복, 직무역량 강화, 생애설계 컨설팅 등을 통해 단단한 자활·자립의 토대를 놓아준다는 계획이다.

 

‘서울형 노숙인 공공일자리’는 초기에 일하는 습관과 의지 형성을 돕는 공동작업장에서 시작해 다음 단계인 공공일자리 시간제에서 전일제로, 최종적으로는 민간 일자리(경비·서비스직 등)로의 진입을 목표로 단계적 지원된다.

 

공동작업장에서는 쇼핑백 접기·장난감 조립 등 하루 4시간 내외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시간제 공공일자리로 넘어가면 하루 5시간 씩 환경 정비·급식 보조 등 근로 능력을 높여주고 기초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업무를 하게 된다. 근로 습관과 능력이 형성되면 하루 8시간 전일제 공공일자리에서 시설관리, 행정 보조 등으로 일한다.

 

지난해 노숙인 일자리 지원을 통해 1,881명이 공공 및 민간일자리 경력을 쌓았고, 이 중 887명(47.2%)은 민간 일자리 취업에 성공했다. 이들 중 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5%가 ‘공공일자리 사업이 사회생활을 위한 대인관계 향상에 도움됐다’고 답했다.

 

올해 노숙인 일자리는 공동작업장 280명, 공공일자리 680명, 민간 일자리 900명을 목표로 추진된다. 시는 시설 입소자·쪽방주민·비적정 주거시설 거주자 등 근로 의지가 있는 대상자를 발굴, 근로 능력·자활 의욕 등이 높아 사업장에서 추천받은 노숙인은 시간·전일제로 일할 수 있도록 전환을 도와준다.

 

시는 내달부터 노숙인 발굴 및 민간 취업 연계를 지원하는 ‘찾아가는 일자리 이동상담 서비스’도 운영한다. 서울역, 영등포역 일대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비롯하여 채무·신용 등 상담을 제공할 계획이다.

 

찾아가는 일자리 이동상담 서비스는 노숙인 시설 이용자나 입소자, 쪽방 주민 등에게 구직 상담, 이력서 작성 및 현장 연계, 채무·신용상태 확인, 자립지원 프로그램 안내 등을 제공한다.

 

또 시는 민간 취업자를 위해 정기적으로 밀착 상담하는 사후관리 컨설팅도 제공한다. 모든 상담 이력은 일자리시스템에 등록하여 관리하는 한편 멘토링 프로그램, 경력개발 상담 등도 제공해 근속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서울노숙인일자리센터에 일반경비원 신입교육, 소형건설기계(3톤 미만 지게차) 자격증 교육, 전문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등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고 근속할 수 있도록 교육 및 사후관리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12일 서울시는 공공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뒤에 자립·자활에 성공한 사례를 나누는 ‘2025년 노숙인 일자리사업 우수사례 공유회’를 가졌다.

 

서울시 동부병원 입원 병동에서 일하는 윤 모 씨(57세)는 사업 실패로 노숙을 하게 됐지만 노숙인 자활시설 시립24시간 게스트하우스의 도움으로 공공일자리에서 일하게 됐다. 윤 씨는 이제 집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저축 중이며 미용기능사도 취득, 답십리 요양원에서 정기적으로 미용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서울시 동부병원’은 2016년 12월부터 노숙인을 ‘의무보조원’으로 채용하여 응급실, 병동 등에서 공공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폭넓은 연령대가 일할 수 있는 다양한 공공일자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높은 소속감과 자긍심을 주는 양질의 일자리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번 달 채용에서 3: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례 공유회에서는 또 노숙인 자립을 위해 체계적 지원을 한 ‘늘푸른 자활의 집’ 사례도 소개됐다. 시설은 취업한 사람들이 서로 독려하고 응원하며 일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중간의 집’이라는 주거시설을 별도 마련해 사회 정착을 돕고 재이탈을 막고 있다.

 

‘늘푸른 자활의 집’은 입소 시 중독회복, 심리정서 프로그램을 통해 안정적으로 사회에 복귀하고 취업 준비를 할 수 있게 돕고 있다. 공공일자리 참여가 민간기업 취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통해 신규로 입소하는 노숙인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중간의 집’에서 머물고 있는 취업자 A씨는 “혼자라면 실패했겠지만 서로 격려하고 의지할 수 있어서 사회 적응에 성공할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미경 서울시 자활지원과장은 “공공일자리는 단순히 노숙인의 소득을 보전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회로 걸어 나갈 용기를 키워주는 디딤돌 같은 사업”이라며 “단기 유휴일자리 발굴, 사례 공유, 취업지원·금융 유관 기관 등 연계를 통해 노숙인의 민간 취업 활성화, 자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인효 기자 kih8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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