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적경제신문 KSEN 김인효 기자 | 4월 15일 화요일, 6·25전쟁이 발발하자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학도병으로 자원입대했다가 18세의 나이로 산화한 호국영웅을 가족의 품으로 모셨다.
‘故 주영진 일병’이 그 주인공이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2000년 10월에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일대에서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국군 제7사단 소속 故 주영진 일병으로 확인했다.
이로써 그동안 발굴된 11,400여 구의 국군 전사자 유해 중 신원을 확인해 가족의 품으로 모신 분은 총 251명이 됐습니다.
고인의 신원확인에는 전국에서 유가족을 마주하는 국유단 탐문팀의 구슬땀과 오래전 발굴된 유해를 새로운 유전자분석기법으로 재분석해 한 분이라도 더 가족의 품으로 모시고자 한 유전자분석관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
故 주영진의 신원확인은 직접 발로 뛰는 국유단 탐문팀과 유전자분석관의 노력이 이룬 결과이다. 유가족 탐문팀은 지역별 전사(戰史) 연구를 기초로 병적부, 전사자명부를 분석하여 전사자의 본적지를 확인 후 행정관서의 협조를 통해 유가족의 소재를 추적했으며, 고인의 유가족 유전자 시료도 탐문관이 직접 방문해 2022년에 확보할 수 있었다.
유전자분석관들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국유단은 2021년 3월부터 발굴된 지 오래된 유해를 대상으로 유전자 재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故 주영진 일병님의 유해도 과거의 기술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유전자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정밀하게 유전자 재분석을 실시한 결과 최종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인은 1950년 8월 학도병으로 자원입대했으며, 이후 국군 제7사단에 소속돼 참전한 지 6일 만에 ‘기계-안강 전투’에서 전사했다.
고인은 1928년 2월 인천광역시 강화군에서 5남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릴 적 부친을 따라 전라북도 전주시에서 자랐으며, 전북공립중학교(6년제, 1951년 전주북중학교와 전주고등학교로 분리)에 진학할 정도로 학업에 열중해 집안에서도 거는 기대가 컸다고 한다. 또 의협심이 강하고 리더십이 있어 교련 연대장을 할 정도였다.
고인은 고등학교 재학 중 6·25전쟁이 발발해 북한군이 남하한다는 소식을 듣자 친구들과 함께 전라북도 남원시까지 걸어가 학도병으로 입대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당시 고인의 부친은 “아직 나이가 어리니 군대에 안 가도 된다.”라고 만류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인은 “전쟁이 안 났으면 모르는데 전쟁이 나서 나라가 어렵기에 빨리 가야 한다.”라며 집을 떠났다고 한다.
이후 고인은 1950년 8월 대구 제1훈련소에 학도병으로 합류했다.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을 시간도 없이 전선에 투입됐으며, 안타깝게도 국군 제7사단에 소속으로 ‘기계-안강 전투’에서 적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다. 참전한 지 겨우 6일 만이였다.
기계-안강 전투는 국군과 유엔군이 낙동강 방어선을 형성하고 있던 시기에 국군 수도사단이 7사단 3연대를 배속받아 경상북도 포항시 기계면과 경주시 안강읍 일원에서 북한군 12사단의 남진을 저지한 방어전투이다.
이번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4월 15일 화요일 인천광역시 강화군의 유가족 자택에서 열렸다.
고인의 형제는 모두 고인이 됐고, 친조카인 주명식 씨(76세)가 선산에 10대 조상의 묘를 관리하는 등 집안의 대소사를 담당하고 있다. 주 씨는 삼촌인 고인의 영향을 받아 학군사관(9기, 1971년 임관) 장교로 임관해 병역의 의무를 마치기도 했다.
유가족 대표인 주명식 씨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삼촌을 잊지 않았다고 하면서 “유해를 발굴해주시고 삼촌을 영면하게 해주신 국방부 관계자분들께 큰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호국의 성지 대전현충원에 삼촌을 모시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그렇게 고대하던 삼촌의 유해를 찾은 큰 기쁨을 친족들과 나누겠습니다. 드디어 조상님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인천광역시 강화군에 위치한 고인의 친조카인 주명식 씨 자택에서 열렸다. 유가족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 등을 설명하고, 신원확인 통지서와 함께 호국영웅 귀환 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하며 위로의 말씀을 전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6·25전사자(호국영웅)의 신원확인을 위해 국민 여러분의 동참이 절실하다.
전국 어디에서나 가능한 유전자 시료 채취는 6·25전사자의 유가족으로서 전사자의 친·외가를 포함해 8촌까지 신청 가능하다. 제공하신 유전자 정보를 통해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될 경우 1,00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6·25전쟁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참전용사와 유가족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유가족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발굴된 유해의 신원확인을 위한 ‘시간과의 싸움’ 중인 상황인 만큼,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절실하다.
국유단 탐문관들은 각지에 계신 유가족을 먼저 찾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