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적기업의 성과와 미래과제 (Social Enterprise in Korea: Achievements and Future Directions) [2018. 6월1일 사회적기업학회 기조연설 부산대학교 조영복 교수]

  • 등록 2018.06.10 15: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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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학회 회원들과 사회적기업학회 회장님을 비롯한 내빈 여러분, 한국의 사회적기업의 성과와 미래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게 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한편으로는 참으로 기쁩니다.

사회적기업이나 사회적경제라는 용어조차도 쓰기가 어려웠던 10여 년 전으로 되돌아보면 지금은 상전벽해가 되었습니다. 15년 전 어느 날 사회적기업을 만났고, 그것은 운명적인 사건이었습니다. 25여년의 경영학교수로서 수익과 성과를 중심으로 한 경영학에 약간의 회의가 들 무렵, 그 동안 선진 교수들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복제하던 교수의 역할에 지쳐갈 때, 사회적기업을 만난 것은 하나의 빛이었고, 평생을 걸쳐 연구할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의로 (1) 지속 발전 가능한 경제활동을 통한 경제적 부의 창출에 기여하며, (2)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켜주고, (3) 지역사회를 재건하며, (4)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를 혁신하며, (5) 윤리적 시장을 권장하는 등 사회적·경제적으로 유용한 그릇으로 지역발전과 혁신에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사회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규정합니다.

한국의 사회적기업 정책은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을 제정, 선진국과는 다르게 정부주도의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이 펼쳐졌으며 그 공과는 인지하고 있을 겁니다. 2010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설립되고, 지방자치단체별로 17개의 사회적기업 중간지원기관이 선정되었으며, 정부와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사회적기업 펀드도 조성되었습니다. 드디어 새 정부 들어 사회적기업 활성화에 대한 논의와,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기본법, 공공구매 등 판로촉진법 등에 대한 입법부의 담론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사회적기업을 둘러싼 많은 노력들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불과 50여개에 달했던 사회적기업은 예비사회적기업을 포함하여 무려 3,000여개가 되었으며 매출액은 40배로 증가했습니다. 중요한 지표는 사회적기업이 고용한 취약계층이 전체고용의 60%가 넘는 통계와 5년 생존율은 80%로 일반 창업기업의 3배에 달합니다.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현대자동차, 한국 최초로 소셜펀드 조성에 나선 LG, 사회적 가치 창출을 평가하고 보상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SK, 대기업의 역할이 많은 기업들로 확산되고 있으며, 사회적기업을 위한 하나의 축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은 매년 1,000여명 이상이 모이는 사회적기업월드포럼(SEWF)은 지난해‘우리의 미래 창조’라는 주제로 뉴질랜드에서 개최되었습니다. 돈과 인재의 흐름도 바뀌고 있습니다. 기부로 일관되던 자선사업들도 이제 영향력(임팩트)투자라는 이름으로 소셜벤처를 지원하고 있으며, 사회적기업을 위한 인재양성에도 세계 초일류 경영대학들이 선도하고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은 2014년부터 임팩트투자포럼(impact investment forum)을 개최하고 있으며, 최근 와튼스쿨과 코펜하겐대학은 사회적기업가를 위한 온라인 강좌인 MOOC를 개설하고 전 세계에 자신들의 강좌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필란트로피유니버시티 또한 버클리대학이 전 세계의 사회적기업가를 위해 지난해 개설한 인재양성과정입니다.

시대적인 변화는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지금의 시장과 환경에서의 경쟁이 지금보다 더하게 해서는 안 되며(no more), 무한경쟁으로 인한 지속가능하지 않은 환경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선량한 인류의 자각이 시작된 것입니다.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성장을 이룩한 우리사회가 단기간 고도성장의 그늘을 치유하기 위하여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경제는 더 이상 고용 친화적이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회문제의 해결과 높아질 때로 높아진 시민사회의 복지요구를 따라가기엔 정부가 가진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고,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그 미래마저 암울하기만 합니다.

이 시점에서 한국의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을 3단계로 나누어 보고, 미래를 위한 과제를 제시합니다. 한국의 사회적기업육성은 제도화이전 단계(1998~2006)와 1차 육성단계(2007~2012), 2차 육성단계(2013~2017)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새 정부들어 사회적기업을 위한 새로운 발걸음이 마련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지금은 3차 육성단계로 보아도 될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사회적기업은 짧은 기간 동안 질적으로도 성장을 이루어 왔습니다. 특히 취약계층을 넘어 일자리와 보람을 찾고자 하는 은퇴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일반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져, 사회적기업을 둘러싼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 방법은 양적인 육성을 위한 지원이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생존과 성장을 위한 건강한 생태계조성이 되어야 합니다.

건강한 생태계는 어떠해야 할까요?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우선시 하지만 결코 복지기관이 아니며, 기업과 같이 치열한 환경에서 투입을 받아들이고 과정을 거쳐 산출을 만들어내고 다시 피드백되는 순환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사회적기업육성을 위한 새로운 정책과제를 투입, 과정, 산출 차원으로 나누어 제시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각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의 사회적기업 인적자원은 주로 사회복지분야나 사회운동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만, 이러한 인적자원뿐만 아니라 기업의 임직원, 정부관료, 전문직으로 인적자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이 특정계층의 소유물이 아니며, 누구에게나 그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사회적기업이 초창기에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으로 재원을 마련했다면, 이제 다양한 방법으로 자본시장이 확충되어야 합니다. 투자자를 위해서라도 사회적기업의 성과에 대한 투명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져 일반 시민들과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어야 합니다. P2P 금융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며 사회적거래소를 위한 발걸음도 재촉해야 합니다.

우선적으로 성공한 모델의 복제와 보편화된 적정기술의 활용이 더 필요합니다. 성공한 아이디어와 모델을 공정(사회적) 프랜차이즈로 확산하는 방안으로 정책전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소비시장과의 관계도 새롭게 정립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사회적기업 소비시장은 제조 후의 판매시장 개발에 중점을 두어왔습니다.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시장생산보다는 주문생산이 생산능력과 예측력이 부족한 사회적기업에는 보다 바람직하다고 여겨집니다. 일반 회사 물건과 비슷한 품질과 가격이라면 구매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면, 사회적기업의 제품도 빠른 시간 내에 개선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환경인 의식에도 새로운 물결이 필요합니다. 사회의 우선가치를 경쟁에서 화합으로, 독점에서 동반으로, 단기에서 장기로, 빠름에서 느림으로, 성공에서 지속가능성으로 변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과제는 청소년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개인의 성공과 더불어 사회적 조화도 필요함이 어릴 적부터 교육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7가지의 미래과제를 제시합니다. 첫째, 법과 제도적 측면입니다. 정부주도의 인증과 지원의 통한 양적 성장방식에서 공공과 민간의 함께하는 질적인 고도화 방식을 제안합니다. 둘째, 낮은 시민사회의 인식과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윤리적 시장의 확대를 위한 교육을 제안합니다. 셋째, 정부의 재정지원과 기부로부터 사회적 투자와 금융으로 자금조달의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경영학과 사회복지 중심의 대학교육에서 다양한 전공의 평생교육방식으로 인재양성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다섯째, 성과의 측정과 평가도 경제적 가치 못지않게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이 높아져야 합니다. 여섯째, 사회적기업의 국내 중심이 아니라 서로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하는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기업가들은 미션 중심의 비경영전문가가 아니라 사회적 혁신의 전문경영인이 될 것을 제안합니다.

사회적기업학회 회원 여러분

불편한 진실이지만 사회와 경제와 환경의 문제는 점차 그 심각성이 더하고 있습니다. 사회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고령화와 복지수요로 인한 재정의 압박, 만성적인 실업의 고통은 우리사회가 가진 문제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가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명약은 아니지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또 다른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는 있습니다. 지난 10여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질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민간주도의 새로운 사회적기업의 지평이 여러분의 동참과 협력으로 활짝 열리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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